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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혁

-- 꼰대로서 할로윈에 대해 --

할로윈은 수입 축제일이다. 검색해보니 그 근원이 로마 카톨릭인지 그냥 유럽의 미신인지 좀 모호하다.

보니까 남미, 아일랜드, 미국 등이 전부 축제를 행하는 방식이 죄다 다르다. 유럽에선 이거 안 하는 동네도 많은 것같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할로윈 파티의 모습은 미국 방식이다. 주로 (초딩)아이들이 악마, 마녀 등 코스튬 분장을 하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과자(사탕) 안 주면 장난 칠 겁니다" 라고 외치고 사탕을 받아 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워낙 넓다 보니 이런 형식도 곳곳이 다 중구난방인 듯하다. 아들이 공부하고 있는 동네를 가 봤더니 거긴 할로윈 밤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애들이고 뭐고) 개미새끼 하나 없다. 다들 낮에 몇몇 이웃들끼리 그냥 사진 찍고 노는 게 다였다.

농장 하는 집이 있어서 거기서 호박을 잘라 놓고 애들이 물감으로 그림 그리고 노는 정도였다. 고등학교에서 따로 코스튬 행진을 하기도 하는데 학생 자율에 의해서 한다. 무슨 준비물 안 갖고 왔다고 야단치고 왜 너는 코스튬 안해 이러는 거 절대 없다. 하고 싶은 애들만 옷 구해다 입고 나오는 분위기.

원래 축일, 축제 이런 거는 수입되면서 그 지역 문화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되기 마련이긴 한데 21세기 들어서 한국에 수입된 "이태원식 할로윈"은 좀 특이하다. 괜한 반감 가지지 말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첫째 그날 밤 이태원 전체가 아예 발을 들이댈 데가 없을 정도로 미친 듯이 사람이 운집한다. 그리고 꼭 밤에 하는 축제로서 당연히 여기에 애들따윈 없다. 모두 젊은 남녀들이다. 코스튬을 하는 건 할로윈답지만 노출이 심한 간호사나 교복 등 뜬금없이 성적 코스튬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할로윈'의 중심이 평소의 행락 거리였던 홍대 이태원이라는 점도 역시 이상스럽다.

이게 '문화'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만, 이걸 대체 무슨 문화라고 해야 하나?

우리 좀 놀겠다는데 신경 끄고 니 일이나 하시죠 꼰대씨. 라는 말이 귓가에 들리는 듯한데 문제는 기존 "한국식 할로윈 파티" 거리의 인구 밀집도가 장난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질병관리청에서 경고를 하고 있지만, 몇 달을 제대로 장사를 못했던 클럽과 유흥주점들 입장에선 지금 거리두기 1단계로 풀어진 상태에서 무슨 방법을 쓰든 손님을 더 더 끌어모으고 싶을것이다. 근데 그런 경고가 과연 들릴까. 그리고 나는 모르겠다. 축제는 평소에 너무 열심히 살면서 경직된 마음을 풀어주고 분출시키는 면에서 모두에게 힐링의 의미가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21세기 한국식 할로윈엔 아이들, 노인들, 중년층 등등은 전부 빠져 있고 시골이나 동네들도 빠져 있다. 오로지 유흥가에만 존재한다. 밤 새고 술 먹고 놀 곳 찾는, 일부 도시 청년들만의 유흥 문화가 돼 있는 것같다. 그저 이건 지하에서 길거리까지 좀 더 '확장된 클럽 문화'에 불과한 것은 아닐른지. 올해도 이대로라면 힐링은 커녕 코로나 할로윈이 되쟎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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