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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는 자영업자들을 이렇게 지원한다

나는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자영업자다. 코로나19로 2차 록다운에 들어간 지 40일이 넘었다. 가게문을 닫고 그만큼 시간이 흘렀다는 얘기다. 록다운이라고 하지만 모든 가게가 셔터를 내린 건 아니다. 약국 식품점 같은 필수업종과 편의점, 세탁소는 문을 열고, 식당이나 커피점 같은 곳들은 테이크아웃으로나마 영업중이다. 우리 같은 옷가게에도 커브사이드 픽업(미리 주문받고 가게 바깥에서 가져가기)을 허용하기는 했으나 하나마나다. 그래서 아예 문을 닫고 집콕중이다.

 

가게 문을 못 여는 자영업자인데도 마음이 지옥 같지는 않다. 코로나19 시국에서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한국 자영업자와는 달리, 가게 문을 닫는 데 따르는 손실을 정부에서 어느 정도 보전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평소 수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 정도 지원이면 연명은 가능하다. 문을 닫고 수입이 없는 자영업자만 지원 받는 게 아니다. 코로나19로 직장을 잃은 사람들, 가게 문을 열되 벌이가 한 해 전에 비해 수입이 50% 이하로 떨어진 자영업자는 모두 지원 대상이다. 

 

지원은 작년 3월 1차 록다운 직후부터 시작되었다. 록다운이 풀린 6월말 이후에도 지원은 계속 되었다. 가게 문을 열어서 돈벌이하면서도, 작년보다 수입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이유로 지원 신청을 할 수 있었다. 지금 테이크아웃 영업으로 문을 여는 식당 주인들도 당연히 지원받고 있을 것이다.

 

록다운을 포함한 코로나19로 벌이에 타격을 입은 사람들, 곧 자영업자나 실직자 들에 대한 보상은 이렇다. 2020년 3월 글로벌팬데믹 이후 1인당 한 달에 2,000달러씩 받았다. 한국 돈으로 약 180만원쯤 된다. 2019년에 일을 해서 1년에 5,000달러 이상 벌었다고 캐나다 연방정부에 소득신고하면서 세금을 낸 사람이라면 모두 자격이 되었다. 여름 알바를 못하는 학생들에게도 4개월 동안 한 달에 1,000달러씩인가를 지원해주었다.

 

7개월이 지나자 이름을 달리해 또 지원을 시작.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고용보험금(EI)을 수령하고, 나 같은 자영업자들은 1인당 1,800달러를 매달 지원받는 중이다. 그러니까 작년 3월 이후 수입이 50% 이하로 감소한 사람은 한 달도 빼놓지 않고 계속 지원을 받아왔다. 물론 처음에는 수혜자 기준이 명확치 않아서 혼란이 있었고 자격이 안 되는 수십만명이 신청했다고 들었다. 그들을 일일이 찾아내 반납 요구서를 보냈다고 한다. 그런 일 하라고 공무원들은 월급 받는다.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임차료, 곧 렌트비이다. 작년 3월 이후 주정부는 건물주들에게 50%를 지원해줄 터이니, 건물주가 25% 손해보고, 세입자에게는 25%만 받으라고 했다. 말 안 듣는 건물주들이 있게 마련. 그래서 작년 10월부터는 연방정부가 나서서 65% 정도를 아예 자영업자에게 준다. 그러니까 장사를 하든 안하든 신청을 하면 65% 정도는 무조건 지원 받는다.  자영업자라면 2019년과 비교해 매출이 50% 이상 떨어졌을 테니, 대다수가 이 조건에 해당될 것이다. 가게 문을 열든, 나처럼 아예 못 열든 간에 렌트비는 35%만 내면 된다.

 

그 35%도 아무런 벌이 없이 재난지원금만 받는 나같은 자영업자에게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부담을 메워줄 방도가 또 있다. 거래 은행에서 6만달러를 무이자 대출해줬다. 한국돈으로 5천몇백만원 되는 돈이다. 6만달러는 2022년말까지 쓸 수 있고, 그 이후에 4만달러만 상환하면 된다. 2만달러는 그저 주는 돈이다. 

 

정리하자면, 나처럼 비필수 업종의 자영업에 종사할 경우 '재난지원금' '렌트비 보조금' '은행무이자 대출' 이 세 가지 지원을 받고 있다. 록다운으로 가게 문을 일방적으로 닫은 데 대한 보상일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은 시민들에 대한 지원이다.

 

록다운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자영업자들이니 록다운 정책을 쓰는 정부가 보상을 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니까, 지원 규모나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일본도 식당이나 술집이 영업을 하지 않으면 하루 6만엔을 지원해준다는 뉴스도 들었다.

 

눈물만 흘릴 일이 아니다. 문을 닫거나 영업시간을 단축하게 하려면, 그것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자영업자들에게 그만큼의 보상만 해주면 된다. 

한국이 록다운에 버금가는 정책을 펼치면서  방역에서는 큰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그 성과라는 것이 한 쪽의 일방적인 강요된 희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별로 부각되지 않는 것 같다. 아예 록다운 수준으로 문을 닫은 노래방이나 운동 관련 업소들, 단축 영업을 하는 식당 주인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설사 문을 열어도 손님이 없는 판인데, 문을 닫거나 영업시간을 단축하라고 하면 “사회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네가 그냥 죽어줘야겠다"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내가 한국에서 자영업을 하는 처지는 아니니, 한국 상황을 정확하게는 모르겠으나 ‘보편지원’ ‘선별지원'이라는 말 자체가 나오는 게 정말 이상하다. 작년 1차 지원 때 보니 코로나19로 벌이에 타격을 받지 않은 사람들까지 수혜 대상이었다. 그래서 지원을 받으면 기부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모르는 무슨 사정이 있어서 그랬겠으나, 지금처럼 다급한 상황이라면 캐나다처럼 선택과 집중이 답이 아닐까 싶다. 벌이에 타격도 없는 이들에게까지 영양제 링거를 꽂아주는 것보다, 숨 넘어가는 중환자에게 산소호흡기를 대주는 게 현명하다. 

 

캐나다가 한국보다 딱히 잘 사는 것도 아니고, 부자 나라도 아닌 것 같은데, 코로나19 지원에 대한 것을 보면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다든가, 숫자가 너무 많다든가 하는 얘기는 핑계고 헛소리에 불과하다. 많으면 그만큼 쪼개서 지원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 1) 록다운에 버금가는 정책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관심, 특히 정책 결정자들의 고민이 부족하다. 이 사람들, 지금 숨넘어가는 중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못지 않게 그들의 목숨 살리는 일도 긴요하다는 공감대가 필요. 정세균 총리는 눈물의 진정성을 실천으로 보여주면 좋겠다. 

 

2) 자영업자들에게 선별 지원을 하면 멀쩡하게 돈벌이하는 사람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아마도 보편 지원이 이루어지는 이유가 이게 아닐까 싶은데. 토론토의 내 주변 월급쟁이들 가운데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에 불만을 가진 사람을 하나도 보지 못했다. 이런 태도가 긴요하다. 한국에서 확진자가 늘어날 때 ‘록다운을 왜 빨리 하지 않느냐'고 불만인 사람들 중 월급쟁이 아닌 사람이 없었다. 록다운하자고 주장하자면 록다운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함께 촉구해야 마땅하다. 강력한 록다운을 요구하면서 그런 지원에 대해 불만을 가진다면 그야말로 이기적이고 나쁜 놈이다. 

 

한국 사정이야 뉴스와 페이스북을 통해서만 보고 들으니 아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내가 잘못 판단한 것이 있을 수 있으니, 양해를 구한다. 가려서 읽어주기 바란다. 

 

다만, 캐나다의 자영업자나 실직자, 곧 코로나19로 당장 벌이가 끊긴 사람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만큼은 꼭 참고해주기 바란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자영업자인 내가 처한 환경과 한국의 환경이 너무 비교가 되어서 그렇다. 한국이 방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칭찬을 받는다면, 그 칭찬이 높아질수록 죽어나가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아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시기 바란다. 코로나19로만 사람이 죽는 건 아니다.

 

이 글을 썼더니 토론토의 회계사께서 다음을 보충해주심.

 

캐나다 자영업자 지원에 대해 두가지 보충하면,

1) 매상 감소에 따라 렌트비 보조 최대 65% 에 더해 lockdown으로 영업을 못하거나 제한 받을 경우 추가로 렌트비의 25%를 지원해 최대 90%까지 렌트비 보전을 받을 수 있고

2) CEWS라고 하는 wage subsidy program에 의해 팬데믹하에서 매상이 감소한 가운데서도 직원을 고용하는 경우 매상 감소 정도에 따라 가변적이나 상당수 비지니스들이 인건비의 50% 이상 매월 보전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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