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요훈

페이스북 2020. 9. 2. 12:21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지요. 드라마 속의 의사들을 보면서 의사들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졌을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 의사들은 드라마 속에만 존재합니다.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지요.

때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거악에 맞서 은폐된 진실을 추적하는 기자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 기자들은 현실 세계에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취재수첩 펴놓고 부르는 대로 받아쓰기에 열중하지요.

그뿐인가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지도 않습니다. 사실을 왜곡하고 조작하여 민심을 호도하는 사악한 짓도 서슴지 않습니다. 언론이 아니라 어느 한쪽에 편향된 정치집단의 선전도구를 방불케 하지요. 그러하니 ‘언론은 제4부’니 ‘사회의 등불’이니 하는 서사는 머리에서 삭제해야 언론에 속지 않고 세상을 바로 볼 수 있습니다.

기레기라는 멸칭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기자들과 언론이 자초한 것이지요. 그 결과가 국민의 언론 신뢰도가 세계 꼴찌라는 성적표로 나타난 거구요. 이제는 누구도 기자라는 직업을 선망하지도 존경하지도 않을 겁니다. 욕이나 안하면 다행이지요.

감시와 비판의 사회적 기능을 하는 언론이라고 하여, 언론의 자유가 있다고 하여, 기자와 언론에 특별한 대우를 해선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러한 기능과 자유를 기득권 지키는 방종으로 오남용하며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으니까요. 흔히들 공무원을 일컬어 영혼이 없다고 하지만 기자들이 그렇습니다. 우리는 월급이라는 밥그릇에 영혼을 팔았습니다.

의사들의 진료 거부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합니다. 남들보다 공부 좀 잘했다고, 수능점수 좀 더 받았다고, 그리하여 의사가 되었다고 위세가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우월의식, 특권의식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습니다. 공부와 인성은 비례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시험 잘 보는 머리와 논리적 사고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합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슬기로운 의사는 없겠구나 생각을 합니다.

의사들도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우월의식 때문인지 그들은 극도로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며, 거침없이 극우성향마저 드러내는 의사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 정도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오죽하면 ‘의베’라는 말이 나올까요. 의사들은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말이 무슨 뜻이지 알게 됐습니다.

머리만 좋다고 좋은 의사가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좋은 의사는 성적순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수능시험에서 정답 몇 개 덜 맞췄다고 돌팔이 의사가 되는 건 아닙니다.

의사가 부족하고, 지방으로 갈수록 의사 구경하기가 힘든 의료 사각지대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킬 의무가 있고, 국민에게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합니다. 의사가 모자란다고 하니 의사 시장을 개방하고 의사가 되는 진입장벽을 낮춰야겠습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는 게 자본주의 시장의 원칙입니다. 의술이든 인성이든 부적격 의사는 시장에서 퇴출하는 장치도 있어야겠습니다.

오죽하면 의대생들이 자격시험을 거부하고 의사들이 면허증을 찢고 가운을 벗어던지고 진료 거부를 할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니었습니다. 특권의식으로 가득 찬 밥그릇 지키기 투정이었고, 코로나19 상황을 역이용하여 미운 대통령과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반정부 정치투쟁이었습니다.

직업과 무관함에도 의사들의 행위에 분노한 페친이 찾아낸 자료를 보니, 병원에 고용된 한국의 월급쟁이 의사들의 인건비는 OECD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은데, 이스라엘과 스페인은 우리보다 적고 칠레와 터키는 우리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의사들의 월급이 많은가 봅니다. OECD 국가에서 의사들은 다른 월급쟁이들보다 평균 2.75배의 임금을 받는데, 한국의 의사들은 5.45배를 받는다고 합니다.

의사들의 진료 거부 덕분에 의료에 대해 많이 알게 됐습니다. 조만간 전 국민이 의료 전문가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형편에 의사들의 적정한 보수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도 국민들이 정하게 될 겁니다. 의사수가 많은지 적은지, 진입장벽을 낮춰야 하는지도 국민이 결정하게 될 겁니다. 이 나라는 공산국가가 아닌 민주국가이니까요. 이번에 보니 의사들이 공산국가를 지독히도 싫어하더군요. 기자인 나도 그렇습니다.

의사들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집단행동 덕분에 의사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급속히 하향평준화될 것 같습니다. 덕분에 우리 사회는 직업으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평등한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더 진화합니다. 그래서 나는 특권의식을 과시하며 우월감의 희열을 느끼고 있을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환영합니다.

아, 하나 더. 의사들이 진료 거부를 하는 병원들의 이름에서 ‘성모’라는 성스러운 글자는 쓰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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