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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yeop Lee(이인엽)

이명박 대법원에서 징역 17년 확정.

보석 취소되고 즉시 수감 예정. 만기출소 시 96세.

박근혜의 최종 판결이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한 시대의 종결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 같다.

2018년 이명박 구속 때 친구공개로 썼던 글을 다시 꺼내본다.

 

 

<이명박의 구속을 보면서 드는 잡감들>

2007년말 이명박 대통령 당선부터 시작하면 거의 10년의 세월이 지나, 드디어 그가 구속이 되었다. 돌아보면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삶에 그가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가 참 깊었다 싶다.

1. MB의 추억

2007년 대선때는 이미 미국에 유학을 나와있었고, 이명박 대세론이 널리 퍼져있었던 때라, 충격 보다는 깊은 실망과 환멸, 조국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이미 알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그가 사기꾼, 범죄자에 욕망과 악덕이 충만한 사람인 것을. 이번에 전과 11범이란게 공식 확인되었다고 하는데, 당시에도 전과 14범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고, BBK, 도곡동 땅, 다스 등에 대한 의혹도 무성했고, 피해자도 많았으며, 이런 걸 몰랐더라도 그의 인상과 언행, 태도를 보더라도 형편없는 인격에 되먹지 못한 인간이라는 걸 감지하기 어렵지는 않았다.

63% 라는 역대 최하의 투표율이긴 했지만, 천백만이 넘는 국민, 투표자의 절반 (48.7%)이 그를 지지했고, 고작 26.1%의 지지를 얻은 2위 정동영 후보와 엄청난 격차의 압도적 지지로 그는 당선이 되었다.

당시 존경하던 목사님 중 한 분이, "이명박이 소가 뒷걸음 치다 쥐 잡듯이 사업가 마인드로 남북관계를 열 수도 있다"는 글을 쓰신 걸 보고 매우 황당했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예상대로 그의 임기는 불법과 악독으로 채워졌다. 부자 대기업 감세, 복지예산 삭감, 광우병 파동, 민간인 사찰, 고소영 강부자 논란, 언론 탄압, 용산참사, 사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의혹, 남북관계 파탄, 내곡동 땅 문제, 노무현 대통령 표적 수사와 사법살인, 그리고 2012년 대선에서의 불법 선거개입까지…

이명박근혜의 시간을 보내면서 절감했던 것은 조국의 운명과 나의 행복이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고통받은 많은 분들에 비해, 외국에 있었던 나는 직접적인 피해는 적었다. 하지만, 우리가 이뤄온 민주주의와 인권, 사회의식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리라는 소망과, 적어도 민주주의 발전과 남북교류협력 같은 부분은 후퇴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이명박근혜 정권하에서 처참히 무너져 내렸고,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우울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결코 존경할 수 없는, 한심하고 혐오스런 자가 우리를 대표하는 현실. 워싱턴에 살때 서점에서 이명박이 쓴 책이 영문판으로 나온 걸 보고, 부끄럽고 혐오스러운 마음에 안 보이게 돌려놓고 나왔던 기억도 난다.

많은 이들이 이야기 하듯, 이명박의 당선은 잘먹고 잘살기 위해서는, 윤리도 정의도 역사도 상관없다는 우리의 추악한 욕망이 만들어 낸 괴물이었다. 문제는 잘먹고 잘살게 되지도 못했다는 것. 인권, 민주주의, 언론자유등의 처참한 추락은 물론이고, 경제적으로도 한심한 성적표를 보였고, 수조원의 돈을 사자방으로 날려먹고 해쳐먹었다는데, 규모가 얼마나 큰지, 단군할아버지가 14억씩 연봉을 하나도 안쓰고 지금까지 모아야 만들어지는 돈이라고 하고, 태어나는 모든 아기들에게 천만원씩 쥐어줄 수 있는 규모라거나, 그 돈으로 전국 대학생 등록금을 다 내고도 남는다고 하니, 나라가 유지된게 신기할 정도이다.

아무리 돈귀신이 씌였어도 그렇지, 도대체 무슨 미친 생각으로 그런 짓을 벌였을까? 혹자는 이명박의 가난이나 돈에 대한 집착 등의 심리적인 분석을 하기도 했는데, 아무리 욕망에 한계가 없다고 하지만, 미친짓의 규모가 너무 거대하고 세계적이다. 일본 오사카 출생, 생모에 대한 논란, 한일협정을 반대하고 데모를 주도했다는 대학생을 박정희가 현대에 취직하는데 도움을 줬다는 거나, 이상한 구석이 참 많다. 최순실 박근혜 이명박 같이 찍힌 사진을 봐도 역사의 우연이라고 보기는 참 힘들다 싶은데, 정말 그 뒤에 무엇이 있는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2. 반성하지 않는 이들, 역사의 걸림돌이 된 교회

박근혜의 구속에 이은 이명박의 구속을 보면서, 그들을 찍은 수많은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내 주위에는 이들을 찍은 사람 자체가 많지 않지만, 찍은 사람중에 반성한다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아직도 이명박근혜가 잘했다는 사람들은 대화가 안 통하니 할말이 없지만, 잘못되었다는 걸 인정하는 사람들 조차, 사람 볼 줄 모르고 분별력 없고 자기 욕망에 속았던 생각은 안하고, 그럴 줄 몰랐다, 정치인에 속았다 정도인 걸 보면, 인간이 얼마나 자기 합리화에 능한 존재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명박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한국의 대형 교회들이 저지른 역사와 민족에 대한 죄는, 광화문 앞에 석고대죄해도 부족하지만, 그런 양심선언을 하는 목사들은 역시 볼 수 없다. 당시 완전히 맛이가서 뉴라이트 전국연합을 이끌던 김모 목사를 비롯해, 그놈의 장로 대통령 만든다는 말로, 사기꾼에게 지지를 몰아준 수많은 목사들. 이제는 기대감조차 없지만, 한국의 많은 교회들이, 어떻게 이리도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발전과 정의를 가로막는 한심한 집단이 되었는지 수치스럽고 한탄스러울 따름이다.

지금도 카톡괴담 같은 거짓 정보가 가장 활발하게 생산, 유포되는 등, 최소한의 거짓과 진실에 대한 분별력 조차 갖추지 못하고, 성경과 사회에 대한 해석 능력, 역사의식, 정의감, 인권의식과 약자에 대한 공감, 악에 대한 분노를 찾아보기 힘든 곳, 거짓에 끌려다니고 악한 지도자가 이용해 먹기 가장 쉬운 집단이 바로 기독교인들이라는 것은, 자신들만 모르는 우리사회의 공공연한 상식이 되어 버렸다.

이명박 구속을 지켜보던 주진우 기자가 “이명박 각하! 감옥에 가서는 제발 예수믿으세요. 돈만 믿지 마시고...”라고 말한 것은 모든 교회들에 주는 메시지가 아닌가 한다. 예수를 잘 믿는데 세상 보는 눈이 어두운 것이 아니다. 하나님을 진실하게 사랑하는데, 약자를 업신여기고 악한 권력자를 칭송하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근혜 시대를 만들어낸 기독교인들은, 예수를 믿고 성경을 이해하고 실천하는데 총체적으로 실패했다. 이는 목사, 신학자, 성경교사, 기독교 지식인이라고 칭하는 모든이들의 처참한 실패요, 영원히 수치스러워 해야할, 역사와 민족앞에 저지른 죄악이다.

이런 사회현상을 보면서 참 기이한 것이 있다.

악하고 무지한 사람들의 선택으로 불의와 고통을 당하는 것은, 선하고 지혜롭고 죄 없는 사람들이고, 또한 망가진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희생을 치르는 것도 선하고 지혜롭고 죄 없는 이들이란 점. 또한 이들이 피눈물 흘리며 불의와 싸울 동안, 악한 이들은 불의한 세상에서 이익을 누리며 기뻐하고, 무지한 이들은 자신들이 무슨짓을 했는지, 그로 인해 무슨 결과가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 채, 관심없이 살아간다. 그리고 겨우 세상이 바로 잡히면, 악한이들은 변명하거나 모른척하고, 무지한 이들은 역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무관심하거나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다.

3. 한 시대를 떠나 보내며

이명박근혜의 시대가 없었다면 나와 우리의 삶은 어떠했을까?

적어도 지난 10년의 지독한 우울은 없었겠고, 개인적으로 훨씬 생산적이고 희망차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면 이명박의 구속을 보면서 시원하기도 하지만, 나와 우리의 10년 행복을 앗아간 저 악마같은 인간에 대한 분노가 솟구쳐 오른다.

물론 엄청난 의미와 교훈이 있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정의, 평화가 이렇게 쉽사리 무너져 내릴 수 있고, 우리가 적극적으로 싸우고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역사의 교훈이다. 삼성이라는 거악이자 흑막의 실체, 자칭 보수정당의 실체도 많은 이들앞에 폭로되었다. 고통스럽지만 그것이 우리를 가르치시는 하나님의 방법은 아닌가 생각도 해 본다.

개인적으로 이명박근혜를 생각하고 기도하면서 떠올렸던 성경의 인물들은 아합과 이세벨이었다. 나봇의 포도원을 빼앗고 거짓된 재판으로 죽음으로 몰아넣는 사건에서 보듯이, 탐욕으로 가득차 희년의 정신을 무너뜨리고, 약자들을 등쳐먹고 의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아합왕 같은 이명박. 자신의 가문에서 우상숭배를 가져와 이스라엘에 광범위하게 정착시키고, 자신을 비판하는 선지자들을 탄압하고 공포와 독재를 자행한 이세벨 왕비 같은 박근혜. 그들의 시대에 선지자들은 죽임을 당하고 의인들은 숨어버리며, 엘리야도 자신만 남았다는 우울과 침체의 시간을 보냈다. 하나님의 정의와 공평보다 우상숭배가 제공하는 탐욕과 쾌락을 사랑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은, 사기꾼도 좋고, 독재자 아버지를 찬양하는 역사 왜곡도 좋다는 우리의 모습에서 다시 발견된다. 개들이 그들의 피를 핥고 고기를 먹을 것이라는 아합과 이세벨에 대한 예언이 이뤄졌듯, 이제 이명박근혜의 시대가 끝나고 있다. 역사의 저주 같은 악독한 이들의 역할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빅픽쳐'는 이뤄져 간다고 하겠지.

만일 촛불 혁명과 박근혜 탄핵이 없었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이명박근혜를 찍고서 이득을 본 악인들과,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파악못하는 무지한 이들은, 다시 안철수나 반기문 같은 어이없는 아저씨들을 지지하고, 다시 언론 조작과 거짓정보 유포, 불법 선거개입으로 정권이 연장되었다면, 아마도 '이명박의 빅픽쳐'가 현실화 되어, 공소시효도 끝나버리고, 이들의 범죄행위를 밝혀내기도 힘들게 되었을 수도 있다. 세월호 피해자 분들이나 고통당한 이들의 억울한 목소리도 완전히 묻혀 버리고, 정의를 바라는 이들은 실망하거나 고립되고 흩어져 힘을 잃고, 우리 사회의 적폐와 기득권 체제가 완전히 공고화 되고, 내각제 개헌 등을 통해 일본 자민당의 영구집권 같은 체제가 도래하고, 온전한 삼성 공화국이 되며, 분단이 영구화 되거나 전쟁이 발발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상상하고 싶지 않은 미래를 막아준 것은 역시, 정의를 사랑하고 악에 분노하는 국민들의 촛불이었고, 이제 우리는 많은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있다. 이 시기 동안 목숨걸고 욕먹고 위협당하면서 의혹을 제기해온 이들에 대한 감사도 잊을 수 없다.

2007년 대선이 실망과 환멸이라면, 2012년의 대선은 충격과 멘붕이었다. 이명박의 5년을 보고서도, 박근혜를 찍은 사람들에게 할 말을 잃었고, 심각한 우울함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당시 광고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만들었다는, 모두 수고하셨다는 위로 영상에 깔렸던 “좋은 나라”라는 음악을 들으면, 아직도 그 처연한 기분이 되돌아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두분이 대선 패배 이후에 눈을 치우면서 마음을 다잡았다는 이야기도 기억난다. 힘들 었을 그 분들이 절치부심하며 준비한 결과, 이제 재조산하와 적폐청산의 시대를 보며 다시 조국에 대한 사랑과 소망과 믿음을 회복한다.

역사는 정말 길게 봐야 한다. 이 민족을 진정 버리셨는가, 우리의 죄가 너무 커서 다시 돌이킬 수 없는가 두려웠던 날들을 지나, 이제 하나님의 은혜와 정의를 시대를 다시 바라본다.

박근혜와 이명박의 구속과 함께,

역사의 교훈은 간직하지만,

마음의 고통과 우울은 지나가는 한 시대와 함께 떨쳐보내고 싶고,

찌그러졌던 마음을 새롭게 하고 싶다.

그래서 간만에 이런저런 넋두리를 써 본다.

“하나님,

당신은 숨어계시는 분.

역사의 흐름속에, 보일듯 말듯한 당신의 그림자.

금새 마르는 풀처럼, 쉽게 떨어지는 꽃처럼,

연약하고 낙심한 우리.

오래 침묵하셨던 주여, 당신의 영광을 비추소서.

시들고 메말랐던 우리 다시 일어나,

정의와 평화를 노래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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