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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주변호사

우리는 어떻게 정의를 빼앗기는가

2012년 8월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경찰내사 중이던 세무공무원이 해외로 도피했어.

결국 무단결근을 이유로 국세청으로부터 2013년 2월 파면처분을 받았지만, 2015년 당당히 파면처분취소소송에서 이기고 수억원 대에 이르는 퇴직금을 무사히 수령하지.

이 사람은 바로 윤대진 검사의 형 윤우진이야.

문제의 파면처분취소소송 판결은, 2012년 7월 수뢰죄에 대한 경찰의 내사가 개시되자 원고가 우울증과 발작성 불안, 자살충동 등으로 병원치료를 받기 시작했다고 인정해.

일단은 시작부터 원고에 대한 훈훈한 연민과 동정심이 느껴지지.

근데 이 행정소송 사건에서는 두 명의 법관 출신 전관변호사가 대활약을 하신 것 같아.

법원은 원고가 수사회피 목적으로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이탈경위에 충분히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했거든.

문제의 판결은 경찰의 수사가 무고한 사람을 잡는 표적수사였고, 그래서 건강이 나빠진 원고가 당분간 건강을 회복하고자 하는 생각으로 해외로 나간 거라고 하네.

그런데 납득이 안 가는 점이 세 가지 있어.

첫째로 건강보험도 적용 안되고 말도 안 통하는 외국에서 우울증과 발작성 불안에 대한 정신과 치료를 어떻게 받으셨을까. 일단 수사만 피하면 저절로 낫는 병인가봐.

둘째는 검찰이 영장을 안 내어주고 발목을 잡는데 표적수사가 가능할까.

오히려 문제의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이 윤우진에게 아주 든든한 뒷배가 되어줬어. 육류수입업자가 윤우진이 골프를 맘껏 칠 수 있도록 영종도 어느 골프장에 4천만원을 맡겨놓았다는데, 그 골프장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시도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이 영장을 6번이나 꺽거든.

셋째, 이렇게 든든한 내편 검찰이 있으니 나라면 우울증과 불안증도 금방 나을 것 같은데, 판결에 따르면 윤우진은 경찰내사가 개시된지 2개월여도 안되어 해외로 가서 요양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건강이 극도로 나빠져.

출국하기 직전까지 윤우진이 경찰에 소환된 건 단 1번이고, 그나마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말이야.

윤 전 세무서장은 2012년 8월 20일 서울지방경찰청의 출석통보를 받고서 일단 출석은 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조사를 거부하거든. 그리고는 같은 달 31일 태국으로 도피하지.

한편 경찰의 수사가 무리했다는 법원의 판단은 검찰의 무혐의결정을 이유로 해.

그런데 이 무혐의 결정 또한 룸살롱에서 김봉현으로부터 접대를 받은 검사들에 대한 불기소 결정만큼이나 참으로 따뜻하지.

해당 결정에서는 2010년부터 2011년 사이에 제공된 골프 접대는 사실로 인정되나, 직무에 대한 대가성이 없다고 봤어.

문제는 해당 육류수입업체는 성동세무서 관할이었고, 윤우진이 2010년 성동세무서장을 지낼 때 그 업체 대표와의 인연이 시작되었거든. 그리고 윤 전 서장은 2011년 1월 영등포세무서장으로 옮겼지만, 직전의 세무서장이라는 관계에서 부하직원들에게 영향력을 충분히 미칠 수 있지.

여튼 파면처분 취소소송판결 못지 않게 따뜻한 연민과 공감이 넘치는 결정이지.

그런데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윤 전 세무서장과 같이 골프를 쳤다던 서울중앙지검의 특수부 검사들, 윤우진으로부터 거액의 행정소송 수임료를 받은 전관 변호사들, 모두 윤우진이 업체로부터 거둬들인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면서 부패생태계를 이루는 것 아니겠어.

업체들이 탈세한 돈이 윤우진, 검사들, 전관 변호사들에게 순차적으로 흘러들어가 범죄수익의 부스러기를 나눠먹는거지.

이렇게 해서 우리는 정의를 빼앗기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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