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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주변호사

군주가 없는 대한민국에서 이제 군왕무치(君王無恥)가 아닌 검사무치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지키는 일에는 용기를 못 내고 검찰권 축소에는 강력하게 저항하는 용기를 내는 검사들을 과연 국민이 편들어 주겠느냐고 질문했더니, 어느 검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침묵한 게 잘못은 아니잖아요. 검사들도 나름대로 힘든 시절을 지내고 있었어요”

비겁함을 인정하는 대신, "아팠냐 나도 아팠다"가 되고 말았습니다.

윤석열 총장이 이번 국감에서 “수사하다가 사람을 패죽인 사건”이라고 칭한 그 사건은 2002년의 서울중앙지검 독직폭행치사 사건입니다.

독직폭행치사 사건의 판결에서는 피해자의 상해 정도 및 부위에 대해서 이렇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조천훈의 사체는 양측 다리에서 광범위한 피하출혈 및 근육간 출혈을 보이며, 양측 팔에서 국소적인 피하출혈을 보이는 등 넓은 범위에 걸쳐 출혈이 심하게 나타나 있고, 심혈이 소량이며 각 장기가 경도의 창백상을 보여 팔다리의 상처부위에 연부조직내로 상당한 출혈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뇌의 검사상 양측 대뇌반구와 소뇌 상방에서 국소적인 지주막하출혈을 보이고 이 부위의 출혈이 흘러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주막하출혈이 양측 대뇌반구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소견을 보이는 점, 위와 같은 각 부위의 손상은 아주 강한 외력이 한 두 차례 작용하였다기 보다는 반복된 외력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은 점”

판결은 이어 주임검사였던 홍모 전 검사의 조치에 대해서, 사고 당일 08:00경에 피해자의 이상을 최초 보고받았으나 방치했고, 다시 10:30경 피해자의 상태를 한번 더 확인하고도 내버려두었으며, 다시 11:40이 되어 호흡곤란에 이른 것을 보고서야 급히 119에 신고해서 12:41경 강남성모병원에 옮겨졌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홍모 전 검사는 2013년 펴낸 책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조직폭력배들에게 인권이 있다면 나에게도 인권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겠는가. 흉악범들에게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면 나에게도 응당 그 원칙이 적용돼야 하지 않겠는가”

홍모 전 검사나 그 사건에 대해서 패죽였다고 언급한 윤석열 총장이나 모두 국민 위에 군림하는 자의 정체성에서 나온 “무치(無恥)”를 공유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후안무치한 자들이 모인 대한민국 검찰은 법을 적용, 집행하는 기관이 아니라 법의 한계를 시험하는 집단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사실 김학의, 진동균의 범죄도 봐준 검찰이므로 윤석열 총장의 윤리강령위반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지요.

한편 이들이 군림하는 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지는 이유는, 검사들에게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조항은 시험에나 써먹는 것이고 자신들의 검찰권은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스스로 획득한 권력이기 때문입니다. 이환우 검사가 보복수사의 피해자에게 했다는 '사법고시를 패스하려면 몇 년 준비해야 하는지 아냐. 네가 뭔데 그걸 뺏으려 하냐‘라는 말이 달리 나온 게 아니죠.

“검사무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 10년 퇴행의 시절에 피눈물을 흘려서 얻은 민주주의의 각성이라는 망치로 때려주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국감 이후

전필건 ㅣ 전 교육부 사학혁신위원

국정감사 열흘이 지나도록 윤석열 검찰총장의 발언에 대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른바 ‘커밍아웃’이라고 명명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한 검사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공무원들이 장관에게 이렇게 노골적인 항명 행위를 벌일 수 있는 것도 대한민국 검찰의 위세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거침없음을 넘어 무도한 발언을 일삼은 윤 총장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터다. 실제 ‘비명이 복도에 울려 퍼졌다던’ 2002년 서울중앙지검 독직폭행치사 사건을 두고 “수사하다가 사람을 패 죽인 것”이라 발언한 뒤 “그런 표현을 어떻게 국감장에서 하냐”는 의원들의 항의에 “아니 때려죽인 게 패 죽인 거 아닌가, 저희 검찰이 잘못했다는 말씀이고 패서 죽인 게 맞거든요”라고 재차 답변하던 윤 총장은 무엇 하나 거리낄 것이 없는 모습이었다. 경찰청장이 과거 고문치사 사건에 대해 “수사하다가 사람을 태워 죽인 것” “아니 전기로 지져 죽인 게 맞거든요”라고 답변했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윤 총장은 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에 책상을 수차례 내려쳤다. “저한테 물어보시는 거면 답할 기회를 주시고 그냥 말씀하실 거면 묻지를 말라”라고 말할 땐 마치 누아르 영화의 한 장면 같아서 놀랍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런 윤 총장도 잠시 숨을 고를 때가 있었는데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을 만났냐는 질문을 받은 순간이었다. 윤 총장은 “(방상훈 등) 상대의 동의가 없으면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조선일보 방 사장에 대해선 상대방의 동의가 없이 말할 수 없다던 윤석열 총장은 이날, 대통령이 ‘임기를 지키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는 이야기도 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가 한창일 때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에게 ‘선처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는 주장도 했다. 모두 상대방에 대한 동의를 구하지 않은 말들이었다.

윤석열 총장이 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과의 회동 관련 질의에 답변을 피해갔는지는 모르겠으나 검사윤리강령(제14조)은 검사가 ‘직무 수행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우려가 있는 자’와 교류할 수 없고, 제15조는 ‘사건관계인’과 사적인 접촉을 금지하고 있다. 여기서 ‘직무 수행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우려가 있는 자’와 ‘사건관계인’은 피의자, 피내사자, 고소인, 고발인, 피해자, 피고인, 증인, 소송당사자, 형·구속의 집행 또는 집행정지 사건의 대상자, 사건관계인의 가족 또는 법인의 경우 임원 등이며, ‘검사윤리강령 운영지침’은 이들과 식사를 하거나 여행을 가거나 골프를 치는 등의 행위를 일절 금지하고 있다. 이는 유독 검사들에게만 가혹한 규정도 아니다. 모든 공무원 조직에는 이와 비슷한 내용의 행동강령들이 있고 이를 위반하면 징계를 받는다.

해당 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사례도 수두룩하다. 메리어트호텔 양식당에서 사건관계인과 식사를 한 검사, 고소인 쪽과 골프를 친 검사는 정직 처분을 받았다. 사건관계인에게 룸살롱 접대를 받고 숙박업소에 출입한 검사는 면직됐다. 윤 총장은 의원들 질의에 “아니 그 당시에 관련 사건이 있고, 지금 거론되는 분(방상훈)이 사건관계자라는 게 뭐 있습니까?”라고 되물었지만,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임기 내내 조선일보와 방상훈 일가는 수사 대상이었다. 수사를 책임지는 지검장이, 수사 대상자를 사적으로 만나는 황당한 짓을 한 것이다. 검사징계법과 검사윤리강령에서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보직은 예외로 둔다는 규정은 없으니, 이는 징계 대상임이 당연하다. 필자가 지난 9월7일, 법무부 감찰관실에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청구한 이유다.

윤 총장에게 불고가사(不顧家事, 집안일을 돌보지 않음)나 완연한 염결까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공사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 자는, 공직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고 박종철 열사와 인연이 있는 김기동 검사를 부산지검장으로 앉힌 문무일 전 총장은, ‘비비케이(BBK) 검사 구하기’, ‘수사권 조정 국면에 박 열사를 이용한다’ 등의 비판을 받았지만, 박 열사의 부친이 위중할 때 김 지검장의 연락을 받고 부산으로 문병을 가 절제된 언어로 검찰의 과거를 거듭 사과했다. 거침없음과 무도함은 이렇게 다른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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