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특수사냥을 가능하게 하는가 – 무한의 기소재량
수사권의 행사가 가장 잔인해지는 경우는 사람을 먼저 정하고 그 사람에게 혐의가 있는지를 터는 표적수사이지.
수사라기보다는 사냥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사냥감의 목을 따는 것이 사냥의 종료인 것처럼 이런 수사는 사회적 죽음이든 육신의 죽음이든 표적의 완전한 굴복을 얻어내기 전에는 수사가 종료되지 않거든. 혐의를 찾아내는 게 정 어려우면 제작의 유혹을 느끼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고.
그럼 검사들이 간크게 이런 수사를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
검찰에서는 임명, 보직부여, 승진 등의 인사가 잦으니까 검사들이 얻는 전리품 즉 인사보상은 즉시 주어지는 반면, 위법 또는 부당한 수사로 징계, 처벌받을 일은 없기 때문이었지.
일단 기소만 하면 법원에서 다투어지고 판결이 확정되기까지는 대체로 3~4년 이상이 걸린다고. 그러면 대개 징계시효 3년이 끝나있게 되지. 물론 검찰에서 감찰을 개시할 리도 없었지만 말이야.
특수부가 주로 했던 이런 특수사냥은 표적에 대해서는 특별한 조지기를, 수사에 협조하는 자를 향해서는 특별한 봐주기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이 글은 바로 그 특별한 봐주기에 관한 거야.
한명숙 총리 1차 사건의 곽영욱 사장은 검찰 입장에선 검찰을 상대로 감히 먹튀를 한 자가 되겠지.
자 그럼, 곽 사장은 어떻게 검찰에서 뇌물공여죄를 자백하고도 무죄를 받을 수 있었을까.
첫째 공판기일에서 검찰에서의 진술 전 과정을 밝혀.
곽 사장은 공여한 뇌물액수를 10만불-3만불-5만불로 말바꾸기를 했는데, 검찰은 최종의 5만불만 예쁘게 자르고 편집해서 제출했거든.
2010. 3. 15. 증인신문에서 곽 사장은 검찰에서의 최초 신문에서는 공여액을 10만달러로 진술한 사정을 이렇게 밝히지.
‘수사검사가 계좌를 추적했다. 그런데 2004년에 처 이름으로 다른 사람에게 송금하고 그 사람이 미국 뉴욕의 어느 은행에 10만불 송금한 것이 확인되자 그것이 한총리에게 준 돈이냐고 검사가 추궁했다. 내가 검사의 의도에 맞추어 그렇다고 말했지만, 곧 부장검사에게 내가 무서워서 그런 것이고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 후 구속되고 나서는 3만달러를 주었다고 말을 바꾸는데, “제가 구속되기 전에 변호사들로부터 다른 범죄 행위에 대해 제보를 하면 아무래도 검찰이 저에게 선처를 해주지 않겠느냐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사실은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라고 증언했어.
당황한 검사는 “그래서요, 5만달러는 어떻다는 겁니까?”라고 다그쳐 물었고, 곽 사장은 “5만달러는 확실하게 주었습니다”라고 말해.
마지막 5만달러에 대해서는 이렇게 확답했음에도 충격적으로 무죄가 나온 거지.
둘째는 뇌물죄의 요건인 대가성에 대해서야.
검찰은 공기업 사장 자리에 대한 청탁대가라고 공소사실을 기재했는데, 곽 사장은 일관성없는 진술을 해.
총리공관에서의 오찬 후 한 전 총리에게 전화하고 지원을 했다고 증언했다가, 다른 오찬 참석자의 수첩이 공개되어 모순이 지적되자 곧 말을 바꾸어.
결국 인사 청탁에 대해서 한 적이 있다와 한 적이 없다를 오가다가 도대체 정리가 안 된다는 재판부의 타박에 “제가 공기업 사장으로 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습니다만, 한 총리에게 말한 적은 없습니다. 그냥 제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고 바라기는 했습니다”라고 답하지.
이렇게 해서 곽 사장은 공판에서의 전 과정을 통해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사람이라는 것을 정말 확실하게 보여주었고, 그래서 무죄를 쟁취해 내.
한편 검찰은 곽 사장의 증권거래법위반죄를 내사종결로 봐주고, 횡령죄는 전국의 지사로 하여금 조성하게 한 비자금 240여억원, 지사로부터 실제 받아간 것이 확인된 금액 83여억원, 사적 유용이 확인된 금액 약 38억원 중에 제일 작은 금액으로 기소했지.
그런데 증권거래법위반죄는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환수에관한법률에 따라 범죄수익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자산까지 몰수할 수 있으니 곽 사장은 자유형 회피 외에도 재산적으로도 큰 이득을 본 거야.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법정에서는 한떨기 아름다운 배반의 장미가 피어오른 거야.
그럼 여기서 다시 한번 우리 검찰의 놀라운 여의봉을 보기로 할까.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2010년 한명숙 전총리 2차 사건에서 한만호의 정치자금법 위반은 기소를 안 해. 제공한 금액이 9억원인데 말이지.
2009년 검찰은 민주노동당에 매달 5천원~2만원씩 후원금을 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 1600여 명을 정치자금법 및 정당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는데, 그것과 비교하면 어이없는 것이고.
두 번째로, 2014년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입법로비” 사건에서는, 김석규 이사장은 곽사장보다 공여액이 큰 1억2천여만원인데도 뇌물공여죄로 기소를 안 했어.
곽사장도, 김 이사장도 검찰에서 자백을 한 사정은 같은데, 다만 김 이사장의 경우에는 기소를 안 하기 위해서 “자백”이 “자수”로 변신을 해야 했지.
해당 수사팀은 입건유예로 종결한 이유에 대해서 “김석규가 뇌물공여 사실을 자발적으로 진술하였으므로 형법상 자수감면 제도의 취지에 따라 불입건한 것이라고 해명해.
자수의 정의는 ”범인이 책임있는 수사당국에 범행을 신고하고 스스로 처벌을 구하는 의사표시“라고. 자발성을 필수요건으로 하는 행위이니까 그렇지.
그럼, 수사기관의 직무상의 질문 또는 조사에 응해서 범행을 진술하는 것은 뭐라고 할까? 바로 자백이지.
그러면 신계륜, 신학용 전 의원의 판결문을 보기로 해.
“검찰은 당초 김석규의 횡령혐의를 포착하고 2014. 6. 16. 그의 사무실과 주거지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였다 검찰은 사무실과 주거지에 보관되어 있는 3억원에 가까운 현금과 수표, 상품권 외에 김석규가 전현직 국회의원들과 교류하면서 특히 법률개정에 관해 피고인의 보좌관과주고받은 서신과 문건도 함께 발견하고는 법률개정을 주도했던 피고인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를 추궁하게 되었다”
김재윤 전 의원 판결문에 관련 부분 설시는 아래와 같아.
“자신의 주거지와 사무실에서 거액의 현금이 발견되고 피고인과 사이의 통화 내역 등을 근거로 입법로비 정황을 상세히 추궁당하여 피고인에 대한 금품 제공사실을 진술할 수 밖에 없었다”
기소편의주의 하에 검찰은 자기 맘대로 촘촘한 그물과 느슨한 그물을 골라 쓸 수 있고, 이러한 무한의 소추재량은 표적수사를 가능하게 하는 무기가 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