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가짜뉴스 만들어요!
뭐, 오래 전 얘기입니다만, 불량식품이 범람하던 시절에는 이런 얘기가 돌기도 했습니다.
아빠가 식품회사 공장에 다니는데, 아이들에겐 자기 회사 제품을 절대로 먹지 말라고 한답니다. 심지어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그런 말을 했다고 하는데, 왜 그랬을까요? 그 회사가 불량식품을 만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호랭이 담배 피던 시절의 얘기죠. 지금이야 그런 불량식품 회사는 없을 겁니다.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에서 반드시 지켜야할 식품공전이 있고 식품위생법도 있고 제조물 책임법 등 관련법이 그물망을 펼치고 있어서 세상을 만만하게 보고 불량식품을 만들어 팔다가 적발되면 회사는 문을 닫고 사주는 패가망신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어떤 제조물보다 식품에 대한 규제는 철저한 편입니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죠. 불량식품으로 돈 좀 벌겠다는 ‘무모한 모험’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 됩니다.
언론은 어떤가요? 불량식품은 몸을 망치고 불량언론은 정신을 해칩니다. 불량식품 만드는 공장에 다니는 아빠가 자기 아이들에겐 절대 그 회사 제품을 먹지 말라고 했던 것처럼 곡학아세와 혹세무민의 요설을 퍼뜨리는 언론사에 다니는 기자 아빠들도 그럴까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조중동 기자들은 논술 공부하는 자기 아이들에게 조중동 신문을 논술 교재로 권할까? 세상을 알려면 신문을 봐야 한다면서 자기 회사 신문을 권할까?
식품회사에 식품공전이 있다면 언론사에는 취재윤리와 보도준칙을 정한 윤리강령이 있습니다. 과거에 불량식품 회사들이 식품공전을 무시했던 것처럼 지금 우리 언론은 윤리강령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무어라 간섭하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으니 그러거나 말거나 언론의 자율에 맡기고 방관해야 하나요?
잘못된 보도에 대한 징벌적 배상은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까요? 아니지요, 그 반대일 겁니다. 징벌적 배상이 도입되면 언론사 사주들은 잘못된 보도로 회사 문을 닫게 될까봐(자식에게 물려줄 자기 재산에 심대한 손해가 생길까봐) 기자들에 대한 윤리 교육을 엄청 빡세게 시킬 겁니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능력 결핍자를 기자로 뽑지도 않을 거구요.
그뿐인가요. 위에서 시키니 거부하지 못하고 양심에 반하는 기사를 쓰는 일도 없어질 테니 기자들에게도 좋지요. 사주 있는 언론사의 기자들은 두 손 들고 열렬히 찬성해야 정상입니다. 징벌적 배상제는 나쁜 게 아니구요, 기자들의 양심을 지켜주고 언론을 언론답게 만드는 소금 역할을 할 겁니다.
우리 아빠는 000 만들어요! 어떤 제품을 만드는 아빠를 자랑스러워 하는 광고가 있던데, 기자를 아빠로 둔 아이가 우리 아빠는 가짜뉴스 만들어요! 라는 가짜뉴스 퇴치 공익광고가 나올까 걱정되어 하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