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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

<선동의 정치>

나와 같은 문파들은 최근 언론에 보도된 이낙연 대표의 입장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정치적 수사 정도로 바라볼 수 있는 표현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어떤 정치적 표현 하나로 그 사람의 역사와 가치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사람을 평가할 땐 그가 과거에 보여준 모습을 살펴보아야 하고, 그 사람의 역할과 위치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사람을 믿었는데 한순간 아니라고 평가하는 기저에는 그 전부터 싫었던 감정과 누적된 다른 이유들이 쌓여왔다고 봐야 한다. 하루아침에 사람이 싫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이낙연 대표에게 돌아섰다고 말하는 대부분은 처음부터 믿음을 갖고 있지 않았거나 반감이 있었던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낙연 대표가 잘못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누굴까? 이낙연 대표와 이낙연 민주당이 욕을 먹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사람들은 당연히 당내 대선후보 경쟁 관계에 있는 이재명 지지자들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낙연 대표가 당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경쟁 관계에 있는 후보의 지지자들에겐 좋지 않은 결과일 것이다.

물론 이재명을 지지하지 않지만, 이낙연 대표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이재명보다는 이낙연 대표에서 더 호의적인 마음을 갖고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반대로 돌아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둘 다 괜찮다고 생각해 왔지만, 이낙연에 실망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낙연 대표에 대해 확신이 없었던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진짜 지지자들은 쉽게 마음을 바꾸지 않으니까! 이와 같은 사람들의 또 하나의 성향은 이해 당사자인 이재명 지지자들만큼 강한 반대 여론을 조장하지는 않는다.

이번 기회를 호재로 삼고 싶은 주요 고객은 다름 아닌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해 당사자인 이재명 지지자들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호재로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조중동과 같은 보수매체의 선동에 이용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들의 주장이 조중동과 같은 보수 매체가 원하는 것이니까! 이낙연 아웃을 부르짖는 세력과 조중동은 누가 달걀인지 닭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같은 이익을 공유한다.

사실 나는 강성친문이다. 나 같은 강성친문들 대다수는 이낙연을 옹호하고 있지만, 조중동은 “돌아선 강성친문, 이낙연 쫓아내자”, “이낙연 친문 역린 건드렸나. 대표 탄핵 움직임”, “이낙연 나가라” 등과 같은 선동성 제목과 이낙연 대표에 대한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기사들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예전에 김어준이 자신의 방송에서 ‘디바이드 앤 룰’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이재명을 비판하는 민주당 내 그룹을 작전세력이라고 음모론을 펼친 적이 있었다.

김어준은 제국주의의 지배국에 대한 분할통치 정책인 ‘디바이드 앤 룰’을 가르켜 존재하는 내부 갈등을 인위적으로 증폭시켜서 단일한 대오, 대일한 지형을 파괴하는 갈라치기 전술이라고 설명하며, 이재명을 공격하는 민주당 지지그룹 내 비판론자들을 향해 이재명을 절대 악이라 규정하고 내부갈등을 조장하는 작전세력이라고 매도했다.

이동영이란 방송인은 더 나아가 김어준이 말한 작전세력을 향해 극문똥파리라는 딱지를 붙였다. 논란에 대한 비판에 대해 논리적으로 따져보기도 전에 “내부총질=작전세력=극문똥파리”라는 굴레를 덮어씌웠다. 이들에게는 이재명에 대한 비판론자들이 몰아내야 할 적이거나 보수진영의 트로이목마였다. 뻔히 보이는 객관적 사실과 해명되지 않는 문제들에 대해 의심을 가진 여권 지지자들을 내부의 적이라고 규정해버린 것이다. 이재명에 대한 비판 세력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이재명만은 절대 사수 해야 하는 성역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때의 조중동은 이재명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했다. 언론이 지금과 같이 공격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현재도 언론은 이재명에 대해 관대하다. 이재명을 긍정적으로 미화시켜 보도하는 언론들이 많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매체가 김어준이 말한 소위 작전세력을 이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김어준의 작전세력은 이를 이용하려는 주체가 없었던 ‘디바이드 앤 룰’였던 셈이다.

그러나 최근의 양상을 보면 예전 김어준의 말이 정확히 들어맞는 것 같다. 이낙연 대표에 대한 일부 당내 정치세력의 공격을 조중동과 같은 보수매체가 이를 확대 재생산하며 ‘디바이드 앤 룰’의 목적을 달성하고 싶어 한다. 조중동의 최근 기사들을 보면 이낙연 대표에 대한 강한 반대 세력을 이용해 단일한 대오, 단일한 지형을 파괴하려고 시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낙연에 대한 공격의 이유는 사실 지극히 단순하다. 음주운전도 아니고, 논문표절도 아니고, 공무원 사칭도 아니고, 선거법 위반도 아니고, 공용 물건 손상도 아니고, 비리 의혹에 연루된 것도 아니다. 가족 간에 불화가 있어서 몰매를 맞는 것도 아니다. 그냥 적절한 시기가 되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건의할 수 있다는 정도의 정치적 레토릭이 공격의 이유가 됐다.

똥볼인지 아닌지는 지켜보면 안다. 그런데, 이런 정치적 레토릭은 절대 있을 수 없는 해당 행위라며 마치 이낙연 대표를 절대 악으로 규정하고 물러나야 할 적폐 취급을 한다. 여당 대표를 이렇게 악마화시켜야 하는지 묻고 싶다. 나는 김어준이나 이동영처럼 이낙연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작전세력이나 똥파리라고 비하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정도가 너무 지나쳐 조중동의 '디바이드 앤 룰’에 완벽히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낙연 대표에 대한 반대 세력이건 조중동이건 그들이 원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겠지만, 조중동의 바람대로 움직이진 않았으면 좋겠다.

덧붙여 이렇게 이낙연 대표를 옹호하고 있는 나는 그의 지지자일까? 아니다. 나는 일편단심 노무현, 문재인이다. 나는 정치인을 평가할 때, 누가 더 문재인 대통령을 위한 사람인가로 판단한다. 이낙연 대표의 정치 인생과 그가 보여준 모습은 나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이낙연 대표를 믿고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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