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저린 진실을 알리고자 했던 스승
-리영희 선생님, 81세 일기의 흔적을 더듬으며
모진 삭풍 불어대는 산천에
눈물 꽃이 피는 걸 보셔야 했던 지요.
하늘빛 암울하게 내려앉은 어둑새벽
뼈저린 비보를 만난 후인들 가슴마다
준비 안 된 망극함으로
성애가 진득하니 들러붙습니다.
믿음을 상실한 시대를 걷어내고자 했던
그 자취를 좇아 걷는 이에겐 그윽한 향이었고
진실의 꽃이었던 선생님이시였기에
비통, 비통으로 눈물꽃을 먼저 피웁니다.
이승과 저승의 길목에서
걸으셨던 산천 굽어보실
그 모습 아직 형형하기만 한데
저희들 마음엔 여전히 형형하기만 한데
먹먹한 가슴으로 잡는 손 물리치시고
단호히 떠나셔야만 했을 시간이셨던가요.
벅차게 진실을 외치던 울림 귓가에 여전한데
시대는 여전히 진실을 외면한 허구로 가득하고
어용의 펜 끝이 날카롭게 유린하는 현장
심장을 열어 치시던 호통 쟁쟁하건만
이제 섬세한 진실을 잊어야 한단 말인가요.
黃塵(황진)이 하늘을 덮은 새벽 길
다시 못 들을 맑은 목소리 그립습니다.
치열함으로 그리움을 배우게 하신 어른
정직으로 진실의 아름다움을 일깨우던 분
허망한 공소장 몇 구절로 囹圄(영어)의 오라를 지어
참 시대정신을 가두고 싶어 하던 저들 여전한데
이빨 으스러지도록 악물고 그 진실의 스승을
저희는 보내드려야 한단 말이지요.
버려질수록 진실이 빛나고
고통을 가할수록 아름답게 피우는 꽃이 된다는 걸
몸으로 정신으로 가르치신 참 진실의 스승
못 견디게 그리운 날을 맞고야 말았습니다.
세상에 글 빛을 밝히고자, 도리를 지키고자
자유를 박탈당하기를 마다하지 않으심에
향기로움은 더 크게 번지었고
모독의 역사에 당당히 일어서셨음에
시대의 정신으로 꽃이 피어납니다.
이 땅에 참 사랑의 들불이 번지고
막힌 물꼬를 터 동토 가득히
봄 물결 충만한 기운이 지피어 지듯이
시대의 빛으로, 진실의 꽃으로 지피신 큰 뜻에
따뜻한 존경의 마음 전하기 어찌 주저하고
눈물 곱씹어 마음 맑게 헹구길 어찌 주저하며
참 된 진실의 웃음이 넘실거릴 세상 여는 일
어찌 우리 주저하겠는지요.
저희 후인들의 다짐 믿으시어
세상 속 된 모습 잊으시옵고
풍진 세상 떠나시는 시간
편안히 영면의 길에 드시옵기를
진실의 스승 리영희 선생님 영전에
가장 깨끗한 꽃 한 송이 바치옵니다.
참 된 시대의 진실!
그 진실의 스승께 올리나이다.
“리영희 선생님은 정직한 언론인의 참된 표상이었습니다.”
벌써 만 10년 세월이 흘렀다.
그날 남해를 다녀오는 길에 오색으로 갈 버스가 끊겨 숙소를 잡고 저녁식사를 한 다음 노트북을 여관방에서 들여다 보다 리영희 선생께서 타계하셨다는 기사를 만났다.
이 시를 써서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낸 뒤 뒤척이며 밤을 보냈다. 다음날 점심시간 무렵 하루를 서울에 더 머물게 되더라도 빈소를 다녀와야겠기에 신촌으로 향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다.
기자는 오로지 진실을 다루어야 된다던 선생의 말씀은 지금도 뉴스타파를 통해 항상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