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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충경

[중도에 대하여]

선거시즌이 되면 가장 많이 들리는 것 중 하나는 ‘중도’라는 단어이다. 정치에 한 발이라도 담근 정치 전문가는 물론이고 교수 등 학자 그리고 언론 종업원들도 몇마디씩 한다.

중도층 또는 무당파의 향방, 중도층 마음을 잡기 위한 전략 등이라는 방송과 글들로 도배를 한다. 그들은 한결 같이 공통점이 있다. 중도층은 아무 특성이나 색깔도 없는 회색지대 또는 진보보수를 왔다 갔다하는 줏대 없는 집단으로 보고 있다.

다 틀렸다.

졸저, ‘핀란드에서 찾은 우리의 미래’는 모두 일곱 개 챕터로 되어 있는데 제 5장에 이에 대해 적은 바 있다. 에버럿 로저스 (Everett Rodgers)의 혁신확산이론과, 벤처경영의 바이블이라고 할 만한 조프리 무어 (Goffery Moore)의 캐즘이론 (Chasm theory)을 진보보수 그리고 중도라는 정치구조와 대입하여 풀어 보았다.

굳이 경영에 관심 없더라도 얼리 어답터 (early adapter)와 죽음의 계곡 (death valley)이란 말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혁신이론은 정규분포곡선을 다섯으로 나누고, 가장 왼쪽에 신제품 또는 신기술에 가장 적극적인 1)혁신가, 그다음 왼쪽에 2)얼리 어답터 그리고 죽음의 협곡이라는 캐즘을 건너면 주류시장을 만나는데 먼저 3)전기다수인 실용주의자, 꼭지점을 지나면 4)후기다수인 표준주의자 그리고 가장 오른쪽에는 5)지각수용자가 있다.

정치구도는 이와 너무 닮았다. 가장 왼쪽 혁신가는 극좌에 해당하는 좌파와 닮았는데 이들은 실현가능성과 위험도를 따지지 않고 변화 그 자체에만 집착한다.

다음의 얼리어답터는 온건개혁파로 진보적 사상을 주류시장에 진입 가능하도록 디자인하고 죽음의 계곡인 캐즘을 넘어야 하는 선각자들이며 실천가들이다. 그리고 가장 오른편의 지각수용자는 새로운 것은 무조건 거부하는 극우들이다.

그렇다면 오늘 글 주인공인 "중도"는 누구인가? 좌우이념 또는 보수진보에 왔다 갔다 하는 박쥐나 회색분자들이 절대 아니다.

그들, 중도층은 전체의 68.2%를 차지하고, 주류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전기후기 다수의 총합이다. 그들은 회색이 아니라 왼편의 전기다수는 ‘실용’, 오른쪽 후기다수는 ‘표준’이라는 분명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전기다수 즉, 실용적 전기다수는 엄격하다. 얼리 어뎁터라는 그룹이 신기술로 완성된 제품을 보여주어도 실용성을 인정 못 받으면 캐즘이라는 죽음의 계곡으로 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처럼 아무리 그럴 듯해 보이는 개혁 정책이라도 실용적이지 못하면 기각당하고 사장당한다. 전기다수에 의해 실용적임을 검증되면 꼭지점을 넘어가 후기다수에 의해 표준이 되고 주류시장 전체에서 자리 잡는 즉, 국가표준으로 뿌리내리는 것이다.

정치도 똑 같다. 지난 참여정부 때 한누리당 등이 시도했던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역풍을 맞고 쫄딱 망했던 것은 대통령은 내 손으로 뽑는다는 ‘표준’을 건들었기 때문이고, 박근혜가 탄핵 당했던 것은 어린 학생들 죽음을 방관했던 세월호와 최순실의 등장으로 대통령의 기본자질이라는 ‘표준’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가끔 진보 쪽 인사가 가장 오른쪽의 지각수용자에게 추파를 보내는 일이 있다. 캐즘이론은 분명히 말한다. 신제품을 주류시장에 진입시키지 못하고 지각수용자에게 먼저 팔겠다고 내미는 일은 백프로 실패하는 바보짓이니 포기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지각수용자는 주류시장의 실용과 표준으로 채택이 되어도 받아드릴까 말까하는, 새로운 것은 일단 거부하는 집단이니 당연하다.

최근 이낙연 총리의 사면 발언이 역풍을 맞았다고 하는데 역풍이 아니다. 지각수용자에게 손을 내밀었던 매우 어리석은 짓이었기 때문이다.

180석 의석의 정부여당 현주소는 어디일까? 분명한 것은 간신히 캐즘을 넘고 - 그것도 상대편에서 스스로 표준을 망가뜨렸던 행운이 따랐기 때문에 – 현재 전기다수에 걸쳐 있지만 표준 즉, 후기다수까지 단 한 발이라도 넘어가 있는 모습은 아니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간단하다.

주식시장을 보면 된다. 새로운 기술로 막 상장한 기업이 하나 있다고 하자. 보유한 기술과 신제품 한 둘로 주류시장 입성에 성공했고 이는 미래가치와 함께 주가에 반영이 되어있다.

그런데 그들이 두 번째, 세 번째 후속 제품을 보여주지 못하고 기업의 실용적 성과와 미래를 못 보여주고 향후 표준으로 자리 잡지 못할 것 같으면 바로 시장에서 밀려나고 최악의 경우 퇴출될 것이다. 핵심은 현재 시장 시가 즉, 그들에게 어울리는 미래가치를 현실에서 실현하느냐 마느냐에 달려있다.

촛불혁명으로 나라다운 나라 그리고 정의를 세우고 온갖 부조리가 제거되는 개혁에 대한 기대가 현재 주가에 반영되어 있는데 이것이 현실에서 반영되지 못하면 주가는 폭락할 것이고 시장에서 밀려날 것이다.

답은 여기에 있다. 기대수익을 이뤄내느냐 마느냐는 즉, 국민이 염원해 온 개혁을 이루느냐 마느냐에 달려있다. 저쪽 건너 지각수용자들을 쳐다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실용성을 입증받고 표준으로 자리 잡아야 할 때이다.

끝으로 핀란드 이야기를 덧붙인다.

‘복지’는 진보세력, ‘성장’은 보수진영을 상징하는 이념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핀란드는 다르다. ‘복지’와 ‘성장’ 둘 다 모두 이미 주류시장인 중도층이 받아드렸다. 다시 말해 복지와 성장 모두 ‘실용’과 ‘표준’으로 입증되어 국가전체의 기반으로 뿌리내려 있다.

핀란드에서는 '복지'가 좌파의 전용물이 아닌 것처럼 '성장' 역시 우파의 전유물이 아니다. 어느 정파도 복지 또는 성장을 독점하지 않는다. 핀란드의 복지와 성장은 주류시장 즉, 중도의 책임이며 권리가 되어 있고 그래서 세계 행복지수 3년 연속 1위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끝.

[바이든의 미국과 대한민국]

"주주 자본주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가 훨씬 지났다. 기업이 책임져야 할 유일한 책임은 주주들에게 있다고 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절대적인 웃음거리이다. 그들은 노동자와 지역사회, 국가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새롭고 급진적인 개념이 아니다."

위의 말을 누가 했을까? 만일 한국의 정치가가 이런 말을 했다면 급진좌파라고 맹공을 받았을 것이다. 주주 자본주의 (Shareholders Capitalism)는 우리 사회의 핵심인데 이를 끝내야 한다는 것은 빨갱이들이라면서, 언론사 종업원들도 거품을 물었을 것이고.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앞 둔 조 바이든이 지난 7월 9일 한 유세장에서 한 말이다. 민주당내 좌파라고 일컫는 샌더슨도 아니고 엘리자베스 웨런도 아니다.

내 졸저 '핀란드에서 찾은 우리의 미래'에서도 썻지만 기업은 인류가 발명한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온갖 문명의 생산품과 표준들 90%가 기업이 만들어 낸 것이다. 기업은 자본주의세계의 핵심이며 주체이다.

그런데 바이든 당선자가 말했듯이 기업은 이제 주주 뿐만 아니라, 노동자,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것을 세계경제포럼의 창립자 Klaus Schwab (클라우스 슈와브)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Stakeholders Capitalism)이라고 주창하며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며칠전 조 바이든 당선자는 1조9000억달러(약 200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대응안을 발표했다. 트럼프와 공화당이 적자재정을 이유로 반대했던 것을 180도로 뒤집고 '미국 구조 계획'이라는 이름의 미국 의회에 제안한 첫 번째 안이다.

한국 언론사 종업원들은 경기부양 어쩌고 하는데 틀렸다. 위의 바이든 말을 인용하면 진실이 아니고 절대적인 웃음거리다 (That's simply not true. It's an absolute farce.). 이는 기업 지원 등의 경기부양이 절대 아니다. "구조 (Rescue) 계획" 즉, 말 그대로 물에 빠졌거나 불길에 휩싸인 수많은 생명들을 살리기 위한 구조 대책이다.

바이든의 2000조에는 9월말로 6개월 연장된 월 170만원 정도의 실업수당,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중저소득 가구의 임대료 지원에 27조원,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인 세입자 퇴거 중단 조처도 9월30일까지로 연장했고 별개로 17조 규모의 소상공인에게 직원 급여보호프로그램 그리고 10만명의 공중보건 인력 고용 등도 포함되어 있다.

한국의 기재부를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은 무엇하고 있는가? 언제까지 균형재정, 재정적자 등 철지난 가락만 읊어가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들인가? 아니 이제는 햇빛도 싫어져서 그 우물마저 두껑을 닫아버렸는가?

미국에만 실업자, 중저소득가구, 세입자와 소상공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대한민국에도 실업자, 중저소득가구, 세입자들이 있고 벼랑 끝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제발 좀 정신차리자.

언론 종업원들은 할 말 없으면 입닥치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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