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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옥

정신이 없어서 리뷰도 댓글도 쓰지 못하고 있다.

캄캄한 밤에 슬며시 찾아오겠음

곰국 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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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기로운 언어생활

나의 엄마는 혼자 생계를 짊어지고 모진 세상을 억세게 살았다.

그녀의 해방구는 욕설이었는데 노점상을 하거나 보따리 장사를 할 때도 손님과 싸움이 붙으면 거나한 욕설로 상대방 의 기선을 제압했다.

욕설의 내용을 보면 우선 상대방의 집안을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이를 테면 조상을 쌍놈이나 후레자식으로 만들어 가문에 먹칠을 했다.

그 다음 인체의 신비를 들어 구석구석 세심하게 기운을 뺐다. 쌔가 만발하고 눈까리가 썩어 문드러지며 대가리를 절구에 빻는 것이었다.

최종적으로 동반자살을 노래하는 것이었는데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였다.

엄마의 고향은 부산이고 경기도에서 오래 거주했는데 욕설도 경상도와 표준어의 경계를 마음껏 넘나들었다.

경상도 특유의 경음화 현상은 욕설을 더욱 풍요롭게 했다.

낯바닥 껍데기를 뺏겨(?)버린다고 손톱을 세워 달려드니 어떤 여염집 여인이 당하겠는가!

나는 유년기와 아동기를 욕설의 세례로 풍요롭게 자랐다.

물론 내가 학습 받은 내용을 전파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초딩 1학년이 반 친구와 자지러지는 입씨름을 할 때 어른의 욕설을 능숙하게 사용하니 담임선생님은 내 현란한 비속어에 기함을 했다.

내 이년을!

네 년을 낳고 네 에미가 먹은 미역국이 아깝고나!

내 욕설을 듣던 담임선생도 그만 전염되어 ‘그 혀를 뽑아버리겠다’고 소리를 질렀다.

어쨌든 나와 다툰 여자아이들은 다 책상에 엎드려 통곡을 했다.

물론 남자아이들도 온전할 수는 없었다.

오빠들의 육탄전과 욕설을 매일 보고들은지라 온갖 동물과 신체부위의 새끼들을 다 들먹였다. 게다가 창의력이 만발했던 나는 새로운 비속어를 창조해내기도 했다. 같이 나무를 타다 나를 툭 쳐서 앞길을 방해하면 나무 위에서 만나 욕설을 퍼부었다.

야이, 존만아!

게다가 전학을 자주 다니니 가는 곳마다 기싸움이 있었다.

빈곤의 티가 줄줄 흐르니 만만하게 보는 것들이 꼭 있었고 응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들도 처음엔 포기의 눈빛을 보내다 시험성적을 보고 자세를 고쳤다.

계도하면 얼마든지 구원될 영혼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초딩 3학년 담임은 내 영구 머리를 손가락빗으로 쓸어내리며 최면을 걸었다.

너는 이 나라를 짊어질 인재인데 네가 우리나라를 쌍놈의 나라로 만들면 안 된다는 요지였다.

방언 터지듯 입에서 나오는 욕설과 달리 나는 아름다운 문장을 좋아했다. 빨강머리 앤에서 끝줄의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고 세상은 평화롭도다.’가 마음에 들었다.

나는 연필에 침을 묻혀가며 독후감을 썼는데 읽어본 선생님이 눈물을 글썽거렸다. ‘돌아온 탕아’처럼 반색했고 ‘수렁에서 건진 내 딸’로 예뻐했다.

열여섯 살부터 엄마와 형제들에게서 떨어져 십여 년을 자취생활하면서 나의 언어세계는 완전히 달라졌다.

내가 입에 올릴 단어선택에 신중했고 아름다운 문장에 심취했다.

가끔 집에 가서 다시 욕의 세례를 받았지만 내 영혼의 털끝 하나도 건드릴 수 없었다.

하, 그런데 내 아들의 베이비시터를 엄마가 자처했다.

물론 보수는 일반 시중의 두 배였는데 거절했다가 집안이 뒤집어지는 참사가 있었던 지라 어쩔 수 없이 맡기게 되었다.

아이 교육을 위해서 절대 욕을 하면 안 된다고 단단히 언질을 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헛짓이었다.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여자아이들에게 B군이 ‘야, 이년들아!’ 시전을 한 것이었다.

나는 그 날 햄버거를 뜯어먹는 B군에게 왜 욕을 하면 안 되는지 눈물로 설명을 했다. 그 날 B군이 내게 한 말은 이것이었다.

내가 욕을 하면 엄마가 슬프구나.

근데 할머니는 내가 욕을 하면 막 웃거든?

밤새도록 고민을 하다 윈윈 전략의 딜을 했다.

할머니는 애를 안 봐줘도 보수를 그대로 받는 것에 만족을 했다.

그리고 순둥순둥한 광조아줌마가 오는 것으로 끝을 봤다.

며칠 전 김포 엄마에게 다녀왔다.

병원에 입원한 광조아줌마 위로비 봉투와 엄마의 봉투가 바뀐 것을 몰랐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전화가 그치지 않고 울어댔다.

집에 도착해서 전화를 받으니 욕설의 폭포가 쏟아졌다.

어릴 때 듣던 욕설들이 난무했다.

그 나마 다행인 게 죽음의 저주는 없었다.

차에 깔려 죽을 년이 빠진 것은 내가 죽으면 돈을 줄 사람이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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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의 순기능은 언어영역을 확장하고 생활을 풍요롭게(?)하는 카타르시스 효과다.

셰익스피어도 욕을 언어의 유희로 사용했다.

나만 사랑해달란 말 보다 나 버리면 죽여 버리겠다는 표현이 더 기억에 남는다.

갑자기 욕을 하고 싶다.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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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e Brun - Halol.facebook.com/l.php?u=https%3A%2F%2Fyoutu.be%2FaQEcnEY4SRQ%3Ffbclid%3DIwAR3qrtqRJMehQ44PGBNTFsnr6OyjmNfncbiUk4nUhOoFqxbO_fGYrVUrWDU&h=AT2L_4mbdID6ZNX79tyvR9lcWFLm2PHi6Fb_ftkTVOOvY9Tg5i55cFiJFrGrKuZYcZT8Xja-YIsj3j9xgUiplNnvJpFDgMuXqWuxvFjwaBCB9SM_Z8S9zcqk7PuoWP15UlWr&__tn__=H-R&c[0]=AT19VaE6X6X5UPt_EdwwFxXzI_v0mlfd1CorcXPedT8cbraWv5lkNqca28c-UdzwWIXSIfP1v7ib_lY9VQ7smsouFk44LAvji5hCuJUWlQoI4KIcQTDuUdP6w4qMx1fRcfBkJogf4x8ubMAcUXq7H4uS4cW-3447RCA0kg5-g7ulOc1Gw1lp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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