해임보다 무서운 ‘정직’
죽음보다 더한 '주홍글씨' 형벌
생존 아닌 일부러 살려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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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윤석열은 개혁의 지렛대 역할을 위해 살려준 케이스다. 해임이 아닌 정직으로 주홍글씨를 새겨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안고 살게 한 것. 이는 보궐선거와 대선지형에서의 그의 효용가치와 맞물려 있다. 아직은 그의 존재가 비록 양아치일망정 쓸모가 있다는 말이다. 범죄자 낙인이 찍힌 검찰총장, 매우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정직은 비겁이 아닌 아주 실리적이고 영리한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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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의 불 같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해임이 아닌 정직이라? 각종 범죄에 연루된 검찰총장 징계가 고작 정직 2개월이라는 사실만 놓고 본다면 매우 실망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반대로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는 매우 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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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보궐선거와 대선지형의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하고, 거악인 기득권을 생각하면 자칫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길게 보면, 해임보다 정직이라는 다소 누그러진 판결이 오히려 더 나은 효과를 가져올 게다. 고도의 정치적인 판결로 이는 윤석열이 아직 쓸모가 있다는 판단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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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임기를 지켜주면서 지금까지 알려진 범죄 연루 사실을 하나하나 추가로 밝혀내면, 그는 식물인간이 아니라 회복이 불가능한 뇌사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 개인은 물론 검찰마저 더 강력한 개혁(사실은 해체 수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당장 눈앞에 닥친 보궐 선거와 대선지형을 생각할 때 상당한 지지세가 있는 그를 무리해서 해임하는 것보다 오히려 정직으로 식물 총장을 만들어 안고 가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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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 분리를 민주당이 벼르고 있지 않은가? 저들이 거의 모든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거악 기득권을 상대하기엔 아직 역부족인 정부여당이 조금씩 힘을 빼가는 작전을 쓴다고 보면 이해가 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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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악랄한 언론의 혹세무민과 왜곡, 기득권 세력의 담합으로 대선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그를 충동적으로 해임한다면, 그 폭발력은 자칫 모든 것을 그르칠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 윤석열이 당장은 정치적 상황 때문에 죽음을 피해 갈 수 있었지만, 그는 식물인간에서 당연히 뇌사로 갈 것이고, 그의 범죄사실로 인해 결국은 여론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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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손 안 대고 버려지는 물건이 된다는 얘기다. 해임이 아닌 정직에 시민사회가 탄식할 게 아니라 좀 더 긴 호흡으로 보면, 정직은 더 좋을 수 없는 묘수다. 정직 2개월의 기간 역시 문제가 안된다. 단 하루라도 그의 범죄사실을 입증, 단죄한 것이 유의미한 것이다. 오히려 정치적 상황을 역이용해 실리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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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는 결코 우둔하지 않다. 저들이 한 수를 볼 때 우리는 서너 수를 앞서 간다. 전략적인 판단으로 잠시 우회하는 것이니 실망하지 말고 힘내자! 징계위원회의 공식적인 정직 판결로 그의 범죄사실이 인정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윤석열은 ‘빼박’ 범죄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