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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지난주에 1차로 페친분들께만 비공개를 전제로 알려드렸었는데, 사실 페친보다는 팔로워가 훨씬 많은데 제대로 공지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했습니다.

거의 2주간 제가 많이 뜸했던 이유는, 정경심 교수 재판부에 전문가 의견서를 제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2주전 공판에서 변호인측에서 기술적인 내용을 들어 서술할 당시에, 검사측의 잇단 이의제기로 인해 재판부가 제대로 이해를 못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그 공판 말미에 재판부에서 검사측, 변호인측 양쪽 모두에게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해서 전문가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었습니다. 기한은 2주였구요.

사실 기술적 쟁점이란 게 분량은 많아도 깊은 기술적 이해가 필요한 부분들은 거의 없어서, 외부 전문가 없이 변호인 변론으로도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하는 게 가능한 수준이었는데, 다소 불필요한 단계를 거치게 된 셈인데요.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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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 관련 상황을 잠시 정리해드리자면... 정 교수 재판이 초반에는 검사측의 독주로 진행된 것과 달리, 재판 후반으로 가면서 기술적 쟁점들이 매우! 많이 노출되었습니다. 이것은 검사측에서 장기간에 걸쳐 수십번 포렌식 조사를 해서 방대한 분석보고서들을 남기고도, 변호인측에 빨리 넘겨주지 않고 전달을 계속 지연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그 포렌식 분석보고서들의 분량이 너무 방대해 변호인측에서도 소화하는 데에 기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아시다시피 공판이 매주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이라 더욱 그랬죠. 그래서 재판 후반부로 갈수록 변호인측의 기술적 쟁점 반박이 줄을 잇게 된 것입니다. 검사측 공소사실과 기술적 근거의 많은 헛점들을 줄줄이 찾아낸 거죠.

그런데 이에 대한 검사측의 반론은, 최근 몇몇 공판에서 보셨다시피 IT 기술에 기초적인 지식 정도만 있는 사람이 들어도 이해하기 힘든 난감한 해명들 일색이었습니다. (이 사안들을 보도로 전한 기자들도, 보도의 편향성을 떠나서 기자 개인의 기술적 이해도가 너무 떨어져 제대로 보도되지 않은 부분이 매우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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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런 이유로, 검사측과 변호인측 모두 2주간의 기한이 끝나는 어제까지 외부 전문가 의견서를 제출해야 했는데요. 변호인측에서는 그보다 1주일 빨리, 지난주 목요일 결심공판에서 제출하기로 결정하고, 저를 포함한 4명의 전문가들에게 의견서를 의뢰했었습니다. 각각 전문 문서감정인, 대학의 유명 교수님 한 분, 유명 네트워크 보안 전문가 한 분, 그리고 저까지 4명이 각각의 쟁점분야와 관련한 의뢰를 받았고요.

비교적 최근에 저를 알게 되신 분들은 저를 '취미 시민운동가' 정도로 이해하시겠지만, 사실 저는 30년 경력의 SW개발자입니다. 제가 속한 업계에선 나름 이름도 좀 알려져 있는 편이고요. 기술적 인벤토리도 다양한 편이고, 동호회 운영이나 외부 기고, 강연 등 개발자로선 대외 활동도 많이 한 편입니다. 그래서 이런 의견서를 쓰는 데에 스스로 자격이 모자란다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주말 포함 불과 1주일 뿐이었기 때문에, 덕분에 지난주 미친듯이 기술적 검토와 각종 테스트, 재연 등을 해보고 목요일 당일까지 며칠 밤을 새어가며 의견서를 작성 완료해서 변호인측에 넘겼고, 결심공판에서 다른 3분의 의견서와 함께 재판부에 제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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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에 이런 상황을 대략 알려드렸었는데, 당시에는 '친구공개' 범위로 한정해서 페친분들께만 비밀리에 알려드렸었습니다. 불필요한 외부 공격의 여지를 최대한 줄여보자는 것이었기도 했지만, 사실은 그 글에서도 알리지 않은 다음 단계가 더 있어서였습니다.

예상대로 지난주 결심공판에서 검사측은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어제까지 제출했을 것인데요. 어차피 재판부는 2주 기한을 준 것이기 때문에, 추가로 의견서를 더 제출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변호인단에서는 또다른 유명한 교수님 한 분에게 의견서를 추가 의뢰하면서, 제게도 추가로 2차 의견서를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지난번 1차 의견서에 더해서, 지난 한 주간 다시 더 구체적이고 또 새로운 내용들을 담은 2차 의견서를 작성했습니다. 어제 교수님 의견서와 함께 재판부에 제출되었고요. 즉 종합하면 변호인측은 총 6개의 전문가 의견서를 제출한 것이고, IT 관련의 각계의 전문가 5명이 참여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2주간 온전히 기술의견서 작성에만 매달렸습니다. 지난주 1차 의견서 제출하고 한 번 푹 잔 거 외에는 내내 제대로 잠을 못잤고요. 어젯밤엔 또 모처럼 푹 자서 지금 꽤 상쾌합니다만, 여전히 쌓인 피로가 상당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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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오해하시기 쉬울 것 같은데, 시민으로서의 박지훈과 SW개발전문가로서의 박지훈의 입장이 일치할 수는 없습니다. 30년간 산전수전 공중전 수중전 땅굴까지 다 겪어본 개발자로서, 기술에 대한 투철한 신념이 있습니다. 기술적 팩트는 사회과학과 달라서, 충분히 구체적으로 서술된 명제는 진실 혹은 거짓일 뿐, 그 사이의 회색 지대가 없습니다.

기술전문가로서의 제 양심과 명예를 걸고 공정한 의견서를 썼다고 자부합니다. 변호인측에 불리해보이는 가능성들까지도 검토했고, 검사측이 제기하지도 않은 불리해보이는 정황도 파헤쳤습니다. 그리고 그런 전방위적인 기술적 검토에서 만약 변호인측에 불리한 결과가 나왔더라면, 아마 의견서 제출을 거부했을 것 같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시민 박지훈이 아닌 SW기술 전문가 박지훈으로서의 의견서를 써서 제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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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제 재판부에 전문가 의견서를 제출한 '외부 전문가'가 되어버렸고 재판에 직접 관여는 아니라도 관계자가 된 셈이어서, 향후 12월 23일에 1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극도로 입을 조심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제가 작성한 의견서의 내용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법정 제출 문서를 가지고 '장외전'을 하는 일이 되기 때문에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고, 더욱이 재판부가 제 의견서의 의도를 의심할 수 있는 섣부른 언행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한 마디로 제 입과 손에 족쇄가 채워진 셈입니다.

변호인측으로부터 의견서를 의뢰받았을 때부터 각오했던 일이고, 당연하고 별다른 수가 없는 일입니다. 여러 시민 동지분들께서 이런 상황을 양해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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