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서는 좋지 않은 상황이다. 윤석열에 대한 직무정지에 실패한 데 이어 징계에 대한 집행정지에서도 실패했고 윤석열은 바로 직무에 복귀했다. 윤석열의 임기는 7개월이 남았는데 징계 재판에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결국 윤석열은 임기를 마칠 수있게 되었다. 당장 추미애의 장관 임기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졌다. 대통령이 사표 수리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윤석열의 상황이 아주 호사스러운 것은 아니다. 추미애의 장관 임기가 유동적이다. 장관이 바뀐다고 윤석열에 유리한 것도 아니다. 임박한 검찰 인사도 있다. 공수처는 곧 출범한다. 장모 문제도 있다. 7개월이 그리 긴 시간도 아니다. 어차피 정부와 여당의 협조를 받지 못할 상황이다. 그러므로 추미애의 마지막 조치가 원하는 만큼 작동되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윤석열의 승리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무엇을 얻었다고 승리가 되나? 고집과 상처만 남았을 뿐이다.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작금의 유감스러운 상황에 대하여 페친 여러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미꾸라지 하나가 온 냇물을 흐리는 것처럼 검사 하나가 온 세상을 흔드는 Wag the dog의 상황이 참으로 지켜보기 불편합니다. 검찰총장에게 주어진 알량한 권력을 이용하여 정부를 흔들고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국민들을 힘들게 하면서 기회를 보고 간을 보는 투박한 고집스러움과 철벽같은 안하무인의 태도가 성장기의 어떤 특성을 반영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러나 페친들께서는 너무 놀라거나 지나치게 분노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검찰을 보거나 법원을 보면 상황이 여러 모로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세상을 흔드는 또다른 사건이 발생할 상황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앞에서도 간단히 짚었습니다. 더구나 정부가 엄연히 작동하고 있고 정부의 국정운영이 위기에 빠진 것도 아니므로 심하게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임기 말의 상황이어서 시국이 소란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소란은 소란일뿐 대통령과 정부와 여당이 이 상황을 능히 안정적으로 끌어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정치는 여전히 불안정합니다(트럼프가 하는 짓을 보니 우리가 미국보다는 나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과거 한국정치를 흔들었던 몇몇 장면을 생각해보면 그나마 지금의 상황은 상당히 좋은 편이고 매우 안정적입니다. 검사들이 퇴임한 노무현 대통령을 흔들고 결국 돌아가시게 만든 상황이 먼저 떠오릅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검사와 판사들이 짜고 수많은 시국사건과 조직사건, 간첩사건을 만들어냈던 나랍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가 한밤중에 총칼로 국민을 도륙하면서 권력을 훔쳐가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후보에 대한 사법살인이 있었고 유신에 저항하던 인사의 의문사도 있었고 3당합당이라는 희대의 야합도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하나같이 끔찍한 장면이지만, 우리는 이 수많은 고지를 맨몸으로 넘어 지금의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정치검찰 몇이 법치주의라는 이어령비어령의 구호를 흔들며 국정을 농단하고 국민을 겁박하는 이 사태에 너무 마음쓰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모든 국민들이 부패한 기득권 집단의 발호를 경계하면서 검찰개혁의 대의를 지켜나간다면 자연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일 것입니다. 정부도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여당은 개혁입법에 매진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역사의 큰 물길로, 국민의 거대한 뜻으로 돌돌거리는 산골 물 같은 이 상황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기를 바랍니다. 7개월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가 신경써야 할 일은 매우 많습니다. 오늘의 이 상황이 우리에게 약이 되는 전화위복의 상황을 만들도록 더욱 힘써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