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페이스북 생활을 위하여》
1.
저는 페이스북에 글을 잘 올리지 않습니다. 보통 두어 달에 한번 정도 글을 올립니다. 세상과 사람들을 변화시키겠다는 무슨 거창한 뜻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2.
사람은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더욱 그러합니다. 사람은 자발적인 동기가 있어야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변해 갑니다. 내가 몇 마디 말로 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오만이고 건방진 생각입니다. 내가 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나의 느낌과 생각을 남들에게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3.
그냥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보고 그것에 공감하는 사람이 얼마쯤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페이스북에 글을 씁니다. 그리고 잘못 되어가는 세상의 어떤 흐름에 나는 동조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최소한의 몸짓을 보여주기 위해 글을 씁니다.
4.
이런 이유로 저는 토론하거나 논쟁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글을 쓰지 않습니다. 페이스북은 최소한의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는 장소일 뿐입니다. 토론하기에 적합한 장소가 못 됩니다. 자유롭게 토론하기에는 너무 협소한 공간입니다.
5.
그러므로 저는 남의 담벼락 안으로 들어가 토론하거나 시비 걸거나 논쟁하지 않습니다. 공감하는 글이 있을 때만 들어가서 공감하고 댓글을 답니다. 나와 다른 의견이 있으면, 아! 이런 의견도 있구나!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느끼는 사람도 있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그냥 지나갑니다. 생각이나 느낌이 달라도 공들여 쓴 글이 있으면 간혹 수고했다는 의미로 공감을 꾹 눌러주기도 합니다.
6.
그게 친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담벼락 안에서는 저의 친구들도 저에게 그런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시기를 바랍니다. 저와 생각과 느낌이 다르다면 그런 느낌과 생각은 자기 담벼락 안에 논리적으로 체계적으로 차분하게 적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지나가다가 저도 차분한 마음으로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저의 담벼락 안에서는 이런 원칙에 따라 댓글을 삭제하거나 친구를 차단하겠습니다. 댓글에 달리는 인신공격성 비방이나 욕설, 모욕성 댓글은 모두 삭제할 것입니다. 심한 경우는 차단하고 친구 관계를 끊도록 하겠습니다. 말꼬리 잡기식의 논쟁 글도 사양하겠습니다. 논쟁 글은 논쟁하기 좋아하는 다른 친구에게 가서 하기 바랍니다. 자꾸 싸움을 거는 사람도 차단하겠습니다. 저는 싸우기 위해서 친구가 된 것이 아닙니다. 제 글에 정말로 절대적인 착오가 있다면 차분하게 예의를 갖춰서 납득할 만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 지적해 주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은 모든 논쟁 댓글은 사양하겠습니다. 저희 집 담벼락 안에서는 제가 왕이므로 그렇게 운영하고 관리하도록 하겠습니다.
7.
글은 마음의 거울입니다. 마음의 얼굴입니다. 자기 글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평소에 자기가 마음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마음의 근육이 어떻게 생겼는지, 자기의 마음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잘 생겼는지 못생겼는지, 알 수 있습니다. 못생긴 자기 외모를 보고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많아도, 못생긴 자기 글을 보며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못생긴 외모를 가진 페친은 환영하지만, 못난 글을 함부로 쓰는 페친은 인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못된 글은 자기 일기장에나 쓰시고, 남의 집 담벼락 안으로 함부로 들이밀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 명랑한 페북 세상을 만들어 갑시다. 부디 저의 이런 운영 방침을 페친 여러분들께서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의 이런 방침이 영 불편하시다면 저와 페친을 끊으셔도 좋겠습니다.
요즘 자주 글을 쓰게 됩니다. 올해는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고, 연말을 조용히 침잠하며 지내려 했습니다만, 사정이 여의치 않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페친 여러분 모두 건승하시고 평안히 송구영신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강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