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웅교수

페이스북 2020. 10. 26. 15:12

박순경 선생님, 편히 가시옵소서.

1991년 미국 뉴욕에서 <북미기독자회의>가 열렸다.

여기서 “북미”란 North America.

박순경 선생님을 처음 뵈었던 날이었다.

칠십이 가까운 나이에 어찌 그리도 고우신지.

말씀도 참 조리있게 하시고

민족이 겪고 있는 분단의 고통에 대해

진심으로 아파하시면서 그 여리여려한 몸으로

당차게 말씀하시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이 회의에는 북에서

주체사상 연구소장 박승덕 박사도 참여했다.

기독교와 주체사상의 대화가 주목된 회의였다.

박순경 선생님은 평소,

통일을 위해 기독교가 할 일은

주체사상과 깊이 대화를 하는 일이라고 하셨다.

지금은 돌아가신 홍동근 목사님,

그 뒤를 이어 향린교회를 담임하고

은퇴 이후 통일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조헌정 목사님,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시 미주 통일 운동의 산봉우리로 역할을 하셨던, 한인 최초이자 유일한 미국 장로교 회장을 지내신

고(故) 이승만 목사님.

이 즈음에 함께 활동했던 분들이 모두 떠오른다.

그 즈음 나는 뉴욕의 유니온 신학대에서

조헌정, 정현경 (유니온 신학대 교수) 등과 함께 공부했고 뉴저지의 드류 신학대에는 #박충구 (나중에 감신대 교수로 은퇴)가 유학생이었다.

드류는 박순경 선생님이 박사학위를 받으신 학교이고, 유니온은 그가 에큐메니칼 운동에 참여한 현장이었다.

이 시기 뉴욕에서는 지금 미국 정치의 중심에 들어가 중요한 역학을 하고 있는 #김동석 미주 한인유권자연대 대표가 청년 활동가로 활약중이었고, 한인이민자들을 위해 열심히 기여하는, 이제는 중견 변호사가 된 박동규(#AndrewPark) 역시도 아직 창창한 젊은이로 기독교 운동가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뉴욕은 미국에서 펼쳐진 한국 민주화와 한반도 통일운동의 거점이었던 것이다. 그런 까닭에 뉴욕에서 열린 <북미기독자회의>은 미 전역의 관심사였다.

박승덕 소장과의 대담은

그 시절 한길사 #김언호 대표가 열정적으로 펴냈던 <사회와 사상>에 실렸다.

동구권이 무너지던 시기, 북의 몰락도 사방에 예견되었던 때였다.

박승덕 소장은 주체사상의 골자를 매우 정밀하게 정리했고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북은 자신의 사상적 골격을 제대로 갖춘 국가구나,

무너질 리 없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민족사의 내면에 흐르는 의식을 총체적으로 집약하는 노력을 하는 국가,

이런 국가의 정치철학과 기독교가 서로 만날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믿은 박순경 선생님.

그의 <통일신학>은

서구 신학의 세례를 받고 성장해온 한 여성신학자가

민족을 위한 "우리의 해방신학"을 정립한 열매였다.

그로 해서 박순경 선생님이 겪으신 고초가 또 얼마나 깊었는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여전히 통일된 민족의 미래에 대한 꿈을 잃지 않으신 분.

이 나라 지식인들의 정신풍토는

90년대 말에 들어서서는

서구의 포스트 모더니즘 철학 사조에 휩쓸려

80년대의 열정을 망각한 채 민족주의를 낡은 것으로 질타하고

지금껏 그것이 가지고 있는 세계사적 문제의식을 저버린 상태다.

자기 안에 갖힌 역사의식은 그것이 민족주의든 뭐든

다 타개해야 할 바이다.

그러나 우리가 성장시켜온 민족주의는

거대한 제국주의의 지배와 맞서서

자신의 존엄과 주체성, 그리고 인간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너무나도 소중한 역사의식이다.

우리의 민족주의는

인류사적 차원의 사상과 기조다.

군사력과 한 몸이 된 거대한 자본의 지배와 그 폭력에 저항하고

해방된 인간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치열한 투쟁이기 때문이다.

민족은 상상의 공동체가 아니라 현실의 역사단위다.

그건 인류의 몸이다.

그 몸이 잘려나가고 부서진 상태에서 인류가 성할 리 없다.

박순경 선생님은 그걸 보신 것이다.

민족의 아픔이 있는 자리를 돌보지 않는 신학,

그것은 가짜라는 것이다.

박순경 선생님의 <통일 신학>은

그래서 우리에게 여전히 휘날려야 할 깃발이다.

https://youtu.be/F58oMva04DY

#박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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