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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연

오늘 또 흑역사를 쓴 검찰

- 검찰개혁이 절실한 진짜 이유

‘법알못’이라는 신문 코너 제목이 있을 정도로 법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한다. 나만 잘 지킨다고 벗어날 수도 없다.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선제적 법률 구제를 받지 못하면 피해를 입고서도 가해자로 뒤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만 법이야말로 ‘알아야 면면장(免面牆)’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법을 어디까지 알아야 할까? 가뜩이나 알아야 할 것도 많은데 법까지 알아야 하나? 법이 한 두 가지도 아니고 법률 전문가도 아닌데 알려 한다고 제대로 알 수 있을까?

질문의 미궁에 빠지기 전 우선 법의 속성을 보자. 법은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기 때문에 그물이 넓다. 모든 사안을 다 세세하게 규정해 둘 수 없기에 법의 적용과 해석이 중요하다. 정보통신법처럼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하여 새로운 법이 만들어지더라도 다원화된 분쟁과 갈등을 포괄할 수 없다. 그래서 법을 다루는 사람, 특히 법을 적용하고 해석하는 사람이 각별히 중요하다. 그 사람이 바로 검사다.

사법경찰이 일차적으로 유무죄를 가리더라도 기소 여부는 전적으로 검사 손에 달려 있다. 수사지휘도 검사가 경찰에 내린다. 전 세계에 대한민국 검찰처럼 수사권,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자체 수사 인력, 조서의 증거능력, 수사 종결권, 기소독점주의, 기소편의주의, 공소취소권을 모두 다 갖고 있는 나라는 없다.

한 마디로 뭐든 검사 맘대로 할 수 있다. 심증만으로 죄를 물을 수도, 죄의 혐의가 뚜렷해도 수사를 종결할 수도, 기소하겠다고 겁박했다 취소할 수도 있다. 여기에 판사 사찰까지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세상을 호령하는 셈이다. (판사는 검사가 기소를 해야 재판할 수 있으니 절차상으로도 검사 다음이다.)

이토록 막강한 조직에서 2016년 33살의 검사가 세상을 등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 김홍영 검사 이야기다. 없어야 할 일이었지만 더 큰 문제는 그 뒤 검찰조직이 보여 준 태도다.

김홍영 검사와 한두 시간 연락이 안 된다고 오피스텔 문을 따고 들어가야 한다면서 부산의 부친에게 전화할 때부터 가해자인 부장검사 김대현이 유족에게 유서를 전해주는 기이한 과정에 이르기까지 검찰은 사과도 진상규명도 없이 개인의 문제로 축소시키기에 급급했다.

뒤늦게 김홍영 검사가 일하던 2016년 남부지법의 풍경을 그린 임은정 검사의 비망록이 언론에 공개되고 여러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가해자는 해임되고 검찰수사위원회가 꾸려졌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였을 뿐, 2020. 12. 2. 오늘, 검찰은 또 하나의 흑역사를 썼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김홍영 검사에 대한 명예훼손죄 검토 의견을 냈지만, 검찰은 ‘친밀한 검사들만 있던 자리에서 폭언해 전파될 가능성이 없었다.’며 불기소 처분한 것이다. 이른바 ‘공연성’이 없다는 얘기다. 심지어 논리적 모순도 마다하지 않는다. 2년 근무한 김홍영 검사가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김대현 전 부장에게 공포상태가 아니었다고 해 놓고 동료 검사들과는 친했다는 앞뒤 다른 얘기를 불기소 이유서에 쓴 것이다.

“검찰의 법은 밖으로만 향합니다. 안에는 무법천지니까 그 검사들이 처벌 받은 적이 있어요? 마지못해서 다 들어나면 그때 처벌을 하는 거지. 처벌 받지 않은 관행이 축적 되어있는데 자신감 있죠.”검사를 지낸 이연주 변호사의 얘기다.

무법천지를 정상화 시키지 않고 검찰의 민주적 통제를 이루지 못한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어찌 될까?

멸문지화를 겪은 조국 전 장관 사례를 보면서 검찰에 찍히면 저 꼴을 당한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됐지만 나는 그렇게 고위직이 될 가능성이 없으므로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제2, 제3의 김홍영 가능성이나, 조직의 문제점을 공론화했다고 꽃뱀으로 무능력자로 투명인간 취급 받았던 여검사들 사례도 검사가 될 일이 없어 남의 얘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 또한 그럴 개연성이 없지만, 무엇보다 자유가 중요한 나는 그간 내가 썼던 검찰 관련 글이나 지금 쓰는 이 글이 모니터링 되고 언제 어디에서 어떤 일에 연루되어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 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하다. 무엇보다 이대로 가면 나는 양심과 사상,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인간으로 살 수 없게 될 것이기에 검찰개혁과 공수처를 절실히 원한다.

검찰개혁과 자유로운 인간이 무슨 상관이냐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지금처럼 민주적 통제도 없이 선택적 정의를 행사하면 그 선택의 범주 안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은 물론 그들만의 리그에 포함된 사람조차 양심과 사상,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게 만든다.

여차하면 민형사상 송사에 휘말려야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자기검열을 하게 만들어 위축시킨다.

각자 자유로운 개인으로 살기보다 이해관계에 따라 편가르게 한다. 판사 사찰 논란에도 그 흔한 성명서 하나 발표하지 않는 법조계와 법학자들을 보라. 오로지 이분법적 관점에서 추윤갈등의 결과, 누가 이기는지 주변만 훑는 언론이 방증한다.

국가가 고위 공무원으로 신분을 보장하고 수사와 기소라는 칼을 준 이유는 불편부당하게 부패와 악을 잘라내라는 의미이지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적으로 찌르고 내부 자상까지 입히라는 뜻이 아니다.

주권자를 대신해 준 칼날을 제 멋대로 쓰고 있다면, 한 자루의 칼도 과한데 양 손에 칼자루를 쥐고 휘두르고 있다면, 마땅히 칼을 제대로 쓰는지 감시하고 함부로 못 쓰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자유로운 개인 누구나 아니다 싶은 일에 문제제기 할 수 있고, 부당한 권력에 저항할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바로 그것이 검찰개혁이고, 잘못 쓴 일이 있는지를 가리는 곳이 공수처다.

해방 이후 압축성장을 거쳐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고 87 이후 제도적 민주주의를 성취하였음에도 여전히 후진적 정치행태와 만연한 부패 구조는 청산되지 않은 역사의 폐해다. 그래도 그나마 주권자의 선택을 통해 느슨하나 완만하게 물갈이가 된다. 그런데 독점적으로 강고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언론을 포섭하여 외연까지 넓혀 온 검찰권력에 대한 민주적 감시와 통제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결국 우리는 과도한 권력의 역사가 일깨우듯 양심과 사상, 표현의 자유를 헌납하게 될 것이다. 검찰개혁이 밤하늘의 북극성처럼 저 멀리 빛나는 대의가 아니라 우리 개개인의 존엄과 자유를 위한 시대적 호명인 이유, 지금 하지 않으면 더 큰 대가를 치뤄야 하는 근거다.

고 김홍영 검사의 명복을 빈다.

#검찰개혁 #공수처 #김홍영 #자유 #조국 #서지현 #임은정 #이연주 #진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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