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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순

< 김봉현과 검사님들의 “ 1도. 2부. 3빽.”>

삼령오신 (三令五申)

“세 번 호령하고 다섯 번 거듭 말한다.” <사기>의「손자오기열전(孫子吳起列傳)에 의하면 제후국들이 치열하게 중원의 패권을 다투던 <춘추전국>의 시대. 오나라 왕 합려(闔閭)는 <손자병법>의 저자이자 병법가로 명성이 있던 제나라 출신 ‘손무’를 부른다. 내심 ‘병법’과 ‘전술’에 일가견이 있었던 ‘합려’는 손무가 지은 병서를 모두 읽어보았으니 이론이 아닌 실전능력을 보여 달라며 자신의 앞에서 군대를 한번 지휘해 보라며 손무를 시험에 들게 한다.

합려는 궁궐 뜰에 궁중의 미녀 180명을 불러들였다. 손무는 그들을 두 편으로 나누고 오나라 왕이 가장 총애하는 후궁 두 명을 각 편의 대장으로 삼았다. 손무는 모든 이에게 창을 들게 하고는 ‘좌향 좌’, ‘우향 우’, ‘뒤로 돌아’의 간단한 제식을 설명했다. 이렇게 군령을 정하고 북을 쳐서 제식을 명령했지만 궁녀들은 큰 소리로 웃기만 했다. 손무가 다섯 차례 군령을 되풀이하고 북을 쳤지만 궁녀들은 여전히 깔깔댈 뿐이었다.

손무는 군사들이 군령을 따르지 않는 죄를 물어 좌, 우편 대장의 목을 베려 했다. 누대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오나라 왕은 깜짝 놀라 훈련을 중단할 것을 명한다. 그러나 손무는 자신은 군대를 책임지는 장수가 되었고 전시에는 군령이 왕명에 앞선다며 단호하게 두 후궁의 목을 쳤다. 이 광경에 기겁한 궁녀들은 이후 손무가 명령하는 대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한편 애첩 두 명을 잃고 크게 상심한 합려는 손무를 내치려 하지만 냉철한 승부사였던 그는 결국 손무의 능력을 인정하고 중용하여 상장군으로 삼았다.

1도. 2부. 3빽.

'1도(逃) 2부(否) 3배(背)'라는 말은 형사 사건에 연루됐거나 검찰에서 부를 때는 우선 달아나고, 잡히면 부인하고, 앞뒤 가리지 말고 연줄을 찾아 이른바 '빽'을 쓰라는 의미다. 영화 대사에도 나오고 경찰서나 검찰청 으로 불려다니는 범죄자들이나 법조계 사이에 회자되는 유명한 ‘금언’이다. 김봉현의 <검사 룸싸롱 술접대> 폭로 이후, 이와 연루된 특수부 검사 출신 김봉현의 변호사와 그의 직계 후배 현직 검사 3인은 처음에는 수사 비협조로 1도(逃) 하였고, 김봉현과의 술자리 자체를 강력히 부인하여 2부(否)하였다. 윤석열 총장도 사실확인이 안되었으니 수사 결과가 나오면 입장을 밝히겠다며 발을 뺐다. 검찰의 하청을 받은 ‘친검언론’과 검찰당 여의도 국회 출장소의 야당의원들은 ‘검사의 말은 못 믿고 도둑놈의 말을 어떻게 믿냐? “ 며 검찰 감싸기에 여념이 없었다. 드디어 어제 수사결과가 발표되었다. 변호사와 검사 3인 술자리 동석이 확인되었다. 의혹은 사실이었다. 검찰은 제식구 봐주기 수사 의혹이 있다. 줄이고 줄여서 현직 검사 1명만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했다. 3배(背)의 완성이다. 법기술자이신 검사님들이 일단 '도망'가고 잡히면 ‘부인’하고 제식구 끼리 서로 ‘봐주기’의 1도. 2부. 3빽의 신공을 몸소 시전 하신 것이다.

핵심은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김봉현이라는 나쁜 놈이 검사출신 전관 변호사의 인맥을 통해 현직 검사들과 접선해 사석에서 거액의 접대를 하고 커넥션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도망다니는 돈 많은 도둑놈과 이놈을 추적하는 검사들과의 부적절한 관계라는 말로만 듣던 이야기가 사실임이 밝혀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언론과 검찰의 반응은 한치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언론은 ‘고작 이 정도냐? ’며 김봉현의 거짓말 이라며 본질을 호도한다. ‘검찰 독립과 중립’ 을 외치며 당장 ‘검란’이라도 일으킬 듯했던 검사님들의 정의로운 <게시판>은 고요한 침묵이고 ‘법과 원칙’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선거운동 하시던 윤석열 총장님의 뜨거운 입도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다.

손무의 <손자병법>

손무는 오나라의 군대를 훈련시켜 강력한 군대를 만들었고, 당시 패권국이던 초나라의 수도를 함락하고 초나라를 멸망 직전까지 몰아붙였다. 그 후로도 오나라는 손무가 양성한 강력한 군대를 바탕으로 패자의 지위를 지켰다. 손무는 합려의 후계자 부차를 보좌하여 국력을 키운 뒤 월나라를 공격하여 크게 승리하여 마침내 오나라를 중원의 최강 패권국가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 손무는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고 전장에서 수많은 군사의 생명을 책임지는 장수로서 스스로가 규율에 엄격했고 휘하의 부대는 군령으로 다스렸으며 공과 사를 구분하였다.

이번 <김봉현 검사접대 사건>을 둘러싼 검찰의 행태는 대한민국 검찰이 맞닥뜨리고 있는 '자가당착'과 '자기모순'의 현실을 보여준다. 왜 '검찰개혁'이 필요한 지를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정의를 구현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는 조직이라면 그 조직의 수장과 구성원들 역시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공과 사를 구분하여야 할 것이다. 정의를 심판하겠다며 검찰조직의 '독립'과 '중립'을 외치는 자들이 요구하는 자신들만의 ‘특권’과 ‘면책’, 견제없는 무소불위 권력. 이들의 ‘자기위선’의 끝은 어디인지 궁금하다.

#김봉현 #윤석열 #검찰개혁 #손자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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