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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조국 사건, 집단폭력과 희생양 매커니즘-

희생양 박해와 서초동십자가

제2 ‘조국백서’: 조국 사건, ‘집단폭력과 희생양’ 이론을 통한 해석

조국 사건이 발생한 지 일 년 넘게 지나간 시점에서, 조국 사건에 대한 인문학적 관점의 정치평론 도서가 발간되었다. 조국 사건의 사회적 영향력에 비추어 볼 때, 조국백서를 제외하면, 조국 사건의 성격 및 본질을 밝히기 위한 연구와 논의가 적다는 것 또한 놀라운 일이다.

조국 사건은 2019년 한국의 전 언론을 도배하다시피하고 한국 사회의 모든 이목을 집중시켰다. 조국 사건처럼 한 개인의 문제를 둘러싸고 전 방위적으로 온 국민을 혼란에 빠트린 일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조국 사건은 최근 한국 현대사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정보를 생산함과 동시에 분쟁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보수, 진보라는 정치적인 진영을 떠나 많은 이견과 분열을 만들어냈다. 이 책은 ‘조국 교수와 가족에 대한 집단적인 돌팔매질’이 가해진 현상의 본질적인 원인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다. 조국 사건의 특이성은 검찰과 언론이 제기한 혐의가 사실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가족을 볼모로 한 개인에게 집단적 분노를 쏟아내는 사회현상이다. 조국 사건의 의미에 대하여 개혁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으로만 국한시킬 경우, 그 이면에 흐르고 있는 정치집단과 군중의 동기와 의식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이 책은 세계적 인문학자인 르네 지라르(Rene Girard, 1923-2015)를 한국 현대사에 소환하여, 폭력과 희생의 관점에서 사건을 해석한다. 저자는 르네 지라르의 집단폭력과 희생양 메커니즘, 모방이론에 기초하여 조국 사건의 이면에서 작동하고 있는 본질적 성격을 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르네 지라르의 주요 저서를 기초로, 희생양 이론에 대한 설명과 조국 사건에 대한 적용을 교차적으로 통합함으로써 일반 독자들이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조국 사건은 정치사회적으로는 개혁을 둘러싼 갈등의 성격을 가지지만, 본질적으로는 보수카르텔의 ‘집단폭력과 희생양 만들기’라는 개념으로 해석된다. 저자는 르네 지라르의 인류사적인 관점에 서서, 조국 사건뿐 아니라 한국 현대사를 통하여 폭력과 희생의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를 밝히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조국 교수는 현대 한국 사회 희생양의 전형이다. 조국 사건이 돌발적인 개별 사건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광주시민학살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그러한 메커니즘 안에서 소위 보수카르텔이 지속적으로 희생양을 만드는 방식, 여론 조작과 폭력 행사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이 책은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최근에 발생한 정치적 스캔들과 논의에 대해서도 새로운 해석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저자는 조국 사건은 희생양에 대한 집단박해에 대항하여, 희생양을 변호하는 시민들의 운동이라는 측면도 포함하고 있다고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통해 각성한 시민들은 일명 ‘서초동 십자가’로 불리는 서초동 집회를 통하여 정치적 희생양 만들기에 반대하는 집회를 대대적으로 열었다. 다시는 우리 현대사에 그런 마녀사냥식의 비극을 재현하지 않겠다는 ‘깨어 있는 시민’의식이 발동된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희생양 박해와 서초동 십자가”인 까닭은 희생양 박해라는 조국 사건의 본질과 집단지성의 실천적 비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결과적으로 조국 사건에 대한 지속적이고 본격적인 논의를 촉구하고 있다. 또한, 집단폭력의 방지를 위한 관점에서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 조명하고 있기도 하다.

차례

추천의 글 _ 김민웅

추천의 글 _ 김용민

머리말

1장 | 조국 사건과 희생양 메커니즘

왜 르네 지라르인가?: 모방인류학과 희생양 메커니즘 | 파르마코스(pharmakos), 무고한 희생양 | 희생양의 흔적들 | 백악관의 협상과 중학생의 일기장 | 집단적 희생의 경험 | 직관의 힘, 집단지성 | 조국 사건에 대한 상식적 시민의 직관 | 상식적인 질문들 | 조국 집단박해 사건이라는 가설과 용어 정의 | 집단폭력과 희생양 | 모방폭력 | 집단폭력이라는 바이러스 | 폭력과 인지불능 | 만장일치적 폭력과 연좌제 | 희생양의 징후 | 노무현과 조국은 왜 희생양이 되었는가? | 희생양 메커니즘의 필요 조건

2장 | 희생제의와 변형

아즈텍 인간 희생제의 | 희생제의, 초석적 폭력의 재현과 신성화 | 희생제의의 규칙들 | 크리노(krino), 희생양의 흔적 | 카타르마(katharma), 카타르시스 | 언론 보도와 카타르시스 | 축제로서의 희생제의, 디오니소스 축제 | 축제 또는 놀이로서의 집단폭력 | 아사셀의 염소, 무고한 희생양 | 현대 사회의 원시 부족 | 실패한 희생제의 | 폭력, 복수와 사법제도 | 사법제도의 신성과 배반

3장 | 차이소멸과 모방욕망

차이와 차이소멸, 코스모스와 카오스 | 고유한 인간과 보편적 개인 | 차이소멸, 정치검찰과 언론 | 차이 상실의 두려움 | 차이소멸과 차별, 일본인의 정신구조 | 달리트, 구조적 희생양 | 모방욕망의 기초 이론 | 모방욕망, 경쟁과 갈등 | 거짓모델의 모방, 극우와 극좌

4장 | 폭력과 박해의 메커니즘

폭력의 쌍둥이, 짝패들 | 디오니소스, 박해자의 로망 | 모방욕망의 폭력화 | 쿠도스(kudos) 절대권의 부적 | 티모스(thymos)와 정치검찰의 조울증(cyclothyme) | 아프리카 신성한 왕국의 노무현 - 희생양 만들기 (1) | 희생대체 - 희생양 만들기 (2) | 희생예비작업 - 희생양 만들기 (3)

5장 | 박해의 텍스트

유대인과 조선인 학살 - 박해의 텍스트 (1) | 말의 희생(the linguistic sacrifice) | 썩은 사과 찾기 | 신화와 거짓 - 박해의 텍스트 (2) | 희생양 박해의 반증 - 박해의 텍스트 (3) | 박해의 전형, 나쁜 상호성 | 짜장면의 나쁜 상호성, 홀론의 법칙 | 독약과 표창장 - 비난의 메커니즘 (1) | 거짓증언자, 집단 대표성 - 비난의 메커니즘 (2) | 잘난 죄와 질투 - 비난의 메커니즘 (3) | 대학입시비리, 집단의 책임 전가 | 강남좌파, 차이로 인한 희생 | 박해 당하는 꿈, 상투적 비난

6장 | 박해자의 신화와 환상

독화살, 가짜 지식인들 | 테마와 구조, 가짜 전문가들 | 법률기능인 | 괴물 같은 희생양 | 괴물은 박해자의 거울 | 박해자의 기괴한 정신세계 | 희생양에 대한 환상 | 박해자의 환상 | 희생양의 변호인들 | 이유 없는 미움과 무의식의 감옥

7장 | 박해의 본질, 모방과 악마성

세례요한의 참수, 살로메의 모방욕망 | 모방욕망의 이율배반 | 조국이라는 장애물, 스캔들 | 살로메의 춤사위, 언론의 기교 | 폭력 중독자의 운명 | 엘리트 집단, 모방의 포로 | 살로메의 제자들, 보수우파의 만장일치 | 모방에 빠진 군중들 | 희생양의 책임 | 집단폭력의 비밀과 악마적 속성

8장 | 희생양의 부활

모방의 회오리 | 스캔들의 대체 | 다수의 범죄자, 지배적 스캔들 | 에베소의 거지와 간음한 여자 | 신화, 박해자의 기록 | 드레퓌스와 조국 사건, 신화의 허구 | 희생양의 부활 - 서초동 십자가 (1) | 희생양의 승리 - 서초동 십자가 (2) | 박해자의 자멸

9장 | 희생양 전도(顚倒)와 돌무덤

희생양에 대한 관심 | 희생양의 신성화와 전도(顚倒), 또 다른 집단폭력 | 희생양을 이용하는 사람들 | 합리적 차별과 가짜 희생양 | 극단적 페미니즘과 차이소멸 | 피라미드의 기원, 봉하마을의 돌무덤 | 서울시장의 돌무덤

맺는말

참고문헌

저자 소개

이범우(필명)

1980년대에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약 30년간 금융업계를 거쳐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다. 투자금융, 해외투자, 바이오산업에서 현장을 두루 경험한 전문가이다. 인문학과 종교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고, 인공지능 시대 시민 집단지성의 역사적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들의 집단지성을 통해 사회개혁을 완성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본서를 출간하였다.

저자는 일하고 있는 기업에 불편함을 주지 않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실명을 밝히지 않고 필명을 사용하였다.

추천의 글

이 책은 조국 사건에 대한 깊숙한 분석이자 논쟁적 현안에 대한 차분한 성찰이다.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새로운 사건이 터지면 그 이전의 사안은 금세 망각되고 언론이 설정한 의제에 끌려 흥분한 나머지 주체적 판단능력이 훼손된 채 본질적 규명의 길은 실종되고 마는 상황에 대한 정밀한 대응이다. …

저자는 르네 지라르의 이론 자체에 대한 현학적 논의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의 현실을 바라볼 때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본질이 규명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폭력과 무고한 희생은 어떤 경우에도 저지되어야 하며 그 희생이 죽음에 이르도록 열망하는 어떤 세력의 기획에 의한 것이라면 더더욱 가로막고 나서야 하는 것이다. …

긴 안목으로 보자면 “인류의 역사는 희생양의 권리 회복의 역사”이다. 아직도 우리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더는 억울한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진실이 광장의 언어가 되고, 폭력이 무력해지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역사의 위력이다. 십자가는 고난이기도 하지만 긍극적 승리다. 이 책의 제목이 󰡔희생양 박해와 서초동 십자가󰡕로 되어 있는 이유는 이로써 명백하다.

우리가 진정 어떤 시대를 갈망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이 책은 우리의 의지에 새로운 조명등을 달아줄 것이다. 박해자들의 폭력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며, 결국 촛불시민이 이기는 길을 여는 감격을 믿게 될 것이다. 희생양은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구원의 길을 연다. 희망은 그렇게 태어난다.

_ 김민웅 <추천의 글> 중에서

이 책은 저자가 한 시민의 입장으로 조국 사건을 경험하면서 느낀, 그 사건의 집단폭력적인 본질을 밝혀내고 있다. 저자는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인문학자인 르네 지라르의 ‘집단폭력과 희생양 메커니즘’ 이론을 한국 현대사의 사건 해석에 적용하고 있다. 조국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한 논의의 하나로서 이러한 시도는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저자는 ‘폭력과 희생’의 관점에서 최근의 정치인 탄압 문제를 해석함으로써, 사건들을 한국 현대사의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책의 관점에서 보면, 조국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최근의 정치 사회적 사건들은 일관된 하나의 역사적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인류 역사와 문화의 배후에 작용하는 폭력과 희생의 메커니즘을 통해서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집단폭력 현상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 폭력과 희생의 문제를 좀 더 깊게 이해할 때, 우리 사회는 희생양을 보호하고 폭력을 억제할 수 있는 더 큰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폭력의 실체를 파악하고, 모든 위선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사회의 개혁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이다. 작년 가을,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조국 장관에 대한 부당한 탄압에 대하여 항의하고 검찰개혁의 대의를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거짓된 정보에 현혹되지 않는 깨어있는 집단지성의 힘은 한국 사회의 퇴보를 막아내고 개혁과 혁신을 견인할 것이라고 믿는다.

_ 김용민 <추천의 글> 중에서

본문 속으로

폭력이라는 회피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기 위해서는 르네 지라르를 이 사회에 초대할 수밖에 없다. 원시 고대 사회의 인간 공동체에서 벌어진 사건들로부터 형성된 인류의 유전자를 역추적함으로써 지금 인간 사회의 역사적 조건을 냉정하게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 폭력으로부터 무고한 희생양을 보호하기 위한 인류 사회의 지난한 투쟁은 르네 지라르 사상이라는 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질적으로 비약할 수 있다. 폭력이라는 교활한 상대방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폭력과 희생의 메커니즘을 알아야 한다.

_ <1장 _ 조국 사건과 희생양 매커니즘> 중에서

희생제의에서 많은 경우 희생제의의 절정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죽음에 앞서 행해지는 ‘죽이는 것을 정당화하는’ 제의적 주술이다. 본질에 있어서 희생물은 말로써 처형되는 것이다. 희생양을 범죄자 또는 금기의 위반자로서 비난하고 죽임을 선언하는 말이 선행된다는 의미이다. 조국 교수에 대한 온갖 비난과 박해는 최근 현대사에서 기존 권력을 위협하는 집단에게 가해졌던 집단적 폭력을 회상시킨다. 박해자의 입장에서 조국 교수에 대한 심판은 공산주의자들의 반란을 진압한 제주도 4.3사건, 좌익 간첩을 소탕한 인혁당 사건, 북한 간첩과 좌익세력이 일으킨 폭동을 진압한 광주민주화운동, 무능하고 부패한 노무현에 대한 심판으로 간주하며, 이와 동일한 폭력의 재현과 같다. 한편, 이 심판은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대통령의 미래를 보여주는 예고편이기도 하다. 그리스의 파르마코스pharmakos 희생제의에서 파르마코스는 온갖 비난과 경멸과 조롱과 모욕과 폭력의 대상이 된다. 그러한 온갖 말로 담지 못할 비난과 조롱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과 조국 교수에게 쏟아졌다. 이들은 이미 살해된 희생양을 대신하여 희생제의의 제물이 된 것이다.

_ <2장 _ 희생제의와 변형> 중에서

일본은 어느 나라보다도 폭력과 희생이 여과 없이 지배했기 때문에, 폭력과 희생이라는 열쇠를 가지고 일본의 정치, 문화와 기묘한 정신세계를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웃 나라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가진 집단폭력과 희생양 만들기의 속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물론 깨어 있는 일본 시민들에 의한 일본 사회의 변화만이 진정한 의미에서 문제해결 방법일 것이다.

한편, 일제강점기에 조선에 이식된 일본의 폭력과 희생의 정신은 아직도 한국 사회에 잔존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보수카르텔과 일본 극우 집단 간의 정신적, 문화적 유사성은 ‘희생양 만들기’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폭력과 희생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은 일제 잔재의 청산과도 연결되어 있는 과제이다.

_ <3장 _ 차이 소멸과 모방욕망> 중에서

정치검찰이 검찰 개혁을 주도하는 정부에 적대적으로 대항하는 것은 검찰과 행정부, 검찰과 국민주권 등의 차이를 소멸시키는 행위이다. 박해자 집단은 상대방과의 상호적 관계와 역사적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만장일치적인 집단폭력성을 인지하기 어렵다. 그들은 내부자의 운명적 한계에 빠져 있다. 이것이 내부로부터의 반성과 개혁이 어려운 이유이다. 예외적으로 소수의 각성한 내부자들이 존재하지만 검찰과 언론 스스로 반성하고 개혁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검찰과 언론개혁은 국민들이 의사가 되어 그들이 가진 쿠도스를 제거하는 것과 함께 조울증을 치료할 수밖에 없다.

_ <4장 _ 폭력과 박해의 매커니즘> 중에서

조국 교수가 희생양이 된 것은 그가 개혁을 추진하는 핵심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민주개혁 세력을 대표하여 희생양이 되었다. 시민들이 ‘우리가 조국이다’라는 깃발을 든 것은 그가 민주주의와 개혁을 지지하는 시민을 대표하여 고난의 십자가를 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함께 고통당하는 가족을 가까운 곳에서 지키기 위해 장관직에서 물러나는 안타까운 결단을 통해서, 그가 일반 시민과 다르지 않은 한 사람의 남편이자 자녀들의 아버지임을 보여주었다. 조국 교수는 한 집단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희생양이자 보편적인 한 인간 희생양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희생양을 옹호하는 변호인들은 감성적인 공감과 이성적인 의무를 함께 가지고 박해자들에게 저항할 수 있게 된다.

_ <5장 _ 박해의 텍스트> 중에서

르네 지라르는 희생양과 박해자는 무의식의 메커니즘에 갇혀있다고 말한다. 만약 우리가 중세 시대의 유럽인을 만나 마녀사냥이 환상에 불과한 것이라고 설명한다고 해도 그들은 그것을 수긍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그런 주장을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우리도 마녀로 몰려 함께 처형당할 위험에 빠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1940년 독일에서 우리가 인종주의 환상을 비판한다면, 유사한 일이 일어날 것이다. 집단폭력의 희생양 메커니즘은 사회 전체를 환상의 감옥에 가두어 버린다. 그들은 스스로 환상의 감옥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 박해의 무의식에 완전히 빠져 있는 박해자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 특히 박해자에게 일시적으로 동조하는 사람들에게 박해의 본질을 알림으로써 박해에 저항하는 방어진을 넓히는 것이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 현대사에서 진행 중인 모든 희생양에 대한 집단폭력과 희생양 제의는 원시적이다. 그 원시적인 정신과 행위가 현대 문명 사회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가 성스럽다고 믿고 있는 많은 것들은 맹목적이고 집단적인 환상에 기초한 것이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환상적인 믿음에 굴종하고 거짓 교사의 유혹에 빠진다. 희생양 메커니즘에 의존하는 사회야말로 보편적이며 오히려 그렇지 않은 사회가 예외적 소수일 수도 있다. 사실 인권을 표방하는 정상적인 민주사회에서도 그 이면에는 희생양 메커니즘이 구조화되어 있다. 현대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 일본 사회의 민족차별, 한국 사회의 지역 차별, 인도의 계급 차별을 보면 볼수록 그런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사회 체계의 기둥을 떠받치고 있는 땅 밑에는 다른 성질의 지하 세계가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지하 세계는 활화산처럼 주기적으로 분출하여 지상 세계를 유지하고 변화시킨다.

_ <6장 _ 박해자의 신화와 환상> 중에서

집단폭력과 추방이라는 희생양 메커니즘은 악마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종교적인 의미에서 악마는 살인자, 거짓말쟁이, 고발자, 비난하는 자로 나타난다. 악마는 의식적인 거짓으로 남을 비난하여 살인에 이르게 하는 자를 의미한다. 악마는 모방의 천재이다. 그는 신을 모방하다가 신의 세계, 진리의 세계에서 추방당하여 악마로 전락한 자이다.

악마의 탁월한 모방 능력은 희생양에 대한 무고한 비난이 급속하게 모방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악마성은 거짓을 모방하게 함으로써 사람들 사이에서 “욕망과 증오, 선망과 질투”를 만들어내는 어떤 힘이다. 정치검찰이 무고한 사람을 고발하는 것, 언론이 무고한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악마성이 나타난 것이다.

_ <7장 _ 박해의 본질, 모방과 악마성> 중에서

인간의 악마성은 거짓과 폭력으로 드러난다. 박해자가 어떤 정치적, 사회적 명분을 제시하더라도 무고한 희생양을 거짓으로 무고하고 박해한다면 그 본질은 악마적이다. 신화와 달리 역사적 기록은 언젠가 거짓말을 찾아낸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거짓말, 이명박 전 대통령의 거짓말과 같이 조국 박해 사건에서 박해자들의 거짓말은 모두 폭로될 것이다.

박해자의 기록에서 은폐되었던 사건의 진실은 희생양의 기록에서는 박해와 희생의 사건이 진실로 밝혀진다. 제주 4.3 사건처럼, 한국 현대사에 드리워진 신화적인 기록은 하나, 하나 진실의 기록으로 수정되고 있다. 조국 사건이라는 신화도 폭력과 희생의 본질이 드러남으로써 해체될 것이다.

_ <8장 _ 희생양의 부활> 중에서

언론은 오랫동안의 희생양 박해 경험을 통해서 스캔들의 파괴력에 대한 감각이 탁월하다. 언론은 그들의 정치적 목적과 상업적 목적에 따라 주기적으로 스캔들을 생산하여 유통시킨다. 정치검찰과 정치 세력 또한 이러한 언론과 결탁하여 스캔들을 만들어낸다. 이들이 협력하여 만들어내는 스캔들은 결국 언론에 의해 최종적으로 가공되어 유통된다. 스캔들은 서로 경쟁하고 흡수하여 하나의 강한 스캔들로 통합된다. 검찰개혁의 과제, 남북평화 문제, 언론개혁의 문제 등 중요한 이슈들은 표창장 사건에 묻혀 버린다.

_ <8장 _ 희생양의 부활> 중에서

봉하마을을 비추던 카메라, 조국 교수의 집과 딸의 집을 비추던 키메라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윤미향 의원이 의원실 앞의 카메라를 향해 “나 죽는 거 찍으러 왔냐”라고 외친 것은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실 박해자는 무의식적으로 노무현의 죽음, 조국의 죽음, 정경심의 죽음, 윤미향의 죽음으로 막이 내리기를 의도하고 있었다. 비극의 카타르시스를 위한 절정은 희생양의 처형인 것이다. 박해자들은 감시 카메라로 비극의 절정, 죽음을 촬영하는 영화제작자들이다. 시나리오의 결말은 의도하지 않더라도 죽음으로 막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한 개인의 의도가 아니라 거대한 폭력의 신이 지배하는 구조화된 의식의 살인극이다.

_ <8장 _ 희생양의 부활> 중에서

박해자들은 언어의 마술을 이용하여 희생양을 조작하고 모방욕망을 자극하여 그것을 쉽게 퍼트릴 수 있다. 조국 사건에서 검찰과 언론의 조작은 사실의 조작, 사실의 삭제, 부분적 사실의 상징화, 사실들의 의도적 편집, 사실의 의미를 과장하거나 무시, 사실의 중복적 표현, 배경과 맥락의 생략, 가짜 전문가 또는 명망가의 의견을 동원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을 부분적, 통합적으로 결합해서 거짓 뉴스를 만들어낸다. 무엇보다도 사실을 왜곡하는 제목을 만드는 것은 상징 조작의 예술적 수준을 보여준다.

_ <8장 _ 희생양의 부활> 중에서

조국의 무고함을 주장하는 깃발, 희생양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서초동에 나타났다. 서초동에 모인 시민들의 저항은 보수카르텔에 대한 정치적 반격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이제 더 이상 무고한 희생양이 박해자의 뜻대로 그냥 처형되는 것을 볼 수 없다는 시민들의 신성한 분노가 폭발한 사건이다. 시민들은 이제 희생양 메커니즘이 박해자들의 의도대로 반복되는 것을 더는 방관하지 않는다. 희생양이 부활하는 사건은 항상 박해자 집단에 대항하는 변호인 집단의 투쟁의 결과였다. 희생양을 변호하고 지지하는 무리들의 지치지 않는 저항과 항의, 박해 권력의 전복을 통해서 희생양의 진실은 땅에 묻히지 않았다.

_ <8장 _ 희생양의 부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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