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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won jin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 순수함에 대한 갈망]

'호밀밭의 파수꾼'은 뉴욕 토박이 작가 Jerome David Salinger 의 1951년 책입니다.

해마다 미국 대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 100선의 1~2위 안에 꼽히고, 유명 출판사들이 선정하는 20세기 최고 영미 문학작품 100선에서도 1~2위 안에 들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지만, 막상 독자들 사이에서는 평이 엇갈리곤 합니다.

스토리 위주의 흥미진진한 작품을 열망하는 독자들은 '시시하다'고 평가하지만 심리와 배경 묘사를 통해 내용을 파악하고자 하는 진지한 독자들은 cult처럼 열광하는 작품이 이 소설입니다.

주인공은 홀든 콜필드라는 뉴욕 출신의 16살 고등학생인데, 형이 헐리웃 영화 작가로 일하는 L.A. 인근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는 상태에서 전년도 크리스마스를 앞둔 며칠간을 회상하는 이야기입니다.

홀든은 맨하탄의 부유한 가정 출신인데, 바로 아래 동생인 앨리가 사망한 이후 신경쇠약에 걸린 예민한 어머니와 사회적으로 성공한 아버지의 강요로 명문 기숙 고등학교를 전전하지만 각 학교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합니다.

직전 해에도, "우리 학교는 사회 최고위층의, 최우수한 지도층만 배출하는 명문 학교입니다"라고 무수한 광고를 해 대지만 막상 학생들은 속물인 등 광고와 전혀 다른 기숙 학교에 다니면서 환멸을 느낀 채 거의 전 과목에서 낙제합니다.

급우들과도 마음을 터 놓는 진실한 대화를 하지 못한 나머지 더 이상 학교에 남아있고 싶지 않은 마음에, 방학 시작 며칠 전 무작정 기차를 타고 자기 집에 있는 맨하탄으로 돌아옵니다.

방학 시작 전에 돌아온 것을 부모님이 알게 되면 또 꾸중을 들을까봐 염려가 된 홀든은 호텔 머물며 시험삼아 성매매에 도전해 보지만 막상 여성이 나타나자 슬퍼져서 의욕을 상실한 채, 되려 포주에게 흠씬 얻어맞고, 고향 친구들을 만나보기도 하지만 핀잔을 듣거나 심리적 동질감을 얻지 못하면서 다시 낙담하게 됩니다.

그 때 유일하게 애정을 쏟을 수 있는 대상으로 10살짜리 여동생 피비를 떠올린 홀든은 한밤중에 몰래 집으로 들어가 피비를 만나 동생의 순수함에 무한한 안도감을 느끼지만, 부모나 학교나 사회가 요구하는 조건에 도저히 적응할 수 없음을 깨닫고 다시 떠나겠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피비는 고사리 손으로 그간 모아뒀던 용돈 1만 4,300원을 꺼내 오빠에게 건네주는데, 돈을 받자마자 홀든은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면서, 평소 피비가 가장 좋아했던 자신의 빨간 사냥모자를 건네주고 도망치듯 집을 떠납니다.

다음 날 그랜드센트럴역(서울역 비슷한 정류장)에서 밤을 샌 홀든은 피비가 있는 학교로 쪽지를 보내 "나는 서부로 떠날건데 마지막으로 한 번 만나자"라고 메세지를 전하고, 한참 후 약속 장소로 나온 피비는 오빠와 같이 가려고 뚱뚱한 여행가방에 옷가지를 잔뜩 챙겨 온 상태였습니다.

그런 동생의 모습을 본 홀든은, 갑자기 자기가 모범생인 여동생의 인생까지 망칠까봐 화가 나 집으로 돌려보내려고 하지만 완강한 고집쟁이 피비는 울면서 오빠를 따라가겠다고 떼를 씁니다.

이윽고 두 사람은 동물원에 가기로 하고, 동물원 안에서 회전목마를 타는 피비를 바라보는 홀든은 갑자기 쏟아진 비에 홀딱 젖은 상태에서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생의 모습에 무한한 행복을 느낍니다.

책의 제목은 주인공이 여동생과 나누는 대화에서 유래합니다.

피비 :오빠 이번에도 낙제해서 일찍 온 거지?

홀든 : 일부러 낙제한 게 아니야, 그냥 모든 게 다 엉망이라서 그래

피비 : 오빠는 항상 모든 게 엉망이라고 하쟎아

홀든 : 항상 그런 건 아니야

피비 : 그러면, 오빠가 정말 되고싶은 건 뭔데?

홀든 : 왜, 그 노래 제목 있쟎아, 호밀밭을 걸어가는 사람에 대한 거.

피비 : 그 노래가 왜?

홀든 : 있쟎아, 호밀밭이 펼쳐져 있다고 해봐, 그 끝에는 절벽이 있다고 해 보자고, 난, 그 호밀밭에서 애들이 뛰어놀 때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사람이 되고싶어.

결국, 홀든은 피비의 순수함과 애정에 감복해서 서부로 떠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하면서 제법 훈훈한 결말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처럼 처음 접했던 대학생 시절부터 현재까지, 읽을 때마다 매번 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시각에서는, 자신의 진정한 장점이나 취미보다는 주위의 기대에 따른 코스를 거치기를 욕망하는 부모님으로 인해 개성이 말살되는 답답한 현실을 마주하는 주인공에게 공감하게 됩니다(저희 집 아니고, 친구들 ㅋ).

조금 더 자라 사회의 구성원이 되면, 누군가가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붙잡아주고 싶다는 홀든의 희망에 공감하게 됩니다.

더 커서 사회의 성숙한 일원이 되면, 실제로는 모두의 신뢰를 배신하고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어 엉망진창인데도, 홀든이 학교의 광고 문구에 역겨움을 느꼈던 것처럼 "우리는 최고의 도덕과 법, 원칙을 추구하는 곳입니다"라고 광고하는 무수한 단체와 기관을 보면서 느껴지는 혐오감을 공유하게 됩니다.

회사 2년차 때부터 '공안, 특수에 발탁'된다는 것이 실제로는 '조작'과 '거래' 그리고 필요에 따라 '덮기'에 능할 것을 필요조건으로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발탁'이라는 개념에 홀든이 느꼈던 구토감을 느껴왔습니다.

최근, 부실하게 구성된 대형 사모펀드 사건에 직장 구성원들이 다수 연관되어 있다는 관계자의 진술이 자주 보도되는 것을 봅니다.

'특수통'으로 발탁되면 공무원 뇌물사건도 수사하게 되지만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증권예탁원, 예금보험공사, 금융정보분석원 등 주요 금융관련 공기업에 수 년씩 파견돼서 금융감독기구 구성원들과 인맥을 쌓게 되고, 그러한 인맥을 이용해, 100억원대 주식을 선물로 받고도 무죄 판결을 받았던 진경O 전 검사장처럼 이후 금융거래에 편의와 특혜를 얻거나, 자신과 인맥을 맺은 사람이 금융범죄로 수사를 받게 될 경우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후배를 통해 무마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아울러, 각 검찰청의 '감찰'전담도 독식해서 혹시나 문제가 될 경우 문제 있는 구성원은 덮어주고,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별건으로 '엮어버리는' 뒷처리도 담당하게 됩니다.

어떤 조직이나 기구 또는 기관도 순수한 설립 목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순수함을 갈망하는 것이 어리석은 행동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왕성하게 활동할수록 조직이나 기구가 설립된 목적의 순수성이 더욱 굳건히 지켜질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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