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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순교수

< 독서, 새로운 질문하기 >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 저자 강남순 교수를 만나다: 가상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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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업 시작 첫 부분에 학생들과 세 가지 “지적 실험(intellectual experiment)”이라고 부르는 것을 한다. 첫째는 지난 수업에서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3가지를 나누는 것, 두번째는 자신이 읽은 내용을 2분이라는 정해진 시간에 나누는 “2분 스피치”라고 부르는 것, 그리고 세번째는 그 주간 읽는 책/논문의 저자에게 질문을 하나씩 가져오는 것이다. 즉 상상으로 인터뷰어가 되어서 저자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작성해서, 클래스에서 나누는 것을 한다. 이 세 가지 실험을 하게 된 것은 독서가 무엇을 의미하며, 그 독서가 자신의 사유세계를 확장하고, 분명한 관점을 형성하게 하고, 무엇보다도 그 책에서 다루는 주제와 사상들을 자신의 구체적 정황과 연결시키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은 저자는 마치 저 쪽에서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으로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 글을 읽으면서, 그 저자의 사유세계에 개입하기 보다는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수동적 읽기를 하곤 한다. 나는 ‘인터뷰어’가 되어서 저자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생각하는 그 과정 자체가 읽기를 풍성하게 만든다고 본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의

Hyuk Bom Kwon

권혁범 교수님께서 <성과 문화의 정치학>이라는 과목에서 나의 책을 교재로 사용하면서, 학생들에게 “가상 인터뷰”를 하게 하셨다고 한다. 그 중 2 편의 가상인터뷰를 보내주셨는데, 학생들만이 아니라, 다른 분들도 페미니즘에 대하여 유사한 의문을 가지고 계실 수도 있다는 생각에, 교수님과 학생의 허락을 받아서 이곳에 나눈다. 내가 만난 적은 없지만, 나와 인터뷰를 해준 K와 Y, 두 분께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페북에서는 늘 뵙지만, 실제로 만난 적은 없는 권혁범 교수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렇게 사회의 작은 귀퉁이들에서 의식의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는 것—변화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기에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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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인터뷰-I: 인터뷰어 K >

◆ 미국 텍사스 크리스천대 교수는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에서 진정한 페미니즘을 위해선 남녀 대립 구도를 극복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남녀평등이란 구호를 넘어 현실세계의 다양한 차별과 배제를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직접 강남순 교수와 만남을 가져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Q: 안녕하세요, 교수님 만나 봬서 반갑습니다. 바로 본론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트랜스젠더여성을 배척하며 혐오하는 세력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진정한 ‘페미니즘’이라 할 수 있을까요?

◆ A: “여성혐오는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 의해서도 작동됩니다.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진짜 여성’과 ‘가짜 여성’(트랜스젠더 여성)을 나누고, ‘가짜 여성’을 ‘진짜 여성’에 대한 ‘잠재적 위협자’로 간주하고 배제하는 것은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페미니즘을 배반’하는 것입니다. 여성 혐오와 여성 억압에 사용되던 인식론적 전제들은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에서 벗어난 여성들을 비정상이며‘위험한 존재’로 규정하고 사회에서 배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특히 트랜스젠더여성에 대한 혐오가 큰 이유는 태어날 때 생물학적 남자였던 사람이, 남성으로서의 삶을 거부하고 여성으로 전환하는 행위 자체가 전통적인 ‘남성중심적인 젠더 위계주의’에 위협이 되기 때문입니다. ‘트랜스젠더’라는 표지를 지닌 사람들은 사회 곳곳에서 다층적인 배제와 혐오, 편견과 멸시의 시선을 견디며 살아 내고 있습니다. 타고난 성별을 그대로 지키며 살아가는 ‘시스젠더’가 엄연한 인간인 것처럼, ‘트랜스젠더’도 ‘인간’입니다.”

◆Q: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현시대 남성들은 기성세대의 가부장제를 물려받고 ‘여성혐오’를 습득할 수밖에 없었던 존재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 A: “가부장제가 대대로 전해오면서 한국사회는 남성중심주의의 기본 토대를 그대로 받아들여 왔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전우회, 향우회, 각종 동문회나 동창회는 물론 다양한 모임들의 대화와 같은 곳에서 여성을 열등한 존재, 제 2등 인간, 성적 존재 등으로 규정하는 여성혐오는 아무렇지 않게 재현되고 있습니다. 또한 ‘남자다움’의 증명인 군대나 학교 선후배 간 함께 성매매 경험담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물론 여성혐오는 노골적인 방식만이 아니라, 혐오자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은밀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행사됩니다. 현시대의 남성들은 자신들이 남성중심사회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과 여성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미 가부장제의 뿌리가 박혀 내면화 되어왔기 때문에 여성혐오의 문화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죠. 과연 남성은 이를 습득할 수밖에 없었던 존재일까요? 자신들이 습득했다는 것을 알면 남성문화 기반에서 여성혐오를 재생산 하는 일이 멈춰지지 않았을까요? 이게 저의 답입니다.”

◆Q: ‘페미니즘’이라는 틀 하나로 여성 연대가 이루어지며 자매애가 실현되기도 합니다. 오히려 수많은 페미니즘 이론들이 여성들의 연대를 분산시키는 것은 아닌지요?

◆ A: 먼저 페미니즘은 하나의 단일한 이론이나 운동이 아닙니다. 페미니즘 안에서도 상충하는 입장들이 공존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답을 바라며 무수한 논쟁과 고민을 거칩니다. 그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검열하거나 타인을 배제해버릴 때도 있습니다. 페미니즘은 여성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남성도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동안 차별 당했던 여성들이 연대하여 평등의 목소리를 외치는 것은 건강한 현상입니다. 그러나 이 평등의 목소리가 오로지 ‘여성’들만 외칠 수 있다고 비춰지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렇기에 페미니즘의 틀이 여성들만의 연대 방식으로 쓰이지 않느냐는 주장은 역차별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페미니즘 이론들이 여성들의 연대를 분산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목적은 같지만 그 방식이 저마다 다를 뿐입니다. 수많은 페미니즘 이론은 즉 ‘복수의 페미니즘들’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 페미니즘은 여성만을 위한 이론이 아닙니다. 젠더 뿐 아니라 인종과 계층에 다성적 지향, 장애로 인한 차별과 혐오를 없애 모든 중류의 정의가 실현되는 세계를 지향하는 게 진정한 페미니즘입니다.

◆Q: 199pg에 따르면 페미니즘은 모든 사람들이 인간으로 간주되는 세계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이 지배당한 것은 사실입니다. 결국 여성은 남성과 타협하여 자신을 억압한 남성을 ‘용서’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이 또한 여성이 너그럽고 순종적으로 남성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존재로 재생산 되는 것은 아닌가요?

◆ A: 물론 페미니즘의 출발점은 생물학적 여성에 대한 성차별입니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가부장제는 남성의 권력 기반으로 이행되며 남성중심주의가 만연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이에 대한 권력과 특권의 문제를 ‘여자 대 남자’라는 단순구조로 설정하면 위험합니다. 저는 오히려 여성이 너그럽고 순종적인 존재로 재생산 되는 것이 아니라 페미니즘을 ‘복수의 정치’로 이용했다는 혐오의 대상으로 재생산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러면 결국 여성들은 페미니즘을 몰아내려는 세력들에 의해 이용당하게 되는 셈이 됩니다. 한 사람이나 집단을 단순한 ‘가해자-피해자’ 구도로 고정시켜 현실 문제를 보는 것은 위험합니다. 페미니즘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세계는 생물학적 여성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인간으로 간주되는 세계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Q: 여성도 인간인 것처럼 남성도 인간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특정한 문화 속에서 남성으로만 살아간다는 동질성과 정체성이 있지 않은가요?

◆ A: 맞다. 그러나 ‘여성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그동안 남성에 의해 규정되어 왔습니다. 남성은 합리성과 명증성을 지닌 존재로서 이 세계를 구성하는 중심에 서있습니다. 남성은 이 세계의 주체로서 지식을 생산하고, 보존하는 존재라는 남성중심주의와 남근중심주의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죠. 이는 곧 남성문화에서 ‘남성’이라는 동질성과 정체성을 심어주며 재생산 됩니다. 그렇기에 이제는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평등한 ‘인간’이라는 주장을 더욱 내세우는 것이며,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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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인터뷰-II: 인터뷰어 Y>

◆Q: 안녕하세요 오늘은 ‘페미니즘 앞에서 선 그대에게’의 저자 강남순교수를 만나보았습니다. 강남순 교수님은 미국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로 2006년부터 현 대학교에서 자크 데리다 사상, 코즈모폴리터니즘,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콜로니얼리즘, 페미니즘 등 현대 철학적·종교적 담론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특히 이마뉴엘 칸트, 한나 아렌트, 자크 데리다 등의 사상과 연계하여 코즈모폴리턴 권리·정의·환대 등의 문제들에 대한 학문적·실천적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국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A: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Q: 교수님 먼저 여성혐오의 역사와 현주소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A: 먼저 제가 의미하는 여성혐오는 혐오라는 문자 그대로 ‘싫어하다’가 아니라 존재의 가치를 부정하고 격하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고대 철학과 종교에서부터 시작된 여성혐오는 오늘날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습니다. 가장 노골적인 여성혐오의 시초는 13세기부터 18세기까지 유럽에서 약 500여 년간 지속된 ‘마녀화형’입니다.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이라는 책은 15세기에 출간된 이후 200년간 성서 다음으로 많이 팔린 마녀사상 지침서였습니다. 여기에는 “여성은 태초부터 남선보다 ‘열등한 존재’이며, 남성을 성적으로 유혹하는 ‘위험한 존재’라는 의식”이 드러납니다. 또한 오늘날에도 이런 여성혐오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안드레아 드워킨의 ‘사창가 모델’과 ‘농장 모델’ 즉, 여성이 남성의 쾌락만을 위한 성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역할, 임신과 양육을 담당하는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충족하는 것으로 여성의 존재가치를 지닙니다. 이러한 여성혐오 역시 남성뿐만 아니라 가부장제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농장 모델에 한정시키고,아름답게 꾸미는 일에 몰두하며 스스로를 성 상품화하는 여성에 의해서도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Q: 현재 여성혐오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 미디어매체가 아닐까 생각 드는데요. 작년 지상파 여성 아나운서가 안경을 쓴 채 뉴스를 진행하여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교수님은 그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현재 미디어 시대에서 여성 혐오는 여자 아나운서는 젊고 이뻐야하고, 기상캐스터는 옷 사이즈를 통일하여 입어야한다는 등 편견을 강요받으며 여성 혐오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저는 그 여성 아나운서에게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아나운서님 덕분에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다시 생각할 계기를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한 후 하루 종일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습니다.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기사까지 쏟아지는 거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어? 그러고 보니 안경 쓰는 남자 아나운서는 있어도 여자 아나운서는 본 적이 없네’ 하고 현실을 새롭게 인지하게 됐다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사실 이 사건이 그렇게 이슈가 될 사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여성은 능력보다도 외적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움이 더 중요하게 치중되어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아나운서분처럼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분들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Q: ‘여성은 언제나 타자이다’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A: **의 엄마, **의 아내처럼 여성을 주체로 바라보기 보다는 타자로 바라보는 것을 말합니다. 한 개인으로서의 여성으로보다는 언제나 남성이나 가족관계 속에서 규정됩니다. 저는 여성도 마찬가지로 하나의 주체로 인간으로 바라봐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체성을 가진 인간으로 말입니다.

◆Q: 마지막으로 혹시 이 책을 추천한다면 어떠한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가요?

◆A: 저는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해라라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 페미니즘에 대해 비판들이 많습니다. 적어도 페미니즘이 무슨 뜻인지는 알고 비판하면 좋겠습니다. 예전에는 차별 구조가 노골적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여성참정권 같은 눈에 보이는 차별과 싸우는 식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굉장히 은밀하고 복잡한 방식으로 강력한 성차별이 작동됩니다. 페미니즘 그리고 여성 인권에 대해 ‘이미 충분하지 않으냐’ 같은 말들을 보면 여전히 우리 사유 방식이 얼마나 남성중심적 구조에 갇혀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하는 차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 제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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