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페이스북

김동규교수

1.

<검찰> 두 글자를 둘러싸고 나라 전체가 격통을 앓고 있다. 워낙 에너지 소모가 많다 보니 이제 검찰개혁 이야기 그만 하자는 분들이 적지 않다. 소위 개혁 피로감이다.

윤석열 거취를 둘러싼 충돌이 블랙홀처럼 여타 핵심적 사회적 의제에 대한 주목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지적도 크다.

(교수연구자들끼리 모여 성명서 발표하고 기자회견 하면서 치열하게 싸우다 보니) 그런 연장선상에서 검찰개혁이 지금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분배구조개혁, 노동개혁, 언론개혁, 종교개혁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시급한 과제가 얼마나 많은데 아직도 검찰개혁에 매달리느냐고, 사람들이 질문을 던진다.

내가 생각하는 바, 2020년 현재 한국 사회에서 검찰개혁이 관건적 중요성을 차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검찰은 단순히 법조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득권 체제의 일개 구성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검찰은 일제 식민과 해방을 거쳐 1세기 이상 구축된 남한 기득권의 중추적이며 정예화된 결집체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국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과두 지배체제를 유지시키는 전략적 핵심고리이기 때문이다.

2.

그러한 핵심 링크(link)로서 검찰권력이 무너져야 기득권 동맹의 붕괴가 시작된다고 확신한다. 철옹성 같은 그들의 댐을 허무는 첫 번째 균열구멍, 그것이 바로 검찰개혁인 것이다.

지난 1년 간 진행된 검찰개혁 국면에서 극우정당, 보수언론, 근본주의기독교의 3각편대가 왜 그렇게 패악을 부렸겠는가? 그들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검찰 기득권이 무너지면 기득권 언론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신을 팔아 탐욕을 추구하는 극우 종교집단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수구 정당의 발밑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거시적으로 경제기득권의 부정의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이 단순한 사법정의 실현을 넘어 분배구조개혁, 언론개혁, 종교 개혁 등 한국 사회 대개혁을 이끄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3.

이 나라에서 가장 힘이 센 것은 “돈”을 무기로 세상을 장악하고 휘두르는 자본권력이기 때문이다. 자본의 그 같은 막강한 권력행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관료집단이기 때문이다. 환경감시견(watch dog)역할을 스스로 포기하고 기득권의 애완견이 된 보수 언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남한 과두 기득권 동맹의 핵심 당사자이자 합법적 안전장치로 작동해온 집단, 검찰이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75년 동안 혁명을 부르짖고 개혁을 부르짖는 지식인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심지어 4.19와 6월 항쟁을 거치면서도 위에서 열거한 남한 사회 핵심 기득권에 대한 본원적 혁파를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해낸 적이 있는가?

이왕 시작했으니 검찰개혁 하나부터라도 뿌리를 뽑고 넘어가자고 호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야 우리 앞에 산처럼 남아있는 더 크고 중요한 개혁과제들에 대한 자신감과 도전의지가 생긴다고 나는 믿는다.

'페이스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수진의원  (0) 2020.12.28
허원기교수  (0) 2020.12.28
살구나무  (0) 2020.12.28
이병철  (0) 2020.12.28
[한국리서치] 법원 판결 ‘믿지 못해66% >신뢰29%’, ‘AI판사 선택하겠다’48%  (0) 2020.12.28
Victor Fredric  (0) 2020.12.28
정재훈  (0) 2020.12.28
여준성  (0) 2020.12.28
김형준  (0) 2020.12.27
Tae Hyung Kim  (0) 2020.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