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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윤

의외로 코로나 방역 성공기를 쓰고 있는 사우디

1.

한국이 연일 확진자 1000명을 넘나들며, 거의 봉쇄 수준인 3단계 격상을 놓고 갑론을박 중이고, 미국, 영국, 일본 등의 나라에 비해 백신 확보가 늦어진 점에 대해 온갖 비난을 받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2.

이런 상황에 한 때 하루 확진자가 5천명에 육박하고, 현재까지 누적 확진자 36만명인 사우디가 지금은 하루 100-200명 수준의 확진자를 기록하며 방역 성공기를 써 내려가고 있는 점이 한국 상황을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간략히 짚어 볼까 한다.

3.

코로나로 인해 실직자가 되었고, 또 다섯명의 자녀들과 한 분의 노모까지 모시고 있는 관계로 코로나 발생 시작부터 매우 예의 주시해서 각국의 상황을 살펴 온 나의 짧은 견해로는,

코로나는 기후*세계화*도시화*의료체계*정치체제*국민성 의 함수가 아닌가 생각한다.

4,

우선 코로나 확산에 있어 기후는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이면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춥고 건조한 기후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덥고 습한 곳에서는 상대적으로 더딘 것은 분명하다. 현재 겨울로 접어든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에서 가파르게 확진자가 증가한 반면, 상대적으로 날씨가 온화한 지역이나 남반구에서는 증가세가 그리 가파르지 않거나 안정적이라는 점을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5.

특히 내가 주목하고 싶은 곳은 내가 살고 있는 사우디와, 가장 많은 직장 동료가 살고 있는 인도의 경우이다. 두 나라 모두 매우 더운 여름과 상대적으로 쾌적한 겨울 날씨를 가진 나라로, 올 여름에 매우 가파르게 확진자가 증가하다가, 겨울로 접어든 최근에 안정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6.

사우디의 경우 한 여름에는 낮 기온이 섭씨 50도를 넘어 갈 정도라 사실상 외부 활동이 거의 불가능해서 대부분의 활동이 실내에서 이뤄진다. 이 시기에 사우디를 비롯 인근의 UAE,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등의 국가 모두에서 확진자가 급증했고, 중국 우한이나, 유럽 일부 지역에서 일어났던 전면적인 봉쇄 수준의 방역 조치를 취했다.

7.

다행히 봉쇄의 효과로 확진자는 점차 감소했고, 날씨가 선선해 지면서 야외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실내 활동이 줄어 들면서 상당히 안정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회사 직원이 확진되었을 때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사우디의 방역은 한국에 비해 매우 소극적이라는 점을(추적검사와 격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음) 고려해 볼 때 이것이 방역 성공이라기 보다는 유럽과 미국이 날씨가 좋았던 여름에 확진자 증가세가 감소했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8.

물론 코로나 확산에 있어 기후만이 변수는 아니다. 초기 전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세계화와 도시화 수준이 영향을 많이 미쳤다. 특히 최초로 대유행이 발생했던 중국과의 교역 수준이 매우 중요한 변수였고, 일단 전파가 시작된 이후에는 도시화로 인해 밀집이 심한 곳일수록 더 큰 피해를 입었다. 뉴욕, 런던, 파리, 밀라노, 바르셀로나 등 서구의 대도시들이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고, 거의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삶의 질을 보여 주었던, 북유럽 강소국들도 피해를 비껴가지 못했던 것을 보면 세계화와 도시화의 혜택을 많이 봤던 순서로 이번 코로나 피해가 막대했음을 알 수 있다.

9,

사우디 역시 메카, 메디나, 제다, 리야드, 담맘, 후포프 등 세계화와 도시화의 수준이 높은 순서로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사우디의 주거 문화 등을 보면 밀집 수준이 서구 대도시나 아시아의 대도시들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밀집도가 낮다. 일단 집이 넓은 편이고,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의 비중이 현저하게 낮다.(사우디가 인근 도시 국가들에 비해 유리한 부분이다.)

10.

다음으로 영향을 많이 미친 것이 의료체계와 정치체제라 할 수 있는데, 이런 면에서 사우디를 비롯, 소위 GCC국가라 불리는 아라비안 걸프 지역의 산유국들이 안정적인 의료체제와 중앙집권적인 왕정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점에서 코로나 통제에 상대적으로 유리했던 것 같다.(젊은 인구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도 사망률을 낮추는 데 큰 기여)

11.

개인병원이나 사립병원 중심의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대형 종합병원 중심의 의료체계가 코로나 대응에 훨씬 효율적이었고, 독재에 가까운 절대적인 공권력으로 민간 부분을 엄격하게 통제하여(마스크 미착용 벌금, 학교/종교시설/식당/쇼핑몰/영화관/운동시설 등 휴업, 언론 보도 통제 등) 확산을 막은 점은, 사우디가 잘 했다기 보다는, 그나마 다행이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사우디 국민의 78%가 공공부문에 고용되어 있어, 봉쇄 수준의 통제에도 국민 여론이 크게 나빠지지 않았던 점도 이번 국면에서는 큰 기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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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정인 사우디 뿐 아니라, 1당 독재국가인 중국도 방역에 어느 정도 성공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비해 독재가 판데믹 상황에서는 더 우월하다는 인식이 생겨날 것 같아 우려스럽다. 아무튼 인류는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 많은 반성을 통해 이번에 드러난 허점들을 잘 매워 가야 할 듯하다. 독재가 민주주의의 대안이 되어선 안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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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코로나의 성패를 가른 변수가 바로 ‘국민성’이다. 한국의 유달리 호들갑을 떠는 국민성이 바이러스와의 전쟁 상황에서는 큰 이점이 된 것처럼, 사우디 국민들이 정부 방침을 잘 따르고 수칙을 잘 지키는 성향이 확산을 막는 데 큰 도움을 준 듯하다. 서구가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는 그 간단한 지침을 거부하는 극단적 자유주의? 아님 개인주의? 덕분에 재앙적인 수준의 피해를 입은 것과 비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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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는 애초에 얼굴을 가리는 니캅이나 부르카가 보편화된 나라라 마스크 착용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었고, 워낙 폐쇄적인 문화라 사회적 거리두기도 수월했다. 일본이 정부의 거의 무대응에 가까운 방역 지침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선전한 것도 워낙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고, 마스크 착용이나 손씻기 등의 방침을 철저하게 지키는 국민성의 공이었다고 생각한다.(그렇지만 현재 일본의 통계는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검사수를 통제해 확진자 수를 통제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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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내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사우디가 한국에 비해 훨씬 유리한 사회문화적, 정치적 상황의 뒷받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방역에 실패하여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무리 다른 여건이 강력해도, 이번 코로나를 통제하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가 기후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현재는 한국이 아무리 다른 모든 여건에서 월등히 잘 한다고 하더라도, 기후라는 도저히 우리가 통제하기 힘든 변수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16.

결론적으로 현재 K-방역의 성적표를 훨씬 유리한 기후를 맞고 있는 호주, 뉴질랜드 등 남반구 국가나, 대만, 싱가폴, 사우디, 인도와 같은 사실상 겨울이 없는 국가와 비교하는 것은 마라톤 선수를 100미터 선수와 비교하는 것만큼이나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기후 조건에서 미친듯이 치솟고 있는 유럽과 미국, 터키나 이란 등의 중동국가와 비교해 보면 여전히 한국은 선전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17.

특히 한국은 중국이나, 사우디와 같이 전면 봉쇄나 가혹한 통제 없이 민주적인 체제를 유지하면서, 선진 의료체제와 뛰어난 국민성에 의지하여 매우 효과적인 방역을 해 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온 세계가 모범으로 삼을만한 거의 유일한 대안과 같은 국가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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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렇게 선전하고 있는 정부와 국민들에게 조금만 허점이 보이면 꽹과리를 울리며 호들갑을 떠는 언론과 할수만 있으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흔들려 하는 정치인들, 그리고 온 국민이 잘 따르고 있는 방역 지침을 무시하며 제 갈길을 가겠다는 일부 몰상식한 분들(안타깝게도 상당수의 기독교인들 포함.ㅠㅠ)만 좀 정신차린다면, 코로나 국면을 지난 후 한국은 틀림없이 세계적인 선도국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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