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다들, 말꼬리에 천착해서 시비거리를 일부러 만들고 까는 느낌. 아싸 깔 거 생겼다, 하고 언론들이 신나게 제목을 뽑고, 거기에 사람들이 다들 달려들고, 뭐 그런 너낌도 있고...
1.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도 입양이 아동의 최선의 이익에 반할 경우 입양을 취소하거나 파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심지어 입양부모가 입양의사가 없어지는 것만으로도 입양 취소가 가능하다. 한국은 오히려 입양 취소나 파양의 조건에 대해 민법이 굉장히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는 편이고, 요건도 사기나 강박이나 악질적인 사유 등으로 상당히 엄격하다.
그럼에도 오히려 한국이 입양취소와 파양이 빈번한 것은... 유럽이나 일본이 "쉽게 입양 취소 / 파양하세요"라는 뜻에서 저런 규정을 만든 게 아니기 때문이겠지.
일본, 스웨덴 등에는 특히 "시험동거" 같은 제도도 있다. 정식 입양을 하기 전 함께 살아보면서 양부모로서의 적합성도 따져 보고, 입양 아동이 입양으로 최선의 양육 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는지 미리 체크하자는 것. 입양 취소나 파양의 길을 열어둠은 아이를 물건처럼 쉽게 환불하게(...) 하기 위한 게 아니라, 오히려 아동에게 최선의 환경을 제공하고 만일 그렇지 못할 경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2.
대통령의 발언은 어디까지나 입양 전후로, 사전적 / 사후적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방점이 있다. 그냥 환불하듯이 취소할 수 있게 하자는 게 아니고, 모니터링 결과 입양 가정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입양을 취소하거나 파양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당연히 여기에서 방점은 '아동'에 찍혀 있어야 한다. 그 이유가 양부모의 변심이든, 아님 다른 경제적, 사회적 문제든, 아동의 양육 환경이 최선이 아니라면 입양을 돌이킬 수 있게 해야 한다.
대통령의 발언에서 문제가 된 부분이 그렇게 모니터링하다가 양부모의 입양 의사가 바뀌었거나 아이와 맞지 않거나 할 경우 입양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인데...
이게 말이 좀 이상하게 느껴질 수는 있는데, 이것도 결국 달리 말하자면 시험동거 제도와 같은 것이다. 정부가 직접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용하면서, 입양 이전은 물론 입양 이후에도 일정 기간 모니터링을 계속 유지하고, 그 모니터링 결과를 보고 입양을 확정해도 될지 결정하는 뭐 그런 방식인 것.
이건 대통령이 갑자기 미쳐서 한 소리가 아니고(...) 이 분야의 실무 종사자들이 필요성을 많이 지적한 제도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시험동거를 그대로 도입하자니 여기서도 어려운 점이 있는 게... 우리나라 같은 경우 입양 가정의 모니터링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입양에 대한 선입견이 여전히 심해서 입양을 위축시키지 않을 방법도 또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겠고.
3.
아래는 대통령의 발언 전문.
우선은 학대 아동의 어떤 위기 징후를 보다 빠르게 감지하는, 그런 시스템이 필요하고, 그다음에 또 학대 아동의 의심 상황이 발견되면 곧바로 학대 아동을 부모 또는 양부모로부터 분리하는,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자면 학대 아동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임시보호시설이나 쉼터 같은 그것도 대폭 확충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또 그 문제를 전담할 수 있는 전문성이 있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을 작년부터 설치하기 시작했는데. 그 숫자를 대폭 늘려야 할 필요가 있고, 그 공무원을 중심으로 경찰과 학교 또는 의료계 또는 시민사회, 아동보호기관, 이런 종합적인 논의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입양의 경우에도 사전에 입양하는 부모들이 충분히 입양을 감당할 수 있는지 하는, 그 상황들을 보다 잘 조사하고, 초기에는 여러 차례의 입양가정을 방문함으로써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는지, 또 입양 부모의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또는 여전히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하고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에 입양아동을 바꾼다든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입양 자체는 위축시키지 않고 활성화해 나가면서 입양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그런 대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