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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교수

'이제 다 와간다.' - 3차 유행 후 올해 상반기 전망

안녕하세요. 보건의료에 대한 글을 올려드리는 가천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입니다.

3차 유행의 정점을 지나가는 시점에서 1년간의 소회와 향후 전망을 정리했습니다.

1. 코로나19 1년

- 지난 1년은 전세계 모든 사람에게 매우 힘들고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저는 딱 작년 이맘때쯤 서울역의 한 회의실에 있었습니다. 평상시 감염병 조사체계를 개선하려는 회의였고, 그때 질병관리청(1년전에 본부)의 몇 분과 감염내과, 예방의학과 교수님이 한자리에 모여있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 첫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여서 어수선하고 불안한 분위기였지만, 모여있는 분들도 이정도의 판데믹을 예상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참석한 대부분 사람들이 메르스 때부터 경험이 많으신 분들이었지만 감염병은 항상 예상을 뛰어넘기 마련입니다.

- 1년 동안 여러 커뮤니티와 매체를 통해서 코로나19에 대한 정보를 알려드리기 위해 나름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와서 보면 조금 더 정확한 정보를 드리지 못했고, 저도 지식 수준과 경험이 일천해 잘못된 정보를 많이 드렸습니다. 저는 코로나 19가 이렇게 빨리 전세계적으로 유행할 줄 몰랐고, 미국와 유럽은 좀 더 대비가 잘 되어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메르스의 경험을 과신하여 나머지 무증상 감염자에 의한 전파가 유의미하게 가능하고, 이렇게까지 많으리라고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또 2주간 자가격리 후 진단검사와 같은 국가 간 검역의 중요성도 낮게 보았습니다. 백신도 이렇게 빨리 나올지 몰랐습니다. 한 개인에 불과하지만 제 글을 읽으셨던 분들에게 사과드립니다.

- 메르스 때 저는 최일선 현장에 있었습니다. 집에 가지도 심지어 씻지도 못하고 역학조사를 다녔습니다. 그 기억으로 작년 2월말 대구에서 급격한 유행이 발생했을 때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 저희 지자체에는 역학조사관은 매우적었고, 체계적인 조직도 없었습니다. 자동차 트렁크에 방호복과 헌옷가지를 쌓아두고 언제든 나갈 준비를 했습니다. 3월도 드라이브 스루의 운영지침을 만들고 지역 공무원을 교육하면서 과연 이것이 언제 끝날 것인지 걱정도 많이 되었습니다.

- 하지만 의외로 우리나라는 지난 1년간 잘 대응했습니다. 메르스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질병관리본부와 지자체에 남아있었고, 역학조사 시스템은 빠르게 정비되었으며, 진단검사 능력도 충분했습니다. 지난 2월 너무 많은 것을 물어봐서 저를 힘들게 했던 지자체 공무원들과 역학조사관들은 이제 저보다 더 숙련되고 지식이 많아졌습니다. 이제 간이 선별검사소 정도는 뚝닥 만들어내고, 역학조사 속도와 양은 따라갈 수도 없습니다.

- 국민들도 성숙한 의식을 보여주시고 잘 견뎌주셨습니다. 전세계 어디를 봐도 이렇게까지 방역조치에 잘 협조해주고, 믿어주시는 나라는 드뭅니다. 정부의 정책에 잘 따라주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주신 덕분에 1, 2차 유행이 통제가능했고, 3차 유행도 정점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 국민들에 대한 감사와 의료진에 대한 찬사는 아무리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저는 이 위기를 극복한 원동력 중 하나는 지방직 공무원들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보건소와 지자체 공무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도 되지 않는 업무를 1년째 감당하고 있습니다. 의료진들이 코로나19확진자를 치료하기까지 많은 보이지 않는 단계가 있습니다. 안내, 역학조사, 자가격리 지원, 민원 등 수많은 업무를 보건소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자체 공무원은 생활치료센터, 선별검사소, 각종 지원, 상황 대응 등을 맡고 있습니다. 전부 느끼기 힘들지만 필수적인 일입니다. 이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 3차 유행

- 이제 일주일 일일평균 확진자수는 500명보다 조금 적어졌습니다. 불과 3주전까지만 해도 1000명대의 확진자가 나왔던것을 감안하면 3차 유행은 큰불을 잡았다고 봐야합니다.

- 미국, 영국, 유럽, 일본 등 많은 국가에서 아직도 유행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확진자수가 이번주 들어 감소하고 있지만, 1주일 일일 평균확진자수가 20만명입니다. 3차 유행전 대비 5배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일본은 1주일 일일 평균 확진자수가 6000명에 이릅니다. 영국은 봉쇄조치 이후 유행이 줄어들고 있지만 지금도 1주일 일일확진자수가 4만명이 넘습니다.

- 물론 대만, 호주, 뉴질랜드 등 유행자체가 없는 국가들도 있습니다만, 지역사회 전파가 존재하는 나라 중 우리나라는 그래도 가장 대응을 잘한 편입니다. 5인이상 집합금지 등의 강한 대책이 있었지만, 봉쇄조치 등의 극단적 대책 없이 이렇게 유행을 통제해낸 나라는 드뭅니다. 다시 한번 국민들의 노력과 인내에 감사드립니다.

- 하지만 여전히 위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3차 유행 종료에 따른 베이스라인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준선은 하루 평균 300-500명 확진자 발생입니다. 3차 유행전 100명 미만의 기준선에 비해 몇 배 이상 높아진 선입니다. 이제 모두가 잘 알고 계시듯이 사회적 거리두기 정도나 국민의 위기 인식이 낮아질 것입니다. 결국 4차 유행도 다시 찾아오게됩니다. 국민들에게 몇주만 더참아서 기준선을 더 낮춰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3. 전간기

- 지금부터 짧게는 몇주 길게는 몇달 정도 우리 사회는 전간기에 들어갑니다. 3차 유행과 다시 올 4차 유행사이의 짦은 평화입니다. 2차, 3차 유행의 경험으로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어느 순간 급격한 유행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 유행은 올때마다 점점 더 크게 온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계속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와 5인이상집합금지 등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기에 시간을 벌면서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을 형성할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합니다.

- 4차 유행을 가급적 늦추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앞으로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다시 한번 검토해야합니다.

(1) 사회적 거리두기의 형평성과 자영업자 지원

- 사회적 거리두기는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가 능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입니다. 마스크착용, 역학조사, 진단검사는 항상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유행 수준에 따라 조절이 가능한 수단은 사회적거리두기가 유일합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헬스장, 커피숍을 시작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업종별 저항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 업종의 피해를 감수하는 면이 있습니다. 공장, 회사 등의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접촉을 감소시켜 감염기회 자체를 줄이기 위해 퇴근 이후의 삶을 통제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녁의 삶'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자영업자는 그 피해를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낼 수 밖에 없습니다. 1~2달의 사회적거리두기는 버틸수 있지만 이렇게 거리두기를 3번이나 하게되면 이제는 무너질수밖에 없는 것도 당연합니다. 또 방역조치를 일부업종에서 집단행동에 따라 완화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형평성 논란까지 있습니다.

- 하지만 현실적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방역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사회적 거리두기입니다. 백신이 도입되고 접종되더라도 충분한 수의 접종은 하반기에서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치료제 등은 방역에 도움이 되는 수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일관성과 포괄성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어야합니다.

-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이 9시, 5인 이런식으로 되어있는 것은 당연히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만들어낸 규칙으로 사회의 접촉량을 줄인다는 관점에서 명시적인 시간과 인원수 제한은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이 규칙은 가급적 폭넓게 지켜져야합니다. 여기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가치를 지키면서 자영업자의 고통을 경감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바로 경제적 지원입니다.

- 봉쇄조치 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는 나라는 대부분 자영업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이루어집니다. 독일 등 유럽권 국가는 임대료, 공과금, 인건비 등의 자영업자의 고정비용을 최대 90%까지 보조해주고 있습니다. 일본은 일비 개념으로 영업 손실 일수에 대해서 보상을 해줍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자영업자의 고통이 수개월간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경제적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보편적, 선별적 복지의 논란을 떠나서도 그동안 고통받은 자영업자에 대한 의미있는 지원이 적었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반성해야합니다. 지금의 방역 성과는 자영업자의 피와 눈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에 대한 합당한 지원과 보상이 있어야합니다.

(2) 상향과 하향의 새로운 기준

- 3차 유행을 대비하며 정부는 주단위 일일평균 확진자 수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의 기준으로 활용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가치와 의미는 논란이 많았습니다. 정해진 숫자에 도달하더라도 기준을 상향하지 않는 등의 문제 때문입니다. 이제 3차 유행이 하강국면에 왔습니다. 그러나 과거처럼 100명 미만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수준까지 떨어지긴 어렵습니다. 지금 기준대로로라면 우리는 이제 계속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유지해야합니다.

- 그러나 상황은 계속 변화하므로 단계 상향과 하향의 기준을 개편해야합니다. 이제는 숫자 단위로 상향 하향기준을 정하는 것보다, 유행이 급격하기 증가하는지, 감소하는지의 추세에 따라서 단계상향의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적합해보입니다. 즉 일일평균확진자수를 기준으로 하기보다 감염재생산수나 증가율 등을 주요 지표로 하는 것이 적합합니다.

- 인터넷 정보처리를 하는데 있어서 점진적 증가, 급격한 감소(Additive Increase Multiplicative Decrease)라는 개념이 있다고 합니다. 인터넷 트래픽을 처리할때 안정적인 상태에서 속도 상향은 천천히하고 트래픽이 증가하면 급격히 속도를 내리는 것입니다. 방역도 결국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효율적으로 확진자수(인터넷트래픽)를 다루는 방법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천천히 내리고, 빨리 올리는 것입니다. 이번 3차 유행에서 정부의 많은 실책이 있었지만 그래도 평가할만한 부분은 가급적 천천히 단계를 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3차 유행의 확산세가 잡혀가는 시점에서 천천히 가급적 길게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을 유지하는게 4차 유행을 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4. 백신 도입과 접종에 따른 변화는 좀더 기다려야 한다.

- 백신 도입과 접종에 따른 기대가 큰 상황입니다. 그러나 최소한 올해 3~4월까지는 우리사회에서 백신접종이 방역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않습니다. 4차 유행을 비록한 재확산의 위험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따라서 사회적거리두기, 마스크쓰기 등의 방역은 더욱더 철저히 지켜져야합니다. 또 백신접종은 초기대응요원, 의료진,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먼저 접종이 이루어집니다. 이는 의료체계를 유지하는데는 도움이 되고 피해를 경감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유행확산을 줄여주기에는 분량이 적습니다.

- 이스라엘, 영국 등 백신접종이 먼저 이루어진 나라를 보면 최소 접종률 10%까지는 유행억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처럼 20%이상 접종 하는 순간 확진자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관찰됩니다. 우리나라도 최소한 1천만명이 접종할때까지는 아무런 확산방지에 대한 영향이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정도 분량의 접종은 상반기에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 지금 정부는 백신접종시스템과 운송체계, 부작용모니터링 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인프라를 볼때 최초 몇일의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잘 정착되리라 생각합니다. 작년 상반기를 생각해보면 마스크 품귀현상이 있었지만 공적마스크 공급과 전산망을 통해 최소한의 보급은 가능했던것을 기억하시면 되겠습니다. 또 효과와 부작용을 모니터링하고 정보를 알려드리기 위한 저의 노력도 계속 될 것입니다.

4. 마무리

- 국민들과 의료진, 숨어있는 영웅들의 노력으로 3차 유행의 확산이 억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3차 유행의 끝에서 사회적거리두기나 방역에 더 힘쓰는 몇 주가 올 상반기의 마지막 유행의 시기를 늦추고 규모를 작게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좋은 소식이 일부 있지만 당장 몇개월간은 이 지루한 싸움에 변화는 없습니다.

- 아이가 산을 오르거나 오래 차를 탈 때 부모님은 항상 '다왔어'를 말씀하십니다. 항상 다와간다는 말은 못 믿을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어른이 되어 아이가 있는 입장이 되어보니 '다왔어'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늘 양치기 소년이 될 수밖에 없고 아직 갈길은 멀지만 끝은 보이기에 이제 다 와간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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