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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혁백교수

브라질이 모로 연방판사가 주도한 사법쿠데타는 한국의 검찰사태에 많은 시사점과 교훈을 주고 있어서 페친 여러분과 의견을 나누고 싶습니다. 오전에 올린 글이 사라져 버려서 다시 올립니다. 댓글을 달아주신 페친분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브라질에서 정치화된 사법세력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1. 모로의 ‘세차작전’

모로 (Sergio Moro)는 민주화된 브라질의 엘리트 연방판사 (federal judge, *브라질에서는 판사가 검사역할도 한다)였다. 2014년 모로는 이태리의 정치부패를 소탕한 ‘깨긋한 손’ (Mani Pulite)을 모델로 하여 ‘세차 작전’ (Lava Jato, Operation Car Wash)의 수석 판사(head judge)가 되어 브라질 정치인들과 고위 공직자들의 대규모 돈세탁, 거대한 반부패 스캔들, 뇌물과 공금유용 사건 수사를 지휘하여 수많은 선출직 정치인들과 고위 공직자를 구속시키고 사법처리하여 국민들로부터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세차작전’ 수사는 이태리의 ‘깨끗한 손’ 수사와 방법과 목적이 달랐다. 모로는 세차작전 수사검사들에게 예비구금제도를 이용하여 구속을 유도하고, 대중의 분노를 폭발시켜 용의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할 것과 언론을 통해 사건을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관련 정치인들과 고위공직자들을 공격하라고 수사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깨끗한 손’과 “세차작전‘의 근본적인 차이는 수사 목적에 있다. 순수한 반부패 수사를 목적으로 하였던 ‘깨끗한 손’과는 달리 브라질의 ‘세차 작전’은 민주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사법쿠데타였다.

모로 연방판사가 주도한 ‘세탁작전’을 통한 사법쿠데타는 브라질 집권당인 노동당(PT)과 정부 인사들을 구속시켰고, 2016년 5월 13일 룰라의 후임인 노동당 여성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Dilma Roussef)를 예산작성 규칙위반 혐의로 탄핵시킴으로써 완결되었다.

2. 사법쿠데타의 연속과 브라질 민주주의의 후퇴

그러나 모로의 사법쿠데타는 후임 민선정부로 연장되었다. 사법쿠데타 세력은 2016년 호세프를 계승한 미셰우 테메르 (Michel Temer) 대통령을 전복시키기 위한 시도에 들어갔다. 2017년 6월 26일 테메르 대통령은 검찰총장인 로드리고 하노트(Rodrigo Janot)에 의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테메르는 하원의장인 로드리고 마이아의 도움으로 탄핵 소추를 면하였으나, 식물대통령으로 남은 임기를 마치고 차기 대통령에 출마하지도 못한 채, 2018년 과거 군부독재 시절 대령출신인 포퓰리스트 볼소리노 (Jair Bolsorino)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나 볼소리노와 사법쿠데타 세력은 집요하게 테메르를 공격하였다. 볼소리노 정부에서 법무장관으로 임명된 모로는 2019년 3월 21일 테메르를 ‘세탁작전’ 수사 중에 일어난 범죄혐의로 체포하였으나, 안토니오 아티에 (Antonio Athie) 항소법원 판사에 의해 테메르는 석방되었다.

모로를 중심으로한 사법쿠데타 세력의 민주주의 공격은 2017년 노동당(PT) 출신의 세계적 민주화 지도자인 룰라 (Luiz Inacio Lula de Silva) 전 대통령을 돈세탁과 간접적 뇌물수수혐의로 구속시킴으로써 절정에 달했다. 모로의 룰라 구속 목적은 룰라가 2018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함이었다. 볼소리노는 모로를 법무장관에 임명되면서, 사법(justice)과 공공안전(public security)을 모두 관할하는 ‘슈퍼 법무부’ (super ministry)을 관할하는 권력을 부여하였다. 그러나 모로는 2020년 볼소리노가 연방경찰청장을 해임한데 대해 항의하면서 법무장관 직을 사임하였다. 사법쿠데타 세력의 주역인 모로가 이번에는 무능하고 부패한 포퓰리스트 대통령 볼소리노를 공격한 뒤, 자신이 스스로 대통령 후보로 나설지 주목된다.

모로를 중심으로한 사법쿠테타 세력은 검찰, 사법부, 언론, 대기업, 보수정치세력간의 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로에 의해 가택수색을 당한 발림 (Rafael Valim) 판사는 룰라의 UN 인권위원회 제소를 담당하고 있는 로버트슨 (Geoffrey Robertson) 변호사와 함께 세미나를 열어서 ‘세차작전’을 사법전쟁 (lawfare)이라고 비판하였다. 사법전쟁은 비대칭전쟁(asymetric warfare)의 한 형태로 적을 이기기 위해 사법적, 법률적 전략을 체계적으로 동원하는 전쟁이다. 로버트슨 변호사는 모로가 세차작전 당시 편파적이었음이 드러났다며 ”이제 룰라를 석방하고 사법방해죄로 모로와 특정 검찰과 경찰관이 처벌받아야한다고 주장했다.“

브라질의 사례는 신흥 민주주의 (emerging democracies)가 과거처럼 총과 칼을 동원한 군부 쿠데타에 의해 전복되는 것이 아니라 검찰과 언론이 사법권력과 법률지식을 동원해서 소리없이 민주주의를 전복시키는 스텔스적(stealth)인 방식으로 전복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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