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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조국사태 이전부터 제 페친이셨던 분들은 제가 3년 전에 집을 지은 걸 알고 계실 겁니다. 저는 8년전에 이곳 가평 설악으로 이사왔고, 좀 허름한 집이 하나 딸린 땅을 샀습니다.
이 땅을 살 당시부터, 머지 않아 기존 집 외에 새 집을 지을 생각을 하고 4년 동안 짬 나는 대로 건축 공부를 했습니다. 설계 같은 것이 아니라 시공법에 대해서요. SW개발자로서 뭔가 기술을 공부하는 데에는 이력이 나 있기 때문에, 기초 개념들을 좀 익히고 나서부터는 머리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목공 취미를 가지면서 나무를 많이 다뤄보기도 했고요.
2017년 봄에 착공을 해서 3년전 딱 이맘때에 집을 완공했습니다. 기간만 보면 3월말부터 11월 초까지, 7개월반 정도 걸렸는데요. 통상 경량목조주택을 짓는데에는 일정만 잘 짜면 3개월이면 충분합니다만 두배 이상 걸렸죠.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고, 단지 일정을 무리하지 않아서입니다. 함께 일하던 분들이 다른 일이 생기면 그쪽 먼저 작업하시라 하고, 일요일은 무조건 쉬고, 쉬엄쉬엄 했습니다.
직영공사를 한 것인데, 배놔라 감놔라 감독만 하는 일반 직영공사 수준이 아니라 저도 작업자들과 함께 배놓고 감놓고 하며 함께 작업을 했습니다. 혼자 할 수 있는 몇몇 공정은 아예 저 혼자 작업을 했고요. (건축주가 직접 하는 것이 무조건 최선인 공정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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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본론으로. 이번 글의 주제는 '건축사'와 '건축가'의 차이입니다.
'건축사'란, 건축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공인자격자입니다. 건축사는 건축물 설계도면을 작성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입니다. (특수한 예외 몇가지를 제외하면.) 또한 설계한 건물에 대한 감리의 책임도 맡습니다. 특수한 전문인력이고, 따라서 아무나 '건축사'를 사칭하면 사기죄로 잡혀갑니다.
건축사는 (다른 건축물도 마찬가지지만) '원칙적으로는' 건축주가 직접 컨택하는 유일한 인물이어야 합니다. 원론적으로, 직접 집을 짓는 시공사보다 건축사가 훨씬 중요합니다. 시공사는 건축사의 감독 하에서 작업을 하는 것이 건축공사의 원칙입니다.
물론 현실은 많이 다르고, 소규모 단독주택(30~40평 정도가 소규모에 들어갑니다)인 경우는 시공사와 더 많이 소통하게 되기도 하고, 현실적으로 건축사의 감리가 유명무실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원래의 원칙은, 소규모 주택이라도 건축사가 총감독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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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건축가'는 완전히 다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건축가'라는 말의 실질적인 의미는 '건축업자'이고, 게다가 현실적으로는 '사기성 업자'인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왜 그런지 설명을 드리죠.
'건축가'라는 공인 자격증은 없습니다. 그럼 이 건축가라는 명칭을 누가 쓸까요? 다 시공사들입니다. 그것도, 절대다수가 종합건설사가 아닌 소규모 시공사들이고, 그중엔 영세자영업자도 적지 않습니다.
종합건설사란 법적으로 '종합건설업' 면허를 가진 일정 규모 이상의 건설업체를 말합니다. 여러 분야별로 전문 면허를 가진 직원을 일정 이상 정직원으로 보유해야 하고, 자본금도 일정액 이상이어야 합니다. 현행법 원칙상으로, 건설업은 이런 종합건설사만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제한을 하면 자기가 직접 집을 지으려는 소규모 건축주들에게는 과도한 제한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건축법에서는 연면적 200제곱미터(약 60평) 이하의 주택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건축주가 직영 시공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런 직영공사에 흔히 들어오는 것이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 소규모 시공사입니다. 이들과 차별화를 위해 종합건설업 면허가 있는 업체들은 반드시 '종합건설사'라고 명시를 해놓으니 이것만 알면 쉽게 구분할 수 있죠. 특히  '~하우징'이라는 이름의 업체는 100% 면허가 없는 업체들입니다.
이런 건설업 면허가 없는 업체들은 지자체에 건축업체로서 자기네 이름을 올릴 수 없고, 건축업체 명의로 건축주를 대신 올리게 됩니다. 서류상으로는 건축업체 이름이 아예 남지 않고, 건축주가 직영 시공을 한 것이 됩니다. 건축주들은 분명 시공사와 계약하고 지었는데 왜 직영시공이 되느냐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그냥 개인대 개인의 사적인 계약일 뿐 건축 명의는 엄연히 건축주 명의입니다.
이런 종합건설사가 아닌 시공사들은 엄밀하게 따지면 '무면허'인 셈인데, 그렇다고 이게 불법이거나 한 것이 아니라 엄연히 법률상으로도 허용되는 것이라 '무면허'라는 말이 내포하는 불법성이라든지 부실시공과 직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종합건설사라고 해서 면허 없는 소규모 시공사에 비해 반드시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저희 옆집이 부실시공의 총집합 같은 사례인데, 종합건설사가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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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가 지금까지 본 사례들에서는, 종합건설사가 스스로를 '건축가'라고 칭하는 사례를 본 적이 없습니다. 모두 면허 없는 소규모 시공사들이죠.
면허가 없는 소규모 시공사들은 건축법의 규제 바깥에 있는 업체들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종합건설사에 비해서는 사기성 야매 업자가 많은 편입니다. 건설업 면에서 법의 규제를 거의 아무것도 받지 않거든요.
그중에서 특별히 더 위험한 것이 '건축가'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입니다. 스스로 '건축가'라고 자칭하는 것은 어떤 공인 자격은 아니라도 스스로 집을 짓는다는 업에 강한 자부심을 내보이는 셈인데, 왜 더 위험할까요?
먼저, '건축가'라는 지칭 자체가 기업으로서의 건축 '업체'가 아닌 업자 '개인'을 내세운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업체가 대단하다면 그 업체의 업력, 기술력, 각종 면허 등을 내세우는 게 정상입니다. 삼성전자가 이건희 회장 개인이 가진 높은 반도체 기술력 때문에 세계 정상에 오른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삼성전자가 이건희, 이재용을 띄우면 띄울수록 해당 업계 전체로서는 등신같은 짓인 겁니다)
소규모 시공업체라도 정말 성의의 가능성이라도 있는 업체는, 상담시에 대표 자신이 건축가로서 대단하다고 자랑하는 대신 우리 직원 누구누구가 이런저런 면에서 대단하다고 자랑을 합니다. 개인을 내세우는 경우와 기업을 내세우는 것의 차이, 이쯤 되면 감이 오시죠. 금융 다단계 같은 데를 가보면 회사 소개에서 꼭 나오는 말이 기업이 아닌 대표가 대단한 인물이라는 자랑입니다.
게다가 완전히 영세자영업자가 아닌 시공사들은, 면허 업체가 아니라해도 적어도 두개 이상의 건축현장을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건축 현장을 하나씩 해서는 영세자영업 수준밖에 안됩니다) 어떤 한 사람의 뛰어난 능력으로는 전혀 커버가 안됩니다. 결국 직원들 전반의 능력이 뛰어나야 하는 것이고, 그것은 회사 전반의 능력치가 높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개인 능력치가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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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건축업자가 스스로 '건축가'라고 자칭하는 것은, 스스로 영세하다는 자인이거나, 혹은 스스로의 능력치를 지나치게 과장하는 '반 사기꾼'이라는 자인입니다.
정말 드물게 타인이 보기에도 대단한 '건축가', 즉 자격증 같은 거, 업력 같은 건 없지만 개인으로서 대단한 건축가들도 소수 있는 것 같지만, 그런 사람들은 사업적으로는 망했거나 사업을 키울 생각 자체가 아예 없는 반 '도인'같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비즈니스로 집을 짓는 업자가 스스로 '건축가'를 자칭하면, 매우 위험한 케이스라고 보면 99%는 맞습니다.
실제로, 여기저기 홍보성 광고를 게재하면서 열심히 양심적이고 뛰어난 '건축가'를 자칭하던 업자들이 부실시공과 무책임한 사후처리로 질타를 받는 사례들을 많이 봤습니다. '젊은 건축가 그룹'이라고 자칭하며 엄청 홍보를 하던 업체는, 자사의 부실시공 사례를 언급하기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소송을 걸어대기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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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떤 시공사를 만나야 하나?
집을 지을 생각이 있는 미래의 건축주분들에게 가장 먼저 당부드리고 싶은 한 가지는, '건축사'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좋은 설계가 있어야만 좋은 시공이 나옵니다. 시공사가 날고기는 기술이 있어도, 엉터리 설계에서는 최선의 시공이 나올 수 없습니다. 100%의 기술력과 100%의 성의를 가진 건축업자가 최선을 다해 집을 지어도, 설계가 잘못되어 있으면 100%가 아닌 90%나 95%짜리 집밖에 안나옵니다.
그러니 설계에 드는 비용을 아까워하지 마세요. 저는 저희 집 건축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못 하나까지 모든 자재를 다 따져가며 비용을 아끼고 제가 직접 일을 하면서 비용을 아꼈지만, 건축사에게 줄 설계비는 달라는대로 줬습니다.
물론 건축사 역시도 어떤 사람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또 천차만별이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좋은 건축사도 덤핑으로 수주한 현장에 성의껏 설계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덤핑 요구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일도 덤핑으로 하는 것이 분야를 막론하고 기술업계의 필연입니다.
건축사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시공사입니다. 이 순서가 매우 중요합니다. 결코 시공사가 건축사보다 중요할 수 없습니다. 몇몇 시공사들이 의도적으로 건축사, 즉 설계작업의 중요성을 깎아내리면서 자사에서 대충 설계까지 끼워준다고도 합니다. 실제 어떤 곳은 건축사를 고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시공사가 건축사를 고용하고 있으면 시공 계약만 했는데 고품질 설계가 공짜로 따라오는 것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데에서 고용하고 있는 건축사는 대부분 그냥 면허만 있는, 대졸 초임 수준으로, 경력 건축사가 아닙니다.
제대로 건축사로서 역할을 하려면 다른 건축사 사무소에서 한참 더 배우고 나와야 하는. 안그러면 자기 명의 건축사 사무실도 아니고 대형 건축사 법인도 아닌, 겨우 시공사 회사에서 월급쟁이 생활을 하겠습니까?
결국 시공사에서 건축사를 고용하고 있는 케이스는 그냥 구색일 뿐 제대로 건축사 역할을 못합니다. 현실을 몰라서 엉터리 설계를 남발하며 오히려 웬만큼 경력 있는 목수보다도 한참 못한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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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가, 무경력자 건축주가 시공업체의 능력과 성의를 가늠해볼 수 있는 그나마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업체에서 지은 집을 직접 찾아가서 거기 살고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해보는 것입니다. 
어려워하지 말고 그냥 업자에게 물어보세요. 직접 집을 지은 건축주들을 찾아가볼 것이니 소개해달라고요. 이걸 요구하기도 어려워하면 집 못짓습니다. 일단 착공은 해도 뒷탈이 생깁니다. 나중에 부실시공이 벌어져서 시공업자와 대판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는데요.
시공사가 포트폴리오로 내세우는 집 몇채 사진으로는 외형을 꽤 멋진 디자인으로 뽑았네, 이것 말고는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엄청난 부실덩어리 집일 수도 있고, 부실하지 않더라도 다른 이유로 건축주가 큰 불만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집에서 최우선의 요소는 디자인이 아닙니다. 지금 살고 계시는 아파트, 외관이 멋있어서 선택하셨습니까. 거주할 주택에서 가장 우선은 기능성과 내구성 같은 각종 성능 요소들입니다. 도리어, 시공사들이 포트폴리오로 자주 내세우는 멋진 외관은 집의 성능을 해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집은 외관이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성능이 떨어집니다. 당장 단열 성능이 떨어지고, 방수 성능도 상대적으로 취약해집니다. 외관상의 미적 요소는 성능을 떨어뜨립니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선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러니 차떼고 포떼고 말하자면, 디자인을 최우선적으로 내세우면서 저비용까지 한 입으로 떠드는 업체들은 기술적으로 스스로 사기꾼 기질이 많다는 걸 시인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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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업자가 믿을만한지 알아보시려면 반드시 그 업체가 지은 집을 찾아가보세요. 한곳으로는 전혀 불충분합니다. 어쩌다가 잘 지어진 집, 어쩌다가 사이가 좋게 끝난 집을 소개할테니까요. 서너곳을 돌아다녀보세요. 건축업자 고르느라 발품파는 것보다 훨씬 소득이 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건축가'는 상대도 하지 마세요. 사기꾼일 확률이 일반 시공사보다 훨씬 더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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