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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이 나라 민중이 이뤄낸 성과!”

'최장집', 한때 존경받던 한 지식인의 몰락은 이런 역사 인식의 분열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미 그 진행과정이 보이긴 했어도 이렇게까지 망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대강 이런 요지다.

“이승만은 불가피한 분단체제를 내다보고 자유민주주의로 남한을 편입하는데 성공했고, 친일파를 폭넓게 국가기구에 흡수해서 북한의 군사화에 대응했다. 친일파를 동원해서라도 자신의 역사적 임무를 진보적으로 완수했다. 그는 냉전분단체제에서 남한을 민주국가로 만든 장본인이다.”

과연 그런가?

불가피했던 미-소 냉전체제에 저항했던 이들의 역사적 존엄이 외면되고, 이승만이 친일파를 끌어들여 독립운동의 맥을 잘라버린 엄청난 과오는 그대로 묵인되고 은폐된다. 이것이 뿌리가 된 독재와 분단. 대미 종속의 역사는 지금까지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누구나 역사는 대단히 복잡하다는 것을 안다. 그 복잡계의 지층을 뚫고 본질적인 목표를 향해가는 힘을 발견하는 것이 지식인의 임무다.

게다가 마르크스의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을 어떻게 여기서 이런 식으로 인용할수 있을까? “인간은 스스로 자기 역사를 만들어나가지만,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자신이 선택한 환경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주어지고 전수받은, 이미 존재하는 환경 하에서 역사를 만든다.” 주어진 조건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마르크스 독법의 한계는 바로 거기서 드러난다. 그 조건에 묶이기도 하지만 바로 그 조건을 뛰어넘는 변화를 지향하는 것, 그것이 바로 마르크스의 역사인식과 실천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봉건체제에서 자본주의가 나오고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를 꿈꿀 수 있었겠는가? 이승만은 주어진 조건에서 지옥을 만들었다. 1948년 단독정부 이전 미군정기의 4.3 학살과 그 이후 이승만 치하에서 벌어진 사건은 바로 그 지옥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 역사다.

무엇보다도 최장집이 인식의 착란에 가장 깊이 빠진 것은 이승만이 민주주의를 가져다주었다는 생각이다. “민주주의는 이승만이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 치열한 민중의 투쟁 속에서 이뤄낸 성과”다. 그래서 이걸 모르는 그는 직접민주주의 운동을 폄하해 온 것이다.

촛불혁명 이후 반동의 작란(作亂)속에서 ‘최장집’, 그 이름도 파멸의 운명을 자초하고 있다. 우린 진보의 새로운 모태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이런 식의 결별은 참으로 슬프다. 이런 식의 결별이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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