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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검사

처음으로 돌아가 고(故) 김홍영 검사를 다시 부릅니다.

2015년 4월 1일 용기 있고 바른 검사가 되겠노라 선서하고 임관한 김 검사는 첫 환영회식에서 경악했을 겁니다.

거침없이 추행하는 부장과 속수무책인 검사들이 만드는 부조리한 풍경은 검사선서문과 너무도 달랐으니까요.

부장의 추행이 그전부터 계속된 것임을, 추행범은 부장만이 아님을 곧 알게 되었고,

검찰이 성폭력 범죄를 덮고 거짓 해명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멋져 보였던 선배들이 거짓말 혹은 침묵과 방관으로 협력하는 걸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던 그때,

그의 영혼은 말라갔을 겁니다.

검사의 혼을 가진 자라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하여 ‘죽은 검사들의 사회’에 갇혀버렸음을 알았을 테니까요.

2016년 갑질 피해를 입고 하소연할 데가 없던 김 검사는 결국 죽음으로 검찰에서 도망쳤습니다.

공익의 대변자인 검사는 수사와 기소로 범죄자를 처벌하여 법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합니다.

하여 검찰의 잣대가 고장 나면, 합법과 불법이 뒤집혀 사회혼란이 초래될 수밖에 없고, 검찰 내부의 정의가 무너지면 대한민국 정의는 도미노처럼 차례로 무너지게 되지요.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려면 도미노 첫 칩에 해당하는 검찰의 정의부터 바로 세워야 하고,

검찰의 정의는 검찰 내부 범죄에 대한 엄중한 문책과 진심 어린 사과를 통해서만이 바로 세울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사회가 검찰 내부 범죄의 단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이고,

제가 동료들의 성난 비난에도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입니다.

김홍영 검사를 기억합니다.

그는 죽음으로 검찰을 고발했지요.

저는 그의 이름으로 넘어진 정의의 첫 칩을 바로 세우고,

살아있는 체하며 ‘말로만’ 법과 정의를 외치는 죽은 검사들을 향해 계속 외칠 겁니다.

김홍영 검사의 죽음을 기억하라.

검사의 혼과 정의가 이미 죽었음을 기억하라.

그리고, 이제 깨어나라.

[정동칼럼] 메멘토모리 - 죽은 검사들의 사회 (2020.6.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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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김검사가 황망히 하늘로 떠난 후 김대현 부장은 처벌은커녕 징계조차 받지 않을 뻔했지요.

김검사의 유족분들과 친구들이 밖에서 동분서주할 때,

저도 안에서 동분서주했습니다.

남부지검장 김진모에게 김검사 제단에 당신 사표라도 올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항의하는 메일도 보내고,

대검 감찰1과장 조기룡에게 항의전화를 했는데 부속실에서 연결시켜주지 않아 쪽지를 보내고...

유족분들의 울분에 여론이 관심을 기울이자,

대검 감찰이 비로소 움직여 김대현 부장이 해임되기에 이르렀지요.

그땐, 형사처벌까지 상상도 못했습니다.

서지현 검사의 미투로 은폐되었던 남부지검 성폭력사건이 드러나 가해자들이 실형을 선고받는 등 처벌되고,

대한변협이 김대현 전 부장을 고발하여 형사처벌도 기대해봄 직하게 되었으니

몇 년 사이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다 싶어,

지치다가도 안도하고 감사하곤 합니다.

김검사는 우연히 불행히도 몇몇 상관을 연이어 잘못 만나 벼랑 끝에 내몰린 게 아니라,

부조리한 조직문화에 숨을 쉴 수 없어 질식사를 당한 것인데요.

가해조직인 검찰과 묵인하고 방관한 동료들의 사죄와 반성, 추모의 마음을 담은 패가 남부지검에 이제 걸린 것을 보니,

진실로 상전벽해구나... 싶어 울컥했습니다.

어제 안태근 전 검찰국장에 대한 검찰의 상고 포기 뉴스에 많이 속상했었는데, 오늘 이렇게 위로를 받습니다.

뫼비우스의 띠 위를 걷는 듯 세상이 너무 변하지 않는다… 싶어

허퉁해질 때가 종종 있지요.

흘린 땀과 눈물에 비해 바뀐 게 그리 없다… 싶을 때.

그러나,

돌아보면,

세상은 그새 제법 바뀌고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으니까요!!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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