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의 과학
형사부 검사들은 자신들을 지게꾼이라고 자조적으로 불러. 경찰에서 송치받은 사건에 대하여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주된 업무로 하고 그래서 그 송치사건의 기록들을 져서 나른다는 의미야.
한편, 그들은 수사능력을 인정받은 검사들이 갈 수 있는 특수부에 가기를 희망하면서도, 특수부에 대하여 너네들은 명품 소량생산이라면서 왜 이렇게 불량률이 높으냐고 속으로 말하기도 해.
인지사건의 특성상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고 말해지는데, 창조 과정 중에 너무 무리를 하기도 하거든.
실제로 2009년 기준으로 검찰이 인지해서 수사, 기소한 사건의 무죄율은 일반 사건보다 5배나 높았어.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검찰총장의 하명사건을 수사하면서 총장의 직할부대로 불리던 대검 중수부의 무죄율은 2012년을 기준으로 일반사건의 27배에 달했지.
그런데 27년 특수통 검사가 자신의 수사경험을 꾹꾹 눌러 썼다는 책이 있는데, 그 책을 보면 어떻게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지 엿볼 수 있거든.
그 검사는 “과학적 심리수사기법”을 이용하여 어려운 사건에서 피의자들로부터 자백을 곧잘 받았다고 자랑을 하고 있어.
자백은 주로 뇌물제공에 관한 것인데, 그 “과학적 심리수사”란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볼 수 있는 에피소드가 나와.
배임, 횡령 혐의로 구속된 건설회사의 회장에게 정치인들에게 청탁하고 뇌물을 공여한 것을 자백하라고 하면서 그 검사와 사전에 작전을 세운 수사관은 이런 말로 압박하지.
“왜 회계장부를 내연녀 집에 숨기셨어요. 혼인관계가 아니어서 증거은닉죄가 됩니다. 지금 그 여자 잡으러 갔어요”
이 수사가 심리전이 된 이유에 대하여 그 검사는 아래와 같이 적고 있어.
“검사와 수사관은 그 여성의 집에 안 갔다. 집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 여성을 구속하겠다고 압박하지도 않았다. 별건 수사는 아예 없었다. 사무실 안팎에서 전화 몇 통 걸고 받은 게 전부다. 회장이 연출된 상황을 스스로 믿게끔 한 것 외에는 달리 한 일이 없다.”
페친들 내가 놀란 점은 말야,
첫째로 절대로 “가학적 심리수사기법”의 오타가 아니더라고. 여러 페이지에서 줄곧 “과학적”이라고 언급되어 있으니까.
검사들의 법과 원칙이 우리가 생각하는 법과 원칙과 다른 것처럼 이것도 그렇게 생각하면 돼. 특수부 검사들에게는 이것이 과학이구나.
둘째로 놀란 점은 해당 수사를 자랑하는 그 검사의 심리세계야.
그 건설회사 회장이 정모 국회의원에 대한 뇌물공여를 자백한 4000만원 중 3000만원 제공은 2005년에 무죄로 확정되기 때문에 오류가 아주 큰 과학이라고 할 수 있지.
그리고 정 전 의원에게 돈을 주었다고 진술한 사람을 법원의 증인 채택에도 불구하고 법정에 출두하지 못하도록 검찰이 방해했거든. 이때 서울지검 특수부는 무리하게 공소를 유지하기 위하여 해당 증인을 1년여 동안 239회나 검찰청으로 불렀던 거야.
정 전 의원은 검찰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법재판소는 정 전 의원의 손을 들어주었어.
2001년 8월 헌법재판소는 “검사가 정 의원쪽의 접근을 차단하고 수사과정에서의 진술을 번복하지 않도록 회유·압박하기 위해 재판의 핵심증인을 자주 소환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쌍방 가운데 어느 한쪽이 증인 접촉을 독점하거나 상대방의 접근을 막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문에서 밝히지.
검사들의 이런 과학적 수사기법은 그 후에도 계속 활용되었지.
이철규 전 경기도 경찰청장은 제일저축은행 비리사건으로 구속된 유동천 회장에게서 수차례에 걸쳐 4000여 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가 2013년 10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아.
1, 2심부터 쭉 무죄였는데, 이 사건은 검찰의 과학적 수사에 구멍이 많았던지 판결이 무죄의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 사건을 임의로 재구성해 피고인에게 돈을 준 것이 확실한 것처럼 객관적 증거에 꿰 맞춘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진술에 따른 이해관계를 예측해 피고인에게 돈을 줬다는 사실 자체를 꾸며내 진술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전 청장은 ‘유동천이 돈을 안 줬는데 검사가 아들을 구속하려고 압박해 거짓 진술을 했다. 이 전 청장이 수갑 차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천벌을 받을 거다. 죽고 싶다고 했다’는 말을 다른 재소자로부터 들었다고 해.
한편 2010년 12월 20일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사건에서 한만호가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어. 그러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의 엄희준 검사는 한만호와 같은 구치소에 있던 수감자 셋을 불러내서 구치소에 있던 한만호로부터 금전제공 사실을 직접 들었다는 위증을 준비시키지.
수감자 중 하나는 위증압박을 받자 검사실 출정을 거부했다고 해. 그런데 엄 검사는 당시 미성년자였던 수감자의 아들과 조카를 별건으로 조사하겠다며 검사실로 소환했다는 거야. 해당 수감자가 주식매매를 하면서 아들과 조카 명의의 계좌를 이용했는데, 그 차익에 대해 조사를 하겠다며 둘을 불렀던 거지.
역시 과학적 심리수사기법에서는 뭐니뭐니해도 가족인질극이 최고 효과가 있었던 거야.
수감자 중의 하나인 최모씨는 2020년 4월 법무부에 진정을 제출했고, 아들과 조카마저 소환당한 위의 수감자는 그 최모씨의 진정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했어.
그렇지만 윤석열 총장은 본래 검찰식구가 아닌 외부 공모로 임명된 한동수 본부장이 있는 대검 감찰본부가 이 사건을 감찰하는 게 껄끄러웠던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내려보내. 게다가 엄희준 검사는 2020년 1월 인사에서 대검에 꼭 유임시켜 달라고 윤총장이 요청했던 측근이거든.
이 사건을 엄정하게 감찰하지 않겠다는 건, 앞으로도 이런 과학적인 수사기법으로 계속 수사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고 뭐겠어.
페친들, 여기서 우리는 최악의 검찰을 보게 되는 거지.
기소권과 수사권이 한 손에 쥐어져 있기 때문에 수사위법성을 1차적으로 통제하고, 객관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라는 검찰기관으로서의 본래의 기능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수사개시에서부터 기소까지 아무 통제도 없이 전속력으로 마구 달려가는 거지.
게다가 사후적인 감찰기능까지 무력해.
그래서 우리 검찰은 가학수사를 과학수사라고 우겨대며 살아왔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