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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Sung Kim

제19차 국제반부패회의

2020.12.01. 전체회의 (1) 발제문

부패의 진화에 따른 새로운 반부패 전략

서론 : 민주주의의 두 가지 위협요소, 독재와 부패

민주주의란 문자적으로 ‘국민의 통치’를 말한다. 민주국가들을 위협하는 요소는 근본적으로 소수가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다수 국민들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적 권리들을 통제하는데서 찾아진다. 이것은 국제적 차원에서 과거에 식민주의의 경험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억압과 착취의 결합을 통해 추구되어 오고 있다.

독재와 부패는 ‘시민-정치적 권리들’과 ‘경제-사회적 권리들’을 침해하는 민주주의의 심각한 적들이다. 그런데 과거에는 직접적인 폭력과 압제 등 ‘보이는 독재’ 가 횡행했다. 하지만, 현대에는 가짜뉴스, 여론조작, 이데올로기 주입 등 보다 지능적인 방식으로 국민들이 누려야 마땅한 권리를 억압하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비리, 강탈, 뇌물 등 ‘노골적 부패’ 대신, 국민들에게 정당하게 제공되어야 하는 부의 분배를 교묘하게 가로채어 소수의 것으로 삼는 일이 많은 국가들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국가들을 과연 민주국가라 할 수 있는가?

따라서 오늘날 평화와 사회정의를 위기에 빠뜨리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독재’와 ‘부패’에 대한 고민은 회피할 수 없는 일이다. 부패의 극복, 그리고 순전성, 투명성, 책무성의 확립이야말로 민주 국가들의 안전한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부패의 개념의 발전

부패 개념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public + private : 1990년대 초까지는 대부분 학자나 기관들이 부패를 “공적 직위의 사적 남용”이라고 정의했다. 그렇지만 많은 반부패 활동가들과 전문가들이 뇌물제공자, 또 기업 부문(private sector)에서의 부패 문제를 제기했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부패란 “사익을 위한 위임된 권력의 남용”이라고 정의된다. 공공 부문과 마찬가지로 부패의 또 하나의 역할자인 기업 부문을 포함시키게 된 것이다.

direct + indirect : UNCAC에서는 부패를 범죄화하면서 그 간접적인 형태들을 주목했다. 협약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이란 표현을 반복한다. 그러므로 직접적인 부패뿐만 아니라 부패와 연계되어 있는 여러 가지 요소들, 즉 중개자, 돈세탁, 범죄수익의 이전, 나아가 한국의 입법 사례처럼 직접적 부패행위 뿐만 아니라 부패 “행위나 그 은폐를 강요, 권고, 제의, 유인하는 행위” 등을 포함하게 된 것이다.

부패+ : 바하사 인도네시아어에서 카카엔(KKN) Korrupsi, Kollusi, Nepotisme, 즉 부패, 결탁, 족벌주의(corruption, collusion, nepotism)란 표현도 부패의 혼합된 형태를 개념화하는 것이다. 10년 전 태국의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방콕여론조사센터에 따르면, 부패의 최악의 형태는 정치인들이 사익을 위해 정책을 남용하는 것이었고(40.8%), 그리고 담합(16.4%), 정책과 법집행에서의 이중 잣대(13%) 순이었다.” 전통적인 의미의 부패라고 할 수 있는 ‘뇌물수수’는 이 목록 상위에서 찾을 수 없었다.

illegal + legal (state/policy capture): “정책포획이란 공공정책 결정을 공익에서 벗어나 특정 이익집단이나 개인의 이익으로 일관되게 또는 반복적으로 유도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정책포획’ 또는 ‘국가포획’ 또한 보이지 않는 부패라 할 수 있다. 부패가 꼭 불법적이라고 어떻게 단언할 수 있는가? 이러한 증후군들의 대부분은 많은 국가들에서 ‘합법’이거나 적어도 제대로 처벌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불법적’이란 표현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Daniel Kaufmann 등이 말하는 ‘합법적 부패’는 여러 국가들에서 여전히 현실이다.

뇌물 없는 부패

이처럼 과거에 부패 개념은 대부분 직접적인 뇌물과 동의어처럼 사용되었다. 초보적 부패는 직접적인 뇌물이나 강탈로 나타났다. 하지만 ‘더 진화된’, 그리고 ‘더 지능적인’ 부패가 바로 ‘뇌물 없는 부패’이다.

지속가능개발목표들(SDGs) 가운데 16번은 “모든 수준에서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평화롭고 포용적인 사회 증진, 모두에게 정의에 대한 접근 제공 및 효과적이고, 책무성 있으며, 포용적인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위한 타겟 16.5는 “모든 형태의 부패와 뇌물수수를 실질적으로 줄인다.”이며, 이를 위해 다음 두 가지의 지표(indicator)가 제시되어 있다: 16.5.1: 직전 12개월 동안 공무원과 1회 이상 접촉하였고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사람 또는 그 공무원으로부터 뇌물을 요구받은 사람의 비율. 16.5.2.는 앞의 ‘사람’만 ‘기업’으로 바꾼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지표 짝에는 부패와 뇌물을 동일시하는 관점이 담겨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단지 뇌물에 대한 것일 뿐 앞서 언급한 모든 형태의 부패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즉 많은 사람들이 더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뇌물 없는 부패에 대한 통제의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정책포획 외에도 보이지 않는 부패, 뇌물 없는 부패의 사례들은 수없이 많다. 몇 가지 실제 사례들을 언급해 보자: 권력을 남용하는 부하 직원, 클라이언트 등에게 성상납, 성추행, 성희롱 등 성착취(sextortion)가 발생한다. 어떤 통치자들은 사면권을 남용하여 자기 주변에서 부패로 처벌이 확정된 사람들을 사면해 준다. 면책특권을 악용하기도 한다. 이른바 ‘전관예우’, 즉 자신의 상관이나 동료 등에게 특혜를 주어 그들이 부당한 이익을 얻게 하고 자신도 퇴직 후 같은 혜택을 받기도 한다. 쓸모도 없고 환경에도 악영향을 주는 대규모 토목공사를 실시한다. 부풀려진 민간투자사업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으로 최소운용수익을 보장해 준다(Minimum Revenue Guarantee). 특정 이익집단을 위해 점검이나 감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는다. 세금으로 운용되는 정부나 공공기관, 그 공무원 등이 특정 정치세력을 위한 캠페인에 나선다. 전자조달시스템의 보안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열쇠를 개발업체에 요구한다.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한다. 찾아보면 실제 사례들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새로운 반부패 전략들

이처럼 지능화되고 진화된 부패에 맞설 전략들은 무엇일까? 부패를 단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없다. 따라서 법집행, 제도구축, 청렴 의식제고 등을 동시에 추구하는 통전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의 사회를 위한 협약의 서명과 추진: 2005년 3월 9일, 한국에서는 공공, 기업, 정치, 시민사회 등 4 부문 주체들이 참여하여 <투명사회협약>을 체결하고 몇 년 동안 이를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 협약은 각 분야별로, 지역별로, 또 계기별로 확산되었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TI)는 이를 “반부패운동의 역할모델”이라고 칭찬하였다. 보수적 정권으로 바뀌면서 이 협약이 무력화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이 모델이 가장 효과적이고 포용적인 반부패 연대구축(coalition building) 전략이라고 믿는다. 보다 공정한 민주국가를 위해 사회 각 부문이 서로 각자의 실천과제를 제시하고 참여하는 큰 밑그림이 필요하다.

큰 부패에 보다 집중하는 반부패 정책 : 뇌물이 완전하게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국은 더 이상 직접적이며 일상적인 뇌물수수가 횡행하는 ‘뇌물공화국’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패로부터 자유로운 민주국가’라는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유엔 반부패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Against Corruption, UNCAC) 제1조(a)가 언명하는 그 첫 번째 목적은 무엇인가? “보다 효율적으로 또 효과적으로 부패를 방지하고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촉진하고 강화하려는” 것이다. 이를 ‘뇌물’ 방지, 즉 ‘보이는 부패’만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자의적으로 축소하는 경향은 극복되어야 마땅하다. 따라서 더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보이지 않으며 더 교묘하고 진화된 부패에 대해 보다 깊은 관심과 그 극복을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설명한 정책포획이나 전관비리 등 뇌물이 직접 보이지 않는 영역, 즉 부패의 네트워크를 극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반부패 정책 과제들로 구현되어야 한다.

반부패기관의 지능형 부패 통제 : 지난 2016년 촛불로 대표되는 국민들의 항거는 중하위직에서의 자잘한 뇌물에 대한 관심이 아니었다. 오히려 살아있는 권력, 또 눈에 보이지 않았던 합법을 가장한 지능형 부패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었다. 말하기 부끄럽지만, 그 과정에서 한국의 국민권익위원회(Anti-corruption and Civil Rights Commission, ACRC)는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음을 크게 반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는 이명박 정부 시기 이른바 4대강 사업으로 대규모 국민 세금이 특정 이익집단의 주머니로 새고 있을 때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던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다른 국가기관들이 특정 후보의 캠페인에 가담했을 때에도 ACRC는 침묵했다. 반부패기관은 마땅히 이러한 고위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조사권을 보유하고 이를 철저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 시민사회가 꾸준하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요구해왔던 것도 바로 이러한 까닭이다. 특히 UNCAC의 당사국의 의무사항들 외에 제18조(영향력 거래)와 제19조(직권남용) 등 권고사항들도 추가적으로 범죄화하고 조사 권한의 범위에 넣어 반부패기관이 통제할 수 있도록 보다 정밀한 논의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청렴도 측정 모델의 개정 :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몇몇 국가에서 실시하는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의 약점도 메꾸고, 영역을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규모의 ‘주머니 뇌물’에만 집착하고 대규모의 정책포획 등 ‘보이지 않는’ 지능형 부패에 대해서는 방조한다면, 그러한 반부패 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효력도 매우 제한적으로 되고 말 것이다. 보다 교묘하게, 또 지능적으로 진화한 부패 형태들을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TI에서도 마찬가지로 ‘세계부패지표’(Global Corruption Barometer)나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의 측정 모델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공권력의 남용이나 결탁, 정책포획 증후군 등을 포함한 거시적 부패를 ‘포획’(!)하기 위한 측정모델의 개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SDG 16.5의 성취 측정지표 추가 : SDG 16.5 타겟의 진전에 관해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들의 추가를 고려하여야 한다. 본 발표자는 다음 두 가지를 제안해왔다: 16.5.3 지표로 “지난 12개월 동안 공공정책이 대부분 공공의 이익이 아니라 특정인 또는 특정집단의 이익을 이해 결정되었다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비율”; 16.5.4로 “지난 12개월 동안 정부가 부패 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비율”.

지능형 부패에 대한 시민통제 : 시민사회, 언론 등과 더불어 국민들도 이처럼 ‘보이는 뇌물’ 없는 지능형 부패의 근절을 중요한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직접적 뇌물 공여나 수뢰가 아닐지라도 정책포획이나 전관예우 등 거시적 부패에 대해서도 누구나 신고하도록 하고, 나아가 특정이 가능한 경우에는 필요할 때 신고자에 대한 보호와 보상도 가능하도록 공익제보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도 고려하여야 한다. 언론은 탐사보도를 통해서 자잘한 뇌물 사건만이 아닌 대규모 정책의 왜곡으로 특정 집단의 이권을 보장해 주는 부패 구조를 혁파해 나가야 한다.

건전한 윤리 인프라 구축 : 부패 예방의 실패는 장기적으로 미래에 대해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을 저버리는 일이다. 따라서 기성세대는 물론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반부패 교육을 지속 가능한 민주국가를 위해 필수과제로 삼아야 한다. 나아가 시민사회와 정부는 청년들의 직접적 반부패 캠페인에 동참하고 실천하도록 지원하고 독려해야 한다. 이들은 건전한 윤리 인프라 구축에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이 지금까지 존속할 수 있는 중요한 까닭은 그것이 아크로폴리스라는 커다란 바위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윤리 인프라라는 반석 위에 청렴성의 집을 지어야 한다.

결론 : 사회정의에 기초한 평화

진정한 평화의 기초는 사회정의다. 정의 없는 평화는 거짓 평화요 위선일 뿐이다. 보다 ‘진화된’ 형태의 부패에 무관심하고 부패를 극복할 책임의 범위를 직접적인 뇌물 중심으로 자의적으로 축소하는 것은 반부패운동의 직무유기이다. “전세계에서 모든 형태의 부패와 뇌물을 실질적으로 저감시키는” 변화가 지속적으로 실현될 때에만 진정한 정의가 수립된다. 이번 제19차 국제반부패회의(International Anti-Corruption Conference)가 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부패를 파악하고 극복방안을 찾아 사회정의에 기초한 평화를 함께 추구해 나가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원한다.

(실제 발표에서는 시간 관계로 축약한 내용을 사용합니다.)

#IACC2000 #IACC #transparency #integrity #accountability #anticorruption #반부패

한국투명성기구

Transparency 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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