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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 비가 오네요. 차 한잔을 마시는 손은 파르르 떨립니다. 세월의 무상이 잔상으로 남아, 흐느끼고 있네요. 창밖에 비가 오네요. 세월이 비를 맞고 아쉬운 여운을 내고 있네요. 흐느적 거리는 일상들이 울고 있네요. 나는 손수건으로 비를 맞네요. 가슴까지 타고 오르는 시간을 어쩔수 없네요. 눈에도 빗물되어 흐르네요. 살았던 흔적을 잡고 나는 이렇게 서 있네요. 비가 오는지 아니면 나에 바람을 맞는지 모른째 그렇게 서 있네요. 차디찬 가슴을 안고 창밖을 바라보네요. 창밖에 비가 오네요. 흔들리고 있네요. 커피 한잔에 나는 흐느끼네요. 한잔에 추억과 한잔에 아픔과 한잔에 기쁨을 썩어 보네요. 이 비가 그치면 봄을 알리는 지상에 잔치가 춤을 추고 있네요. 창밖에 비가 오네요. 그리움을 넣고 그리움을 따라 비가 오네요. 더보기
제비꽃 부끄러워 부끄러워 몰래 피었네. 남들이 볼까봐 몰래 피었네. 하늘을 찬양하고 바람이 일면, 무너지는 가슴을 안고 피었네. 혼자 피었네. 화려하지도 알려지지도 않는 작은꽃이라네. 변두리에서 그렇게 방긋 웃고 있다네. 비가오면 비가 오는대로, 밣히면 온 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하늘과 구름과 바람을 이불삼아 피어있네. 어느 꼬마에 눈길에 작은 몸짓은, 가녀린 몸을 뽐내고 있네. 같이 놀았네. 서로가 가슴으로 놀았네. 나는 들판에 잊혀진 꽃이라네. 내가 봄바람속에 꽃을 피우는 것은, 나를 알아주는 생명에 빛이라네. 나는 있어도 없어도 되는 존재가 없는 몸짓이라네. 나는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감사와 기쁨으로 산다네. 나는 나는 작은꽃 나는 작은꽃이라네  더보기
논에서 겨울내내 얼었던 논은 하얀 이를 드러낸다. 봄이 지상에 잔치가 울리면, 속으로 감춰진 젖가슴을 드러낸다. 어린 꼬마들은 옷이 젖는줄도 모르고 엎어지고 깨어지며, 엄마같은 부드러운 젖살에 키스를 한다. 우리가 마음이 부드러웠던 것은 우리의 몸으로 흙을 느끼며, 말없이 사랑을 나누었기 때문이다. 물이 찬 논에는 우렁이와 물고기들이 산다. 겨울잠을 자고 깨어난 개구리들이 자신의 번식을 꿈꾸고, 한올 한올 희망이 소녀의 마음처럼 영글어 간다. 저멀리 산언덕에는 새들이 노래하고, 농부들의 일손이 바빠만 진다. 누렁소는 하늘을 먹고 여물을 먹는다. 마음속으로 봄을 맞는다. 못자리에서 농부의 막걸리는 꽃을 피운다.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따라, 꽃들이 축복해 준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