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선생이 능력주의 폭정이라 비판했듯이 한국의 브라만계급이 내세우는 공정이 얼마나 허구적이며 계급적 이해에 걸려 있음을 보여주는 글.
"일부 언론을 포함한 한국형 브라만 계급이 펼치는 공정성 논의는 공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편향적이다. 세습을 통해 면면히 이어지는 최상위 계급을 공정성의 치외법권 지대로 상정하고, 그들의 특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리전을 감행한다. 피고인 이재용의 구속을 걱정하고, 상속세가 너무 많다고 푸념한다. 장례식장에 나타난 이재용의 자녀들에게 카메라 앵글을 맞추고 “우월한 유전자” 운운하는 언론의 노예 근성은 시험조차 필요 없는 세습 권력에 대한 충성 맹세이자 자발적 복종 선언인 셈이다. 영국의 사회학자 마이클 영은 태생에 따른 귀족주의(aristocracy) 시대가 끝나고, 부가 곧 권력인 금권주의(plutocracy)를 지나, 능력주의(meritocracy) 시대가 도래했다고 했지만, 21세기의 한국 사회는 이 세가지 체제가 동시에 작동하는 기형적인 복합체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