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OO냐?, '우리가 샤를 아브도다.', '복종']
검찰이 권한을 남용해 사람을 위법하게 구금하거나 향응과 접대를 받고 사건을 무마해 준다는 제보와 보도에 대해 장관님께서 감찰을 지시하자, 이OO라고 이름이 공개된 한 분이 "검찰개혁은 실패했소"라는 선언을 하고, 같은 직업을 가진, 200분 가까운 분도 댓글을 달았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에 대해 "걔네들 사직서 좀 받아주세요"라는 청원이 제기되었고, 며칠만에 30만명을 넘어섰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우리가 OOO다"가 매우 부끄럽게 쓰인 사례입니다.
"우리가OOO다" 운동은 2017. 1. 7. 프랑스 풍자 만화 잡지인 '샤를 아브도' 출판사가 '샤를 ' 대신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웃으면서 사망하지 않으면 매 100대를 친다'는 규정을 넣어야 한다는 취지로 만화를 출간한 것에 대해 관용과 유머감각 부족한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이 무장과 폭력으로 대응하여 12명의 출판사 직원들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 "우리는 폭력으로 대응하지 않을 것이며,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샤를 아브도의 출간 정신에 공감한다"는 의사를 전세계적으로 보여준, '우리가 샤를 아브도다(Je suis Charlie Hebdo)'에서 시작된 위대한 시민적 연대였습니다.
검찰은 "돈 줬다고 말만 해 주세요,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해요", 식으로 국가권력의 가장 폭력적 측면인 형사권을 남용해 왔고, 이를 개선하려는 분이 장관으로 취임하자 표창장이 위조됐다고 주장하면서 야밤에 기소부터 했다가 수 차례 공소장을 변경해도 자기들이 주장한 위조 방법으로 재현도 못하는 상태인 데다가 보도 내용에 따르면, 법정에서 처음부터 보여줘야 하는 문서를 어디서 몰래 만들어가지고 와서 출력만 하는 등, 재판부와 방청객을 바보 취급하는 중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추잡스러운 향응을 받은 선배를 비판하는 대신 이를 바로잡으려는 장관님을 향해 '우리가 이OO냐'는 댓글놀이를 하고, 못생긴 여자가 낫다느니, 비아그라는 공금으로 구매해야 한다느니 하면서 향응 조장하는 정부에서는 좋아하고 즐기는 것을 보니, 2017. 1. 7. 출간된 작품 '복종(Soumission)'이 몹시 떠오릅니다.
'복종'은 내용은 충격적이지만 문체는 극히 담담한 작가 미셀 우엘벡의 작품으로, 전체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프랑스는 평등주의사상에 의해 소르본대 등 명문대의 이름을 없애고 파리1대학, 파리2대학 등의 명칭으로 바꾼 상태이고, 주인공은 위스망스를 전공한, 대학의 문학 교수로서 대학원생 애인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럭저럭 살아가다가 어느 날 내각 붕괴 후, 이슬람형제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면서 건립된 연립 정부에 의해 프랑스 전체의 문화가 이슬람 근본주의 중심으로 개편되는 상황을 목도하게 됩니다.
대학 간부들도 이슬람으로 개종할 것을 권유받는데, 유태인인 애인은 이스라엘로 떠나고, 주인공은 종교의 자유를 내세우면서 대학의 회유 정책에 저항합니다.
이미 이슬람형제당과 인맥 있는 사람들로 이사회가 재편된 대학은 이슬람교 교수만 채용하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사직합니다.
사직 후 찬바람 맞는 배고픈 생활을 지속하면서 지적인 번뇌와 고민을 계속하는 주인공에게, 어느 날 대학 부총장이 방문을 요청합니다.
부총장의 집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아래와 같습니다.
"우리 학교는 교수님같은 훌륭한 분이 떠난 것을 매우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개종해서 다시 돌아오신다면 종전 처우의 수 배에 달하는 급여는 물론 기타 편의도 제공드릴 예정입니다"
"기타 편의라면...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급여는 물론...이슬람 종교에 따라 배우자를 세 분 정도까지는 소개해..."
이 때 부총장의 세 번째 아내인 젊은 대학원생이 들어와서 다과를 전달하는데, 날씬함과 지적 매력이 넘치는 여성이었습니다.
"아...그렇...군요 ㅋ"
주인공은 학교로 돌아가기로 결심합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