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또 철수한다>
안철수가 또 출마한다. 안철수가 아니라 또 철수다. 서울시장에서 국회의원으로, 대통령에서 다시 서울시장으로. 무간지옥 같은 무한도전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이제 군수만 출마하면 선거의 그랜드슬램이다)
안철수는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만은 제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내년 4월 보궐선거, 안철수가 이기는 선거가 아니라, 전체 야당이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며 “대한민국 서울의 시민후보, 야권단일후보로 당당히 나서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사자후(?)를 토했다.
어쨌건 안철수의 출마로 일단 서울시장 선거의 흥행은 보장됐다. 안철수는 유행어 제조기다. 선거 때마다 "제가 갑철숩니다꽈~", "제가 MB아바탑니다꽈~" 같은 주오옥같은 유행어를 남겼다. 벌써부터 후보토론회가 기대되고 설레인다.
여기에 '국쌍' 나경원 여사까지 합류하면 역대급 서울시장 선거가 될 듯하다. 민주당에서 누가 후보가 될지 알 수 없지만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개그력은 야당후보들이 압도적 우세다.
그런데 안철수의 출마는 민주당에 호재다. 야권후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민주당은 유리하다. 안철수가 완주하면 당선은 확정이나 다름없다. 몸이 다는 건 국짐당이다.
안철수는 “문재인 정권은 민주주의의 적, 독재 정권이 되어가고 있다. 이 무도한 정권의 심장에 직접 심판의 비수를 꽂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며 “내년 4월 보궐선거 승리는 정권교체를 위한 7부 능선을 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안철수는 민주당이 아니라 국짐당에 '심판의 비수'를 꽂았다. 국짐당이 후보단일화를 거부하면 민주당은 정권재창출을 위한 '7부 능선을 넘는 것'이다.
아마도 안철수는 완주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야권단일후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단일후보가 될 생각도 없다. 지지율 5% 정당이 지지율 20% 정당과 경쟁해서 승리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마하는 건 국짐당을 협박해서 서울시장 선거를 야권통합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국짐당의 개무시로 굳게 닫혀 있는 통합의 문을 강제로 열려는 것이다.
안철수는 야권연대를 위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뿐 아니라 누구라도 만나서 연대와 협력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쪼그라들대로 쪼그라든 국민의당과의 당대당 통합을 국민의힘이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두 당을 통합한 국민의힘당은 좀 웃기지 않나?
그래서 안철수는 '아름다운 양보'를 구상하고 있을 것이다. 박원순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면서 '안철수현상'이 시작된 것처럼 선거 막판 국짐당 후보에게 양보해 보수판 '아름다운 양보'로 제2의 안철수현상을 만들어 보겠다는 토리(윤석열의 애완견)의 꿈을 꾸고 있다. 그래서 국짐당과 통합하고 대선후보가 되는 게 안철수의 얕은 수다. 'MB의 아바타'가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공학도들의 문제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빈곤하다는 것이다. 공학에서 1+1=2지만 인문학에서는 0이 될 수도, 1이 될 수도 있다. 근데 안철수는 "1+1이 왜 0입니꽈~"라고 핏대를 세운다. 아름다운 양보=안철수현상이라는 1차원적 등식은 정치학의 세계에선 전혀 통하지 않는다. 정치에서 같은 수를 두 번 쓰면 꽝이다.
유승준이 커밍아웃했다. 군대 가랬더니 태극기부대에 입대했다. 안철수도 유승준처럼 화끈하게 커밍아웃하고 국짐당에 입당하면 적어도 한쪽에서는 욕 먹지 않을 것이다. 괜히 잔머리 굴리다가 간첩으로 몰린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유행어는 "제가 간철숩니다꽈~"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