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에게,
나도 기자입니다만, 기분 나쁘게 생각마시고 찬찬히 읽어보세요.
기사에 딸린 댓글들을 보면 기사보다 수준이 높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기사의 내용이 사실인지 따지는 팩트 체크뿐만 아니라 사안과 현상에 대한 분석과 논리적 글쓰기에 대해 일침을 놓는 품평은 물론이고 기사를 쓰는 의도까지 간파해내는 댓글도 많습니다.
우리, 겸손해야져 합니다. 지금은 스마트시대입니다. 내 기사가 내 손을 떠나 인터넷에 오르는 순간 당신 회사의 기자들보다 훨씬 많은 사이버 데스크들이 당신의 기사를 검증하고 평가합니다.
그들 중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도 있고 세상을 읽어내는 안목과 경륜을 갖춘 무림 고수들도 많습니다. 그들의 품평 하나로 당신은 순식간에 기자에서 기레기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양도세 내기 싫어 증여를 한다며 부동산 정책을 무력화시키는 기사를 볼까요?
양도세든 증여세든 세금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증여세가 적으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그건 불법이 아닌 절세의 한 방법이니까요. 대신, 주택 증여를 받은 자식은 무주택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포기해야 합니다.
집을 두 채든, 열 채든, 백 채는 갖고 있는 게 죄는 아닙니다. 많이 갖고 있음에도 세금을 내지 않으려 하니까 죄가 되는 겁니다. 투자든 투기든 돈을 많이 벌었으면 그만큼 세금을 내는 당연한데, 그게 왜 폭탄입니까? 월급쟁이들은 월급 오르면 갑근세를 더 내는데, 부동산으로 떼돈을 벌고도 왜 세금을 안 내려고 합니까?
주호영 23억, 박덕흠 73억이 나쁜 게 아니라 집 없는 서민 걱정을 하는 척하며 뒤에서는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부동산으로 자기 재산을 불리니까 욕을 먹는 것이고, 부동산으로 떼돈을 벌고 재산을 불리고도 세금을 내지 않으려 하니까 미움을 받는 겁니다.
기사에는 그런 내용이 없지요. 댓글에는 있습니다. 댓글 다는 이들이 기자인 당신보다 훨씬 똑똑하고 세상을 더 정확하게 꿰뚫어 봅니다. 물론 욕설에 막말이나 하는 일베성 댓글은 빼구요.
댓글 수준으로 보면, 조선일보가 ‘1등 신문’이 맞습니다. 저질 댓글 경연에선 단연 ‘1등’이지요. 그래서 언론 신뢰도 꼴찌를 조선일보가 ‘1등’으로 기여하고 있는 겁니다.
기자님들, 자기 기사에 딸린 댓글도 좀 보세요. 당신의 수준이 거기에 있습니다. 당신이 쓴 기사가 댓글의 수준을 결정하고 그것이 결국 기자인 당신의 수준이 되고 한국 언론이 수준이 됩니다.
참고로, 페친 이종석 님이 인용한 댓글을 복붙하여 옮깁니다.
OOO 2020.09.16.00:04
증여하든지 팔든지... 자기 맘대로 하세요..증여는 무한대로 하는 줄 알겠네..... 이런 것도 기사 거리냐??? 증여하면 증여세 내고.... 매도하면 양도세 내세요....
(찬성하기194 / 비추천하기 13)
OOOOOO 2020.09.16.00:29
증여가 늘어나는 건 바람직한 정책효과라고 보는데... 뭔 풍선효과? 증여받은 자식은 무주택자가 아니니까 청약도 못 받고 다른 무주택자들은 경쟁률 줄어들어서 좋고.... 얼마든지 권장해야 되는게 맞지....
(찬성하기 132 / 비추천하기 6)
OOOOO 2020.09.16.03:42
증여하고 증여세만 꼬박 꼬박 내면 아무도 뭐라 안합니다. 기레기님.
(찬성하기 75 / 비추천하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