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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시

할머니



9살때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셨다.

국민학교 2학년 무렵이다.

 

 

 

흰머리에

얼굴이 좋아 보이는 할머닌

우리와 놀아줄 시간도 주지않고

떠나간 모양이다.

 

 

 

 

그런 할머닐

장난치고 거동이 불편한 그것을

핑계삼아 놀리다가

부모님께 꾸중을 많이 들었다.

 

 

 

어렸을때 영양상태와

환경상태가 좋지 못했다.

 

 

 

추운겨울 날에는

함박눈이 엄첨나게 왔다.

따스한 툄마루에  옹기종기  앉아서

졸았다.

 

 

 

할머닌 우리가  아프다고 하면

으레 할머니의 손길로 아픈 부위에 대고

손자와 손녀를  보며 "우리 손자 이쁜손자"라고 말씀 하시며

오랫동안 맛사지를 해주셨다.그렇게 하면

신기하게도 다 나았다.

할머니의 손은 약손 이었다.

 

 

 

 

막내 여동생이 자주

씻지를 않아 머리에 이가 많다.

누나와 엄니,할머닌

당신의 다리에 눞이고

이를 잡기 시작한다.

똑,똑,똑

손톱사이로 피가 보인다.

그사이 동생은 쌔근 쌔근 잠을 청한다.

항상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는

잠이오는 버릇이 있다.

지금도 누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 잠이 온다.

 

 

 

겨울날 따스한 툄마루엔 앉아

누나와 엉아 ,동생들이 마루턱에

앉아 한 판의 전쟁이 시작된다.

이를 잡을려고....

 

 

 

동생의 겨울옷을 벗으면

할머닌 그 옷 사이를 뒤지기 시작한다.

여기 저기에서

이를 잡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우리는 서로 이를 잡아주며 성장 했다.

조그많고 하연 이가

동생의 입고 있는 옷 속에서 튼실하게

잘도 자랐다.특히,양겨드랑이와 사타구니등에는

집중적으로 많다.

이곳이 이가 사는 적당한  공간인가 보다.

지금은 환경이 좋아 이는 없지만

옛날처럼 이를 서로 잡아주듯

할머니와 어머니처럼 손수 손으로

바느질하고 뜨게질하여 주는 정성을 잊은

현대인은 왠지 삭막하게 보인다.

 

 

 

자주 담배를 피우지 않았지만

담배를 말아 피셨다.

할매와 할머니의 추억은

이런 그들의 냄새속에 성장한

자녀들은 당신을 느끼며 자랐다.

우리 자녀에게는 할매의 냄새는 없다

그래서인지 우리 딸에게는 우리 어머님의

추억이 없어 왠지 허전하다.

그래도 다행인지 장모님의 품안에서

말괄량이 친구는 냄새를 느꼈다.

그래도 기쁘다.

 

 

 

할머닌 우리에겐

잊지못할 추억이다.

물론 나 성장할때와 다르더라도 당신과 같이한

자녀들은 최소한 인간적인 모습을 보곤 한다.

 

 

 

우리는  쉽고 편한 삶속에서

그리고 느리고 불편했던 고단한 삶 속에서

가끔 나를 본다.

할머닌 이걸 아시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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