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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브렉시트 노트

오늘 내일 중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되는 영-EU간 무역협정에서 현재 마지막까지 풀리지 않는 이슈는 어업 쿼터에 관한 부분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양쪽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서 타결이 되지 않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까지 양측의 무역협정에서 가장 큰 이슈는 북아일랜드 문제였습니다. Internal Market Bill로 선빵을 날린 건 영국 존슨정부였습니다. EU와의 브렉시트 협정문에 명시된 룰을 깨며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까지 들으면서 북아일랜드와 브리튼섬간의 교역을 지키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EU 입장에서는 판을 깨자는 거냐? 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었죠. 워낙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간의 국경 문제가 걸림돌이었기 때문에 EU쪽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달 초 꽉 막혀있는 협상의 물고를 트기 위해서 총리는 IMB의 문제되는 부분을 철회하기로 결정합니다. 엄청난 진전이었습니다. 혹자는 존슨 정부의 노림수였다고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브렉시트를 바라보는 존슨 정부의 시각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러나, 그 후 금방 타결의 수순을 밟을 것 같았던 협상이 계속 지지부진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어떤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는 딱히 알려지지 않았고, 지난 주 존슨 총리가 직접 브뤼셀에 넘어가서 EC 총재도 만나서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일요일에 끝내기로 했던 협상이 이번주 일요일까지 다시 연장됩니다. 어차피 다음주는 크리스마스 휴가가 시작되고, 일요일까지 뭔가 진전이 없으면 EU내에서 인준 자체도 힘들어집니다. 일단 EU 회원국들 간에는 긴급 인준을 할 수 있도록 조치는 취해 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어업 쿼터?

사실, 매년 12월 EU 회원국들 사이에는 각 나라별, 어업자원별 쿼터를 협의하는 CFP (Common Fisheries Policy) 회의가 열립니다. 여기서 각 나라가 어디에서 얼마나 어업활동을 할 지를 결정합니다. 당연히 영국도 그 테두리 안에서 정해진대로 조업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그 쿼터라는게 영국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아주 못마땅했습니다. 왜냐면, 영국 어부들이 영국의 EEZ 내에서 잡을 수 있는 물고기의 쿼터가 영국EEZ 내에서 잡을 수 있는 총 물고기 양의 3분의 1도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중국 어선이 우리 영해 (EEZ)에서 조업하는 문제에 국민들이 아주 민감하기 때문에 그게 어떤 것인지 잘 아실 겁니다.

그런데 알려진 숫자들이 재밌습니다. 영국은 현재 협상에서 60%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EU측은 15%를 주장하다가, 18%까지는 내 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 숫자를 보면 아마 영국 어부들은 눈이 뒤집힐 겁니다. “왜 우리가 그렇게 바보취급까지 당하면서 브렉시트를 했는데…”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EU측에서 판을 깨자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 정도입니다. 게다가 이 사안이 그렇게 중요한가? 하는 생각이 안들 수가 없습니다.

영국에게는 이 사안이 단순한 어업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이미 IMB 에 대한 입장 철회로 통 크게 양보를 한 상황이고, 이제 상대방이 무언가 양보를 해야할 시점이라는 입장입니다. IMB 이슈는 브렉시트의 제일 첫번째 모토였던, “Let’s take back control.” “Get our sovereignty back.” 중에 하나였습니다. 근데, 그런 중요한 걸 내 준 마당에 자국 영토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컨트롤을 의미하는 어업 쿼터까지 내준다는 건 말이 안됩니다. 어업 쿼터 문제는 이제 유일하게 남은 브렉시트의 상징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상황이니 60%도 많이 양보한 거죠. 경제적인 부분도 정말 말이 안되게 작습니다. EU 전체 GDP의 1%가 채 안됩니다. 근데 왜 EU는 양보할 생각이 없는 걸까요? 무슨 이유로?

EU측의 시각은 이렇습니다. 현재 영국 EEZ에서 영국쿼터로 잡히는 물고기의 3분의 2가 유럽으로 수출됩니다. 그나마 그 쿼터의 13%도 외국 회사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영국에 쿼터를 줘도 어차피 유럽으로 다 수출되고 있다는 뜻이죠. 굳이 쿼터를 늘려줄 필요가 없고, 있어도 영국 회사들이 소화하기 힘들 것이라는 겁니다. 영국 정부측에서는 그런 경제적 이유는 크게 상관이 없이 상징적인 것이기 때문에 목숨을 거는 것이고요. 그러니 협상단 입장에선 양보를 한 이후에 EU쪽 수산업계에서 이런 저런 경제적인 증거를 들고 나오면 딱히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도 없게 되는 것입니다. 거기에 수산업의 비중이 큰 EU 회원국이 비토를 할 위험성도 있구요.

협상이라는게 뭔가 양쪽의 이해라는 것이 같은 카테고리에서 상충해야 어떤 해결의 실마리가 나오는 법인데요. 현재 양쪽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진전이 없는게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현재로서는 EU측에서 영국쪽 주장을 수용하지 않는 한 타결이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은 지금 갑자기 치솟은 런던지역의 감염자 확산으로 난리가 나서 무역협정과 관련한 뉴스를 전하는 정치부 기자들이 온통 코비드쪽 기사만 내놓고 있습니다. 분위기를 전하거나 새어나온 이야기를 전하는 뉴스가 전무한 실정이라 답답하네요.

일찍 나가리가 되면 오늘 중으로도 결론이 날 수도 있고, 뭔가 논의가 수렴이 되면 일요일이나 되어야 소식이 나올 것 같습니다. 이래 저래 영국 뉴스는 아스트랄하기만 합니다.

결론이 나오면 소식을 따로 전하겠습니다. 라고 쓰고 나니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긴 합니다. 꽤 비중있는 뉴스로 여러 매체에서 다뤄질테니까요. 그래도 마무리 포스팅 하나 정도는 쓸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제 정말 끝이 보입니다.

2020.12.19. 18:15 이승주

 

 

 

조금 전 프랑스가 자정을 기점으로 모든 영국에서 프랑스로의 입국을 금지했습니다. 항공, 항만, 철도등을 이용한 어떠한 방법으로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는 48시간 동안의 일시적인 조치로서 EU 회원국들은 월요일에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이미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등 많은 국가들이 영국에서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도버-깔레 간 페리는 물론 유로터널을 통한 철도 연결도 모두 금지 되었습니다. 영국의 컨테이너를 유럽으로, 유럽의 컨테이너를 영국으로 수송할 경우 양쪽의 운전기사들이 페리를 이용해 수송을 하게 되는데, 그들은 딱히 숙소도 없고, 배달 후 바로 귀국하기 때문에 아무런 사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갑자기 날벼락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48시간을 설정해 놓고,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본국으로 수송하기 위한 프로토콜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도버 지역은 오늘(일요일)부터 시행된 Tier4 지역이기 때문에 어떤 호텔이나 숙소도 영업을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Tier4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습니다. 중간에 붕 뜨게 된 기사들에 대한 조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오늘까지 협상을 하기로 한 영-EU간 무역협정 협상도 일단 내일까지 계속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의견이 좁혀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동안 뭐하셨어요?) 이 분들도 당장 집에 가실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1월이 되기 전에 수입과 수출을 하려고 했던 영국 사업자들도 고스란히 물류대란의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만약 영-프간 물류가 계속 막히게 된다면, 영-EU간 교역에 노딜브렉시트 효과는 이미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됩니다.

한치 앞을 내다 볼 수가 없는 상황이 연말에 계속 터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불안한 연말을 보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네요.

에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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