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타당하고 상식적인 판단마저 포기한...
국방부에 전화를 했다고 하여, 장관실이나 아니면 국방부의 높은 자리에 있는 관리에게 전화를 했다는 줄 알았다. 5선 의원이 전화를 했다니 그랬다는 것으로 알았다. 그쯤은 돼야 보도의 기치가 있고 기사로 쓸 만하니까.
그런데 아니다.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를 하여 병사의 휴가 관련 규정에 대해 문의를 했단다. 민원실은 누구나 궁금한 게 있으면 문의할 수 있는 대국민 서비스센터다. 5선 의원도 국민의 한 사람이다. 얼마든지 민원실을 이용할 수 있다.
왕년에 김문수씨가 경기도지사 시절에 119 상황실에 전화하여 ‘나, 김문수요?’ ‘경기도지사 김문수란 말이요!’라며 위엄을 뽐내다가 시건방진 도지사라고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었다. 추미애 장관이 의원 시절에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하여 ‘나, 추미애야!’ ‘나, 5선 의원이라구!’라며 허세를 부리기라도 했는가.
그런 일도 없었고, 그저 아들을 군대 보낸 부모로서, 군 생활 중에 수술을 받은 아들을 걱정하는 부모로서, 누구라고 드러내지도 않았고 5선 의원의 지위를 이용하여 압력이나 청탁을 하지도 않았고, 단지 휴가 관련 규정이 궁금하여 그저 보통의 국민처럼 민원실을 이용했다면 미담이고 겸손한 5선 의원이라고 칭찬할 일이 아닌가.
아무 거나 휘갈긴다고 기사가 되는 건 아니다. 보편타당하고 상식적 판단마저 내팽개치고 미우니까 엿이나 먹으라는 식으로 펜을 휘갈기면 그 펜은 흉기가 되고 살인무기가 된다. 언론의 자유를 흉기로 오남용하는 언론은 언론이 아니다. 언론이기를 포기한 언론사에는 방종으로 사회를 어지럽힌 책임을 혹독하게 물어야 한다. 그게 언론을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