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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주변호사

기술의 진화

페친들, 10월 9일 금요일 KBS 시사직격에서 “메이드 인 중앙지검”이라는 제목으로 이른바 “입법로비” 사건을 다뤘잖아.

한명숙 전 총리 1, 2차 사건, 입법로비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차례로 내놓은 작품으로 “메이드 인 중앙지검 특수부 3부작”이라고 부를만 한데, 사건들을 들여다보면 점점 제작기술이 정교해져감을 알 수 있지.

우선 한 총리 1차 사건은 페친들도 잘 아는, 대한통운 곽영욱 사장이 총리공관에 초대되어 오찬을 나누던 때에 인사청탁 명목으로 뇌물 5만 달러를 주었다는 혐의의 사건이야.

2009. 12. 4. 조선일보가 1면 톱기사로 보도하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고, 2010. 4. 9. 1심에서 무죄선고가 난 끝에 항소심, 상고심까지 줄곧 무죄가 선고되었어.

이 사건에서 검찰의 기술점수는 높게 평가할 수가 없지.

패인을 분석해 보면 말야.

첫째는 표적인 한 전 총리를 제거하기 위한 협력자인 곽 사장에게 당근을 미리 줘 버렸다는 거지.

이 사건에서 곽 사장은 뇌물공여죄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죄(횡령)의 두 가지 죄로 한 전 총리와 함께 기소되었는데, 기소 시에 횡령액을 대폭 줄여주었고 또 증권거래법위반죄에 대해서는 이미 내사종결했거든.

이런 혜택을 이미 받았으니 곽 사장이 공판에서 적극 협조를 할 이유가 없는 거야.

2차 사건의 한만호와 같이 진술을 번복한 것은 아니나, 2010. 3. 11. 공판기일에서 “5만 달러를 한 전 총리에게 직접 준 게 아니라 식탁 의자에 놓고 나왔다. 한 전 총리가 이를 알았는지 여부는 모르겠다”고 무성의하게 증언해 버렸거든.

이건 곽영욱 자신의 전략이었을 수도 있어. 뇌물공여죄로 기소되어 있는데, 신빙성있게 진술했다가 스스로 죄를 덮어쓰는 게 되잖아.

둘째는, 당근을 미리 준 게 곽 사장의 뇌물공여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이유가 되어 버린 거야.

곽 사장이 전국의 지사에 비자금을 조성하여 상납하도록 한 건데, 총 조성액이 240억이 넘었고, 부산지사가 그 중 160여억으로 가장 규모가 컸지.

그런데 곽 사장은 사적인 사용이 확인된 37억원 부분만 기소한 반면에, 곽사장의 지시를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부산지사장은 비자금 조성액 전액을 기소해.

자, 이에 관한 1심 판결 이유 중 일부를 보기로 해.

“이00(부산지사장)의 경우에는 비자금으로 조성된 금액 전체를 일단 기소하고, 피고인 곽영욱의 경우에는 사적으로 사용된 것이 확인된 것만 기소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 기하여, 이00의 변호인들은 수 차례에 걸쳐 담당 재판부에 이 점을 지적하며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심지어 실무작업만 하고, 개인적 착복금액이 없는 정00의 횡령금액이 피고인 곽영욱의 횡령금액보다 더 크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검사는 두 사건의 사안이 다르다고 주장하나, 이러한 차별적 기소로 보이는 점이 피고인 곽00이 이 사건 뇌물공여 진술을 하게 된 것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든다”

또한 곽 사장의 증권거래법위반죄에 대해서, 검찰은 일부는 공소시효 완성 및 일부는 무혐의의 내사종결을 했어.

그런데 부당하게 내사종결이 된 게 아닌가 확인해 보려고 법원이 기록을 제출하라고 했는데 검찰이 내놓지를 않네. 그러자 1심 판결은 이렇게 판결에 명시해.

“구 증권거래법 위반 내사사건에 관하여 이 법원이 2010. 2. 3. 자로 문서송부요구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검사는 위 기록이 내사기록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응하지 아니하였다. 이러한 태도는 피고인이 위 증권거래법 위반 내사사건에서 검찰로부터 어떠한 이익을 받고 있는지에 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검사가 재판에 협조하지 않는 데 대해 재판부의 노여움이 가시지 않았던 것 같아. 내사기록을 볼 수 없었음에도 검찰의 무혐의 결론이 부당하지 않은가 하고 설시해버려.

“피고인이 사장 퇴임 직후에 모든 주식을 전량매도한 것은 검사의 설명과 달리 더 이상 내부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차익실현으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또한 만약 피고인이 위 거래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였다면 우리사주구입을 장려하는 마당에 굳이 차명을 이용하여 거래하였을까 하는 의심도 든다. 차명계좌를 제공한 이도 스스로 차명 거래 기간 동안,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세 번째는 검사가 현장의 사전답사를 하지 않고, 오찬시의 의전에 관해서 알아보지 않은 데서 온 디테일의 부족이지.

오찬장이 있는 총리공관 1층은 뇌물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한적한 장소가 아니였던 거야.

내부에만 경호인원 5인, 관리팀 5인이 근무하고, 외부에도 22인의 경비팀과 10인의 경호인원이 있었지. 특히 오찬이 있는 날이면 호텔 직원들을 포함한 외부인들이 들락거리는데, 문제의 오찬장은 외부를 향하여 큰 창문이 나 있었다는 거야.

한편 검사는 오찬을 베푸는 주인이 먼저 앞장서서 나가면 손님을 쫓아내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총리가 제일 나중에 나간다고 억지를 부렸는데, 총리가 먼저 문을 열고 나와 손님을 인도하면서 배웅하는 게 관례라고 관계자들이 증언하네.

그런데 곽영욱은 검사가 주는 당근도 당근이지만, 지병 때문에 검사의 강요를 견딜 수 없었던 것으로 보여져.

70세에 중증의 협심증과 관상동맥협착증을 앓고 있었는데, 부인을 하는 날에는 자정, 심지어 새벽 두시까지 검사실에 붙잡아 두거든.

게다가 검찰은 피의자면담제도라는 걸 만들어내서 피의자신문과 다르다면서 변호인의 참석조차 허용하지 않았어.

곽영욱은 검사가 소환하는 것에 대하여 얼마나 압박감을 느꼈는지에 대해 이렇게 말해.

“들어가서도 밤에 잠을 잘 못자고 증인은 심장환자이기 때문에 기온에 민감한데 날씨가 추워서 잠을 잘 못잡니다. 페트병에다 뜨거운 물을 담아서 가슴에 안고 자야 좀 나은데... 날씨가 추워서 옷을 다 껴입고 자도 추워서 못자요. 그런데 또 부르면 심장이 조여서 식은땀이 나면 교도관들이 다 와서 옷을 벗겨서 입히고 그런 때에 생명의 위협을 느낍니다”

두번째 작품인 한 총리 2차 사건은 1차 사건의 1심 판결 선고를 앞둔 하루 전날, 그리고 지방선거를 10여일 앞두고 동아일보의 검찰이 한 전 총리의 새로운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는 보도로 시작돼.

검찰은 1차 사건과는 달리 한만호는 정치자금법위반죄로 기소하지 않아. 그리고 회사에 상당한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하여 두었다는 게 확인되지만, 한만호는 횡령죄 기소도 면하게 돼.

그러나 이 사건은 페친들도 잘 아다시피, 한만호가 진술을 번복하자 수감자들까지 동원하여 한만호의 뒤집어진 진술을 탄핵하고 그래서 한만호는 위증죄의 처벌까지 받게 되지.

마지막의 “입법로비 사건”은 검찰이 그간의 실패를 반성적으로 고려하여 기획한 나름의 역작이라고 생각해.

한 전 총리 1, 2차 사건과는 달리 1심부터 상고심까지 전부 유죄를 받아냈으니까.

검찰은 2014년 6월 김민성 이사장의 교비횡령 혐의에 관하여 서울예술종합학교를 압수수색하다가 별건인 입법로비의 단서가 발견되어 내사를 벌이게 된 것이라고 발표해.

그런데 문제는, 본건인 교비횡령보다 별건인 국회의원들의 뇌물죄가 먼저 기소되는 데다가 김 이사장은 거액의 뇌물을 제공하고도 뇌물공여죄에 대해 입건유예 처분을 받아.

김 이사장이 횡령 혐의로 기소된 시점은 2015. 12.인데, 신계륜, 신학용 의원이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고 김재윤 의원은 징역 4년이 확정된 뒤야.

나는 이게 다 한 총리 1, 2차 사건에서의 교훈인 거라고 봐.

첫째는 먹튀방지를 위해서 표적들의 사건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당근을 주지 않는 거지.

개심하여 진술을 번복할 위험이 있으니 적어도 1심이 종결되기 전까지는 회유협박의 수단을 들고 있어야 하지 않겠어. 곽영욱 사장 건에서 보듯이 검찰이 정하는 횡령액은 고무줄인 거 잖아.

둘째는 한 전 총리와 곽영욱을 수뢰죄와 뇌물공여죄로 공동기소한 한 총리 1차 사건과는 달리, 김 이사장의 뇌물공여죄에 대하여 기소하지 않았지. 기소할 경우 김 이사장이 무죄를 다투다가 검찰이 노리는 표적까지 놓치게 될 위험이 말이야.

그리고 이 사건에서는 보존기간의 만료로 자동삭제되었을 CCTV 영상을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단 말이지.

이건 영상을 각본 구성을 위한 자료로 미리 임의제출받았으나, 표적수사의 의심을 받게 될까봐 나중에 압수수색으로 새로이 확보하는 기술을 부린 거라고 봐.

이렇게 검찰의 제작기술은 발전해 온 것이지.

최근의 채널에이와 한동훈 검사장 검언유착 사건에서는 동티날 경우까지 대비하여 검사들이 발빼기 위해서 수사를 하청준 것이라고 봐.

그런데 기자인지 검사인지 분간이 안 가는 채널A의 이동재 기자가 이철 씨에게 “ 줬다고만 해라 나머지는 우리가 다 알아서 한다”고 했다는데, 이게 다 검찰의 축적된 기술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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