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교수

윤석열 검찰총장 정직 2개월

검찰총장이 부끄럽게도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게 되었습니다. 예전 총장들은 감찰을 당하기도 전에 사표를 냈지만 이번 총장은 끝까지 버티는 중입니다. 국가를 대신해서 기소권을 행사하며 범죄자들에게 칼을 겨누는 검사들의 수장으로서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검찰 조직의 수치입니다. 정치적 결정이라는 반발이 나오겠지만 총장의 징계로 검찰조직 전체가 매우 부끄럽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맡을 사건의 수사대상자에게 룸살롱에서 술접대를 받은 검사들이 아무리 100만원 미만으로 술을 퍼드셨다고 해도 부끄러움과 질책을 피할 수 없고 검찰조직 전체에 똥물을 뿌린 셈이었는데, 이번엔 검사들을 총 지휘해야 하는 총장이 징계를 받았으니 검찰청 산하 모든 검사들은 최소한 오늘 업무를 시작할 때 5분 동안 묵념하면서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징계위원회가 어제 저녁 9시부터 오늘 새벽 4시까지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은 정직 2개월입니다. 제기된 혐의 중에서 다음 4가지를 징계사유로 인정했습니다. 1)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 및 배포 2) 채널A 사건 관련 감찰 방해

3) 채널A 사건 관련 수사 방해 4) 정치적 중립 훼손.

하지만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만남과 총장 대면조사 감찰 방해의 혐의는 징계 사유지만 징계처분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부분은 의문이네요. 특히, 언론사 사주와의 만남은 룸쌀롱 술접대 받은 검사들의 범죄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밥값이 100만원이 안되어서 그런 것일까요? 윤총장이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이 판단하는 과정에서 다툼의 여지가 크니까 그걸 고려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채널A 사건 감찰정보 유출과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감찰/수사 방해 혐의는 증거 부족으로 봤습니다.

오늘 결정은 징계위의 결정이고 형사법에 따른 결정은 아직 남아있습니다. 내년에 공수처가 출범하면 증거 부족인 혐의들은 제대로 수사하고 징계처분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내용들은 다시 면밀히 다루어야 할 것입니다.

나라를 검찰공화국으로 만들어온 주범들은 끝까지 저항하겠지만 검찰의 권력은 제한하고 견제해야 합니다. 공수처 출범을 기다립니다.

공수처를 독재와 연결시키는 자들을 보며 정말 갸우뚱했습니다.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얘기를 했답니다. 공권력을 감시하는 칼을 하나 더 만드는데 어떻게 독재와 연결하냐고.

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정부와 여당도 죄를 지으면 공수처가 수사하는 겁니다. 대통령이 공수처장을 임명하고 주무를 것이라는 건 5공 독재 세력들이나 상상하고 실현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공수처는 민주당이나 문대통령을 위한 기관이 아니라 말 그대로 고위직을 담당하는 수사처입니다. 그리고 거기엔 검사들도 포함됩니다.

룸쌀롱 접대 검사들 뿐만 아닙니다. 라임 사태에서 2억원의 뇌물을 받은 윤갑근 전 고검장이 며칠전 구속되었습니다. 그 누구도 얼굴을 알아볼 수 없다는 김학의나 벤츠 검사, 성범죄 검사를 포함해서 검사들의 죄를 제대로 물은 적이 없습니다. 왜일까요? 검사나 범죄나나 다 그 나물에 그 밥인 것이죠.

검찰과 다른 조직인 공수처가 검사들을 대상으로 수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검찰개혁이 그 핵심이라는 얘기입니다. 검찰이 정치인이나 고위직의 약점을 잡고 불기소, 기소유예 등으로 특정 세력과 결탁을 하거나 표창장 수사, 인권증명서 수사 등 말도 안되는 수준의 혐의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며 최소한으로 사용되어야 할 권력을 남용하는 잘못은 검찰 스스로 정화할 수 없습니다. 역사가 보여줍니다. 검찰과 독립된 수사기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공수처는 일반시민을 수사하거나 잡아가두거나 압수수색하거나 표창장을 조사할 수 없습니다. 25명 밖에 안되는 인원인데다가 수사대상의 범위가 3급 이상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공수처는 검찰을 견제하고 검찰은 공수처를 견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권력이 분배되고 서로 감시할 수 있는 좋은 구조가 됩니다.

윤총장의 징계는 대통령이 바로 재가할 것입니다. 그리고 윤총장은 행정소송에 들어가겠지요. 계속 잡음이 들리겠지만 검찰개혁 차분히 갑니다. 공수처 출범이 다음 단계입니다. 시민들이 지켜보고 힘을 실어주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