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13)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한 내용인데 한국 언론이 단신으로 처리한 뉴스가 있다. 바이든 당선자가 커트 캠벨(Kurt M. Campbell)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를 '아시아 차르'(Asian tsar)에 내정했다는 소식이다.
'아시아 차르'는 미 국무부의 아시아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직책을 의미한다. 백악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을 통솔하는 중책이다. 정확한 직책명은 NSC에 신설되는 인도태평양조정관이다.
커트 캠벨이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를 역임한 것은 오바마 행정부 때였다. 재직 당시 아시아 회귀 정책(Pivot to Asia)을 설계했었다.
그가 어떤 대북 정책관을 가졌는지는 퇴임 직후인 2013년에 한 강연 내용을 통해 가늠할 수 있다.(*1)
- 대북 외교는 한국이 주도하고 이를 미국과 중국이 지지해야 함
- 북한은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과 어떤 종류의 합의라도 맺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함
- 한국과 미국이 북한과의 건설적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놓아야 하지만 군사력 등 강력한 억제력에 기반한 외교적 해결을 해야 함
- 북한 관련해서는 돌발적인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상존하며 한국은 중국과 그런 상황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정도로 관계를 발전시켜야 함
- '하나의 중국(One China)'이란 개념처럼 '하나의 한국(One Korea)', '통일 한국'이란 개념, 즉 궁극적으로 동아시아에서 남북한은 하나로 통일될 운명이라는 개념 정립 필요
지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 차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인물은 제프리 프레스콧이었다. 대중 강경 노선을 선호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방식이 아닌 효과적이고 일관성이 있는 정책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북 정책도 상대적으로 원칙적이고 강경한 스탠스를 취할 것으로 전망되었다.(*2)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시아 차르'에 보다 대북 유화책을 지지하는 커트 캠밸이 낙점되었다.
한겨레신문 성한용 기자의 기사를 보면 북한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 주변에서 매파보다 비둘기파가 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기사는 미 외교 전문가 4명의 대북 정책에 대한 견해를 소개했는데 다음과 같다.(*3)
- 윌리엄 페리(전 미 국방부 장관) "북한의 핵 능력은 향상되었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은 여전히 유효. 한미 공동으로 한층 진화된 비핵화·평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함"
- 조셉 윤(오바마 행정부 당시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초기에 외교적 해결을 하자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고 도발 중지를 요구해야 함. 다자 외교를 통해 비핵화 협상을 장기적으로 진행할 환경 조성 필요."
- 로버트 아인혼(전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 "점진적인 비핵화를 위한 장기적인 협상을 해야 함. 북한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줘야 함. 인센티브는 종전 선언, 워싱턴, 평양에 연락사무소 설치, 한미 연합훈련 축소, 제재 일부 완화, 남북 협력사업 진행 등"
- 개리 새모어(오바마 대통령 재임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최고 핵 전략가) "협상을 통해 북한 핵 보유를 인정하면서 장기적 목표 비핵화를 실현해야 함. 종전 선언은 중간 단계"
바이든 대통령이 이런 목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또 대북 정책에 얼마나 반영할지 현재로서는 미지수이지만 커트 캠벨 같은 인물을 '아시아 차르'로 선택한 것이 주는 시그널은 분명 긍정적이다.
오랜 시간 멈춰있던 한반도 평화 시계가 다시 째깍째깍 움직이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커트 캠밸의 최근 발언도 참고 --> VOA, 미 전직 관리들 "차기 행정부 조기 대북 메시지 전달 중요"(https://www.voakorea.com/.../us-former-senior-officials...)
*1-자유아시아방송, 캠벨 “한국이 대북정책 주도해야”(https://www.rfa.org/.../nk.../campbell-10252013163342.html)
*2-동아, 中 견제 ‘아시아 차르’ 내정된 제프리 프레스콧은 누구?(https://www.donga.com/news/amp/all/20201208/104340629/1)
*3-한겨레, 미국 전문가들, 조 바이든에 일제히 대북 협상 권고(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bar/9709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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