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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il Kim

12/13 김남국과 정의당의 설전 그리고 필리버스터와 코로나19

1.

정의당 관련 글은 가능한 쓰지 않으려고 했다. 쓰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비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인들 중에 여전히 정의당 열혈지지자들이 있어 그들 눈치도 좀 보인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쓰게 된다. 장혜영이 <공수처법개정안>에 기권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나는 장혜영에게 별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한다. 앞으로 정치를 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2.

오늘 쓰려는 글은 코로나19의 확진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민생에 주력해서 코로나19 방역에 함께 협조해야 할 국회에서 별 의미없는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정의당에 있다는 설명을 하기 위함이다.

정확하게는 국힘당과 정의당의 공조 때문이다. 국힘당이 발목 잡는 것이야 상수에 해당하는데 정의당은 언제든 발목잡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한번 더 보여주었다.

언제부터 국힘당과 정의당을 나란히 놓는 것이 전혀 어색하게 보이지 않으니 진보진영의 오래된 지지자들 입장이라면 뒷목 잡는 노릇이 아닐까 싶다.

3.

1953년 7월 6일, 대한민국 최초의 형법에 ‘낙태죄’를 포함시킬지 당시 2대 국회에서는 논박이 있었지만 표결에 의해 형법에 ‘낙태죄’는 남게 되었다. 그리고 66년간 이 법은 유지가 되었다.

우선 ‘낙태’에 대한 내 의견부터 말하면 나는 ‘생명존중’을 우선으로 삼는 종교계보다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우선으로 삼는 여성계에 입장에 동의하는 편이다.

4.

‘동의하는 편’이라는 100% 확정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임신 주수에 따라 완전한 생명의 단계까지 간 태아를 낙태하는 것 까지는 아무래도 동의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태아의 어느 단계 까지를 생명으로 판단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남는다.

그 판단을 헌법재판소가 대신 해 주었다. 2019년 4월 11일 헌재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기준을 잡아 주었다.

헌재에서는 산부인과 학계의 의견에 따라 모체를 떠난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준을 22주로 잡았다.

5.

헌재에서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국회에서 낙태법 관련해서 새로 개정 입법을 하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헌재의 권고에 따라 <낙태법 개정안>을 만들었고, 이제 국회에서 입법을 해야 하는 절차만 남은 상태이다.

정부가 만든 <낙태법 개정안>은 다음과 같다. 구체적으로는 형법과 모자보건법의 개정안에 해당한다.

첫째 임신 14주 이내에는 어떤 절차도 필요없이 오직 임신한 여성의 의사만으로 낙태를 결정할 수 있다. 이는 헌법재판소 법관 3인의 세부 의견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6.

둘째 임신 15주~24주 사이에는 기존 모자보건법의 사유나 헌재 결정문에 있는 사회적, 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 낙태가 가능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는 임신한 여성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 유전적, 전염성 질환이 있거나, 강간(준강간 포함) 의해 임신한 경우, 근친 관계 임신, 산모의 건강이 위험할 경우 등이 해당된다. 여기에 기존에 없었던 경제적 사유까지 낙태가 가능하도록 포함시켰다.

7.

여기서 경제적 사유 또한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24시간 숙려기간을 거치면 자동으로 입증이 된 것으로 인정한다. 또한 기존 모자보건법에 있는 ‘배우자의 동의’ 항목도 개정안에서는 삭제했다.

즉 여성은 14주 이내에는 상담도 필요 없이 바로 결정이 가능하고 24주 이내에는 상담을 하고 24시간의 숙려 기간만 거치면 자신의 의지만으로 임신중절이 가능한 것으로 정부의 개정안이 나온 것이다.

8.

나는 정부의 개정안에 동의한다.

개인적으로는 24주는 이미 완성된 생명체라고 생각하기에 헌재가 판단한 22주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만 정부가 여성의 결정권을 충분하게 존중한다는 취지의 입법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정부의 개정안이라면 여성계도 만족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9.

그런데 정의당과 여성계의 생각은 달랐다.

정의당과 여성계는 ‘낙태죄’의 전면폐지를 주장했고, 정의당은 해당 내용을 당론으로 삼아 관련 법안의 개정(형법, 모자보건법, 근로기준법)을 발의했다. 그리고 더불어 민주당을 압박했다.

내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24주’라는 충분한 중절 여부의 판단 시간이 주어짐에도 정의당에서는 출산 직전까지도 언제든 제약없이 중절수술을 하겠다는 것이다. 솔직히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0.

기본적으로 정의당과 여성계에서 임신중절에 대해 판단하는 기준은 “태아를 생명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인 것이다.

이는 1953년 최초 형법에 낙태죄를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토론을 할 때 “자기 앞길을 개척하는데 방해가 된다면 뱃속의 아이뿐만 아니라 오른팔이라도 자르는 것이 무슨 죄가 되냐”는 당시 모 의원의 주장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나는 부디 여성의 자기결정권 만큼이나 생명윤리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겨나기를 바란다.

11.

올해 12월 31일까지 이 법안이 처리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라 국회법사위에서는 지난 12월 8일 ‘낙태죄’ 관련한 공청회를 진행했다. 법조계, 학계, 의료계의 8인의 진술인을 불러 의견을 묻는 자리였다.

24주를 기준으로 삼는 정부발의안과 아무 제약없이 여성 마음대로 하겠다는 정의당발의안에 대해 의원들이 듣는(심문, hearing) 자리다.

이날 정의당에서 별도의 공식 논평까지 낼 정도로 크게 반발한 김남국 의원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정의당 안에 찬성하는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위원에게 자신의 의견 및 질문을 한 내용이다.

12.

“낙태라는 것이 과거에는 여성만의 문제라고 생각해 왔는데 사실 이 문제는 남성이 함께 결정을 해야 할 문제이고, 남성도 여기에 대해서 심각한 책임을 느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대해서 남성들의 법안에 대한 의견이 있는지 진술인께서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남성도 (임신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김남국의 이 발언에 대해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어이없는 말’이자 ‘망언’이라고 논평을 냈다.

그 이후 전화통화를 통해 오고 간 내용은 서로의 주장이 틀리니 내 의견은 생략한다.

13.

다만 김남국의 발언과 조혜민의 논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정의당의 인식은 “임신중절에 대한 결정도 여성의 몸이니 남자는 관여조차 해서는 안된다”는 '극단적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대목도 사실 정의당의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 작년 20대 국회 마지막 회기인 5월에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발의한 <낙태법 개정안>을 보면 현 정부안과 흡사한데 도리어 기준을 22주로 잡았다. 헌재 기준으로 잡은 것이다.

그래놓고 지금 입장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왜 바뀌었는지에 대한 의견은 없다. 아, 정의당의 구성원들이 21대 국회에서 모두 바뀐것이라는 점이 있구나.

14.

<낙태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법사위 공청회에서 김남국의 발언을 문제 삼은 정의당의 논평과 그것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김남국의 설전이 이어진 후 정의당 지도부에서는 <국정원법개정안>을 저지하기 위해 국힘당이 신청한 필리버스터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국정원법개정안>은 정의당 입장에서도 찬성을 해야 하는 법안인데 순수하게 정치적 이유 때문에 어깃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소수정당의 권리'라는 정치적 수사를 붙이지만 그냥 삐쳐서 그런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15.

필리버스터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180석이 필요한데 현재 더불어민주당+열린민주당을 다 합쳐도 180석이 되지 않는다. 정정순 의원이 현재 구치소 수감중이기 때문이다.

정의당의 협조없이 국힘당의 필리버스터 저지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공수처법, 518특별법, 사참위법) 등 주요 법안 처리는 되었기 때문에 다소 여유를 가지고 국힘당의 필리버스터를 관전하고 또 직접 참여까지 하는 것으로 당론을 정했다.

만약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만 아니면 한 달 동안 국힘당의 수준을 밑바닥까지 확인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를 재미삼아 구경했을 것이다.

16.

다만 문제는 코로나19다. 오늘 하루 천 명을 돌파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 되었고, 대통령이 긴급 방역회의를 주재하는 마당에 이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도 한가하게 필리버스터를 구경할 상황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고통받는 민생을 챙겨야 하는 것이 정부여당의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필리버스터 종료를 위해 협상에 나섰다.

17.

자신들도 의미없는 필리버스터를 하는 것이 고통스러울 것이고 자신들의 수준을 드러내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일텐데 민주당에서 먼저 중단을 타진해 오니 주호영은 “국정원법개정안을 폐기하면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 그래야 국힘당이지. 국민의 고통 따위가 한번이라도 그들의 머리 속에 있을 리 없으니까…

18.

일단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소속의원 177명은 “코로나19의 위기상황에서 국회는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방역과 민생을 챙기자”는 주장과 더불어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24시간 후에 표결을 하도록 되어 있으니 오늘 8시 9분 이후에 국회에서 이 안건에 대해 표결을 하도록 되어있다.

19.

내 관심은 정의당이 어떻게 표결을 할지에 있다.

어제까지 정의당의 당론은 필리버스터의 강제 종료는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오늘 다시 논의를 한다고는 했다.

어쩌면 정의당에서는 김남국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을 전제로 딜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혹은 낙태법을 정부개정안이 아닌 전면폐지를 가지고 협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20.

내 개인적으로는 <낙태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안에 찬성이고 정의당과 여성계에 인식이 위험하다고 보고 있고, 공청회에서 김남국 의원이 잘못한 바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당에서 정의당 표를 얻기 위해 정부개안안을 버리고 정의당안을 받거나 혹은 김남국 의원에 강제 사과를 종용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21.

또한 현재 대통령까지 나서서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일상생활을 멈춰달라”고 호소까지 하는 가운데 정의당이 코로나19의 방역이나 민생과 상관없이 자신들의 자존심을 위해 계속 국힘당과 같이 공조하게 될지도 궁금하기는 하다.

#낙태법개정안 #김남국과정의당설전 #필리버스터이유 #검찰개혁과조국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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