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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il Kim

12/20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 선언: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까?

1.

어제 밤 뜬금없는 안철수의 서울시장 출마 소식을 보고 다소 황당했다.

얻는 것은 없고, 잃는 것이 대부분일텐데 왜 그런 악수를 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가장 먼저 들었다. 하지만 정치의 세계에서는 모든 행동에 이유가 있는 법이다. 설령 그게 옳은 판단이건 틀린 판단이건 말이다.

2.

우선 안철수가 서울시장 출마를 하겠다는 것은 ‘자신이 당선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전제로 한다.

한때 유력한 대선후보였고 지금도 늘 후보군에 이름을 오르내리는 안철수가 10년 전에는 마음만 먹으면 차지할 수 있었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가 패배한다는 것은 자신의 정치 레벨을 확 다운그레이드 시키는 것이다.

즉 이긴다는 생각을 가지고 모험을 하는 것인데 과연 무슨 근거일까?

3.

현재의 정치지형에서 안철수가 서울시장이 될 가능성은 자신이 야권의 단일후보가 되는 것 뿐이다. 국민의당의 후보로 나가서는 절대 불가능하다. 이 경우로 가게 되면 안철수는 3위가 될 것이다.

야권연대를 통한 단일후보의 경선과정에서 국민적 관심을 모은 후에 자신이 나경원이나 오세훈을 이겨서 온전히 국힘당의 표를 흡수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4.

문제는 그런 논의를 국힘당과 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철수는 지난 9월, 10월에 이미 야권 신당(사실상의 반문연대)을 제안했으나 놀라울만큼 관심을 받지 못했다.

도리어 김종인은 반복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안철수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밝혔다. 아니, 그 수준을 넘어 사실은 안철수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도 많이 했다.

5.

“정치를 하고 싶으면 국회부터 들어가서 정치를 제대로 배우라”고 했더니 “국회의원은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는 사람들인데 왜 하라고 하느냐?”는 안철수에 대한 답변을 회고하면서 김종인은 “안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잘 안다. 그의 정치적 역량은 내가 평가 안해도 다른 사람들이 다 알 거라고 생각한다”는 발언까지 했다.

김종인의 이 인터뷰가 지난 9월 24일인데 약 3개월 동안 안철수와 갑자기 진일보한 교감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6.

하지만 현재 국힘당의 당권을 쥐고 있는 김종인과 달리 반김종인 세력에서는 안철수와의 연대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 중심에 (‘아빠찬스’라는 말에 분개해서 나를 고소까지 했던) 장제원이 있다.

장제원은 안철수가 야권 신당론을 주장하던 9월 말에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정치포럼에 안철수를초청해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야권의 혁신과제’라는 주제로 강연을 부탁하기도 했다.

7.

현재 국힘당 지지자들의 지지율을 상당부분 점유하고 있는 윤석열을 차기 대선의 후보로 만들어야 하니 ‘안철수가 서울시장이 되고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다’는 그림을 그리는 인물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단, 윤석열은 박근혜를 수사해서 감옥에 보내는데 일조한 검사라 여전히 친박 중심의 국힘당에서는 그의 입당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많을 것이고, 김종인은 자신의 당권 유지를 위해서 그들과 손을 잡는 포지션을 택하고 있다.

8.

때문에 윤석열의 거취에 대해서 국힘당이 아닌 제 3의 정치 세력화에 대한 전망이 꽤 있었던 것이고 이중 안철수와 홍준표가 적극적으로 윤석열을 끌어들어야 하는 동기가 강하다.

물론 겉으로는 손을 잡지만 내심은 “상대편의 지지율을 잡아 먹고 내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정치인들 특유의 셈법에 의한 것이다.

9.

그런데 안철수가 이렇게 뜬금없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것은 안철수가 김종인과의 교감이 없었다면 윤석열과의 교감 혹은 교감을 원한다는 신호일 수는 있다.

“대선후보는 너에게 양보할테니 서울시장은 나를 밀어라”는 식으로 말이다.

10.

자, 각각의 입장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안철수는 존재감이 점점 사라지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오랜만에 나섰다.

단 이번에도 지면 이제 마이너리그로 추락하는 것이고, 더이상 정치를 해야 할 이유도 없다. 때문에 사실상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를 자신에게 주면 자신은 대선후보를 포기하겠다는 나름의 모험수를 던진 것이다. 국힘당과 윤석열에게 말이다.

11.

둘째 국힘당의 김종인 입장에서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제안’이다.

이미 ‘촬스맛’을 여러번 경험한 김종인 입장에서는 안철수의 제안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김종인의 전략은 금태섭을 통해 중도층을 흡수한다는 전략으로 별도의 경선레이스를 준비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 레이스에 안철수가 들어오면 각종 경선 룰을 정하는 협상만으로도 머리가 깨진다는 것을 경험상 알기 때문이다.

금태섭 입장에서도 한때 주군으로 모시던 안철수와 경쟁을 하게 되면 어떨까?

12.

세째 장제원을 필두로 하는 국힘당내 반김종인 파벌에서 볼 때는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

만약 ‘윤석열의 검찰당’과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정말 하나로 만들어지는 구도가 되면 지난번 탄핵정국에서 유승민 등의 바른정당이 쪼개져 나오듯이 또 한번의 국힘당 분당사태도 가능하다고 본다. (이 대목은 진심으로 응원한다. 힘내라. 장제원)

오세훈이나 나경원은 모르겠지만 이혜훈 등 국힘당의 쩌리급들 후보들 역시 안철수와의 경선레이스에 대해 환영할 것이다. 경선과정을 통해 안철수를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13.

네째 윤석열을 필두로 한 검찰당에서는 일단은 환영할 것이다.

존재감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지만 한때 야권의 유력한 후보였던 안철수가 스스로 등급을 낮춰 서울시장으로 간다는 것은 자신을 차기 대선 후보로 이미 인정을 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혹은 그런 딜을 했을 수도 있다.

윤석열 입장에서는 국힘당에 입당하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안철수가 주장하는 야권 신당에 자신이 추대되는 형식으로 탑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좋은 그림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14.

물론 나는 안철수의 시나리오가 이번에도 제대로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추호 할배가 그렇게 호락호락 당할 사람이 아니고, 윤석열은 공수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안철수가 야권의 단일후보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각각 출마하면 현재의 지지율로 보면 안철수는 3위를 하는 것도 벅차 보인다.

15.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쩌면 안철수는 내가 지금 분석한 복잡한 합종연횡에 대한 교감이나 계산없이 그냥 자신만의 상상속에서 모든 그림을 그린 후에 '충동적으로 발표한 출마선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왜냐하면 그는 안철수니까…

#안철수출마선언의의미 #합종연횡과정계개편 #별생각없을수도있다 #검찰개혁과조국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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