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키지 못한 약속을 대신 실행해주시는 추미애 장관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고 김홍영 검사와 유족들도 무척 기뻐할 것입니다. 제 마음의 빚도 덜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검찰의 조직문화가 바뀌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추 장관님께서 추진하고 계신 법무 검찰 개혁을 시민의 한 사람으로 응원하며, 빠른 시간 내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길 소망합니다. 개혁을 막는 여러 장애물은 ‘추풍’(秋風)에 모두 날아가 버릴 것이라 믿습니다
한가위 연휴 첫날, 고 김홍영 검사가 마지막 근무했던 서울남부지검 검사실을 찾았습니다.
한적한 청사 안, 초가을 한자락 볕을 타고 내려온 그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노란 국화꽃 위로 잠시나마 머물며 작은 위안과 안식이나마 얻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해 봅니다.
영정 사진을 대신해 동고동락했던 동료 수사관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눈에 띄었습니다.
해맑게 웃으며 화이팅을 외치는 김 검사의 모습이 괜시리 안타까워 저도 모르게 한참을 보고 또 보다가 절로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거대한 조직문화에서 한 젊은 신임 검사가 감당해야 했을 분노와 좌절, 중압감과 무력감, 그리고 점점 더 희미해져 가는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터질듯한 갈망이 오늘을 살고 있는 제게도 숨막히듯 그대로 전해져 옵니다.
그대의 빈자리는 그저 다른 검사로 채운다고 채워지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검찰의 권력화가 빚은 비뚤어진 조직문화에 대한 구성원들의 대참회와 인식과 태도에 있어 대전환이 없다면 제2, 제3의 김홍영 비극은 계속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형성된 상명하복식 검사동일체 원칙은 지난 70 여년 간 검찰의 조직문화를 지배했지만 오히려 검찰 조직의 건강성을 해치고 국민의 신뢰만 상실했습니다.
정권은 검찰총장만 틀어쥐면 얼마든지 검찰을 통치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었고, 검찰은 그 댓가로 무소불위 권한을 누리며 이 정권에서 저 정권으로 갈아타기하며 비굴한 권세를 유지해 왔던 어두운 시절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일부 정치검찰은 정권 혹은 언론 권력과 결탁하여 주요 사건을 조작, 은폐, 과장하며 혹세무민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국민께 부끄럽고 송구한 일입니다.
검사 개개인이 상관의 부당한 지시와 억압에서 벗어나 법률전문가로서 정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인권을 옹호하는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바꾸겠습니다.
검찰개혁은 법과 제도에 이어 문화와 사람의 개혁에 이르러야 완성될 것입니다.
그때까지 우리는 고 김홍영 검사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기억하겠습니다.
1년 전, 조국 전 장관께서 고 김홍영 검사의 아버님께 약속드렸던 작은 명패를 조만간 준비하여 부산에 계신 아버님을 모시고 소박하게나마 그 약속을 지켜드리고자 합니다.
유족분들께 한가위 작은 위안이 되기를 바라며 거듭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렵고 힘든 시기에 맞는 한가위입니다.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