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페이스북

Dooil Kim

12/31 올해 마지막 글: "서두르지 않고 지치지 않기"

1.

1997년 12월 18일 김대중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 사실 별 감흥은 없었다. 아직 정치에 대해 잘 모르던 시절이기도 했지만 IMF가 시작된 시점이었다. 청춘 임에도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 생존을 걱정하던 시기였다.

김대중은 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투쟁, 인권, 특히 대북과 외교 정책 면에서는 대한민국의 불세출의 인물이지만 지역주의의 한계와 구시대의 정치는 어쩔 수가 없었고 때문에 그의 시대 정치는 일반 시민들의 참여 영역은 아니었다.

2.

정치를 일반 시민들의 참여영역으로 확대시킨 인물은 단연 노무현이다.

그는 모든 부조리에 저항하고 바로 잡으려고 했고 또 한편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을 진심으로 실현하려고 했다. 그의 사상, 그의 실천은 대한민국 모든 것에 있어 시대를 앞서갔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2002년 12월 19일 노무현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던 날을 잊을 수 없다. 그날은 정말 기뻤다.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믿었다.

3.

그런데 세상은 바뀌지 않더라. 도리어 후퇴했다.

대통령이라는 가장 높은 지위까지 국민의 힘으로 선출된 인물이 올라갔는데 의외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권위주의 시대처럼 찍어 누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다 들어주고 민주적 방식에 의한 의사결정을 하고 고질화된 지역주의까지 타파하려고 하니 어느 순간 모든 국민이 대통령 탓을 하고 있었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왜 세상을 제대로 못 바꾸냐고….” 라며 그를 탓했다.

4.

비극적으로 노무현을 보내고 나서야 대통령 한명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기득권의 실체’라는 것을 본질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기득권의 이해관계는 그 무엇보다 우선했다. 이익 앞에 신념이란 티끌 같았다. 신념을 위해 싸우던 우리 진영의 소중한 사람들이 대중들의 무관심 속에 희생되었다.

5.

그가 죽음으로 지키려는 것,

그가 죽음으로 알리려는 것,

그가 죽음으로 보여주려는 것,

그 모든 것을 그의 죽음 이후에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6.

그런데 검찰이 조국 일가를 멸문지화 수준으로 탄압을 하는 것을 보니 아직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은 최후의 보루가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사람들에 의해 기득권을 지키는 수단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될 무렵 또 한번 좌절감이 왔다.

누구보다 현명하고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으면서 인내심까지 강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치력과 투쟁력을 동시에 갖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나서도 그깟 외청 공무원 하나를 어쩌지 못하는 현실은 법대로 심판해야 할 법관이 법을 농락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7.

정확히 1년 전 오늘, <공수처법>이 통과되고 <검경수사권조정안> 통과를 앞두고 있었고 새로운 법무부 장관의 취임을 앞두고 있었을 때 나는 1년 후에는 세상이 바뀌어 있을 줄 알았다. 2002년 12월 19일 노무현이 당선되었을 때 처럼 말이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오늘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또 한번 기득권 카르텔의 실체를 확인했을 뿐이다. 중앙행정부, 지방행정부, 입법부를 선거를 통해 장악하고도 어쩌지 못하는 이 현실을 과연 바꿀 수는 있는 것일까?

짜증도 나고 두려움도 생긴다. 또 내가 왜, 무엇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하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8.

하지만 어쩌겠는가? 마음을 다시 한번 잡아본다.

서두르면 지치고, 지치면 포기하고, 포기하면 망한다.

그래서 나는 2020년 마지막 날인 오늘 외친다

“서두르지 말고, 지치지 말고, 포기하자 말자”

9.

2020년은 어찌어찌하다 보니 매일 글을 올렸다. 이것도 일종의 연속안타 기록같은 느낌이라 나도 바쁜 와중에 매일 실천했지만 새해에는 굳이 그것을 의식하지 않고 글을 쓸 작정이다.

내 졸문을 읽는 분들이 많아져서 졸지에 페이스북 인플루언서라는 평가를 듣고 있지만 나는 학교로 보나, 학위로 보나, 사회적 지위로 보나, 내 전문분야로 보나, 무엇보다 내가 가진 재능과 깊이 그리고 통찰력으로 보나 현재 정치 시사 분야에서 과도한 관심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맙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다만, 당분간은 내가 믿는 것은 향해 그러니까 내 신념을 위하여 계속 글을 쓸 작정이다. 그 글이 우리 사회에 조금이나마 좋은 영향을 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10.

모두들, 한 해 수고 많았습니다. 올해는 모두가 힘드셨을 겁니다.

내년에는 저도 그리고 여러분들도 좋은 일만 생기기를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주장합니다.

“서두르지 말고, 지치지 말고, 포기하지 맙시다”

#새해인사 #서두르지말자 #지치지말자 #포기하지말자 #검찰개혁과조국대전

'페이스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재인 대통령  (0) 2021.01.01
Chang Bong Lee  (0) 2021.01.01
Dooil Kim  (0) 2021.01.01
Edward Lee  (0) 2021.01.01
정재훈  (0) 2020.12.31
배병호  (0) 2020.12.31
Hyewon Jin  (0) 2020.12.31
정환희변호사  (0) 2020.12.31
김주열  (0) 2020.12.30
민경국  (0) 2020.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