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주변호사

페이스북 2020. 10. 4. 20:24

검사들은 어떻게 조직인간이 되는가

2015년 의정부지검에 월례조회 직장교육을 위하여 강사로 온 소병철 전 고검장은 강의 내내 직장 내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어.

그런데 그 날 점심시간에 의정부지검 검찰 간부들 앞에서 임은정 검사에게 “임 검사가 자꾸 글을 써서 검사장이나 차장이 힘들지 않겠느냐. 그런 건 소통이 아니다”고 말하지.

검찰에서의 소통의 정의는 이렇다고. 그래서 상급자를 힘들게 하지 않는 안전한 의견만이 내부에서 흐르게 되는 거지.

2016년 이프로스에 어느 검사가 자신이 모시던 부장검사가 스폰서를 두고 융숭하게 향응을 제공받았고 성접대 또한 받았다는 글을 올렸어. 물론 그 부장검사의 이름은 밝히지 않고 익명으로 한 채 였어.

그런데 검사장이 부르더니 그 부장이 누구인지 물어보는 거야. 그러더니 익명으로 되어 있더라도 누군지 알아볼 수 있다고 명예훼손이 된다면서 글을 내리라고 종용해.

한편 2020. 4. 어느 서기관이 윤석열 총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총장님이 총장에 임명되면서부터 마치 우리 조직은 공무원 조직임에도 총장님의 사조직처럼 움직이는 것 같다는 느낌을 자주 주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익명을 가장한 지나친 검찰 편들기 기사나 밖으로 나와서는 안 되는 수사정보들이 실시간 기사화됩니다”

그리고 한동훈 검사장와 채널에이 기자간의 권언유착 사건을 인권감독관실에 배당한 것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해.

유재수 감찰무마 건을 직권남용으로 기소한 검찰인데, 검찰 내부비위에 대해서 원칙대로 다루지 않으면 국민들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는 이야기였지.

“감찰사항이 명백한 것으로 판단되는 데도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도 아닌 인권부에서 이를 확인하도록 지시하시는 것인지요. 지난 번 조국 전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의율하면서 죄질이 매우 중하다고 영장도 청구하게 하고 기소한 점에 비추어보면 이는 더더욱 명백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가 될 수 있다고 많은 국민들에게 오해받을 수 있는 사안으로 보임에도 굳이 그렇게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글이 게시되고 난 후 검사들 몇몇이 나타나서 댓글에서 글의 지엽적인 부분을 꼬투리 잡고 그러다가 이 글은 사라지고 말아.

검찰에서 윗사람을 힘겹게 하는 소통은 소통이 아니니까, 가치가 없는 의견이었던 거지.

문제는, 검찰은 이같이 자기 의견을 말하는 데에 엄청난 두려움이 따르는 조직이고, 결국 사건관계자와 국민에게 그 불이익이 돌아가게 되는 거지.

양형감각도 엉망이고 늘 자신만의 엉뚱한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봐서 소속 검사들을 힘들게 하는 부장검사가 있었어.

보통은 경륜있는 상급자의 결재를 통해 주임검사의 잘못된 판단이 바로 잡혀진다고 이야기되는데, 이 부장은 오히려 소속 검사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거야.

어떤 일이 있었냐면, 해당 형사부의 검사가 차장검사에게 불려가서 “아니 이게 벌금 몇백만원으로 약식으로 치울 사건이지, 이 사건을 왜 구공판으로 기소를 해? 양형감각이 어떻게 된 거야” 하고 야단을 맞았어.

그 평검사가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부장이 구공판을 하라고 하셔서”라고 하니 차장검사도 할 말이 없어진 거야.

어느 날은 혐의없음으로 결재를 올렸는데 기소하라는 취지로 반려를 받은 검사가 부장검사를 찾아가서 기록 여기저기 페이지를 넘겨 가면서 무혐의로 종결해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 설명을 해.

그러자 그 부장검사가 화를 내며 포효하는 거야.

“아니 나더러 기록을 보란 말이지”

사실 형사부의 부장검사가 그 소속 검사들이 결재올리는 사건을 다 보기에는 무리거든. 대단히 성실한 어떤 부장검사도 일처리를 못하는 검사들이 올리는 사건은 눈여겨 보고 사건처리능력이 뛰어난 검사의 사건인 경우에는 기록을 거의 보지도 않고 도장만 꾹꾹 눌러 찍는다고 말해. 다만 후자의 경우에도 아주 드물게는 기록을 보고 반려를 해서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인을 주어야 한다고 말하지.

그런데 결재를 그냥 통과시켜 주는 사건과 달리 반려하는 사건은 기록을 꼼꼼히 봐야만 하는데, 이 부장검사는 “나의 감은 곧 세상의 이치”라는 믿음으로 기록을 안 보고도 반려를 하는 거야.

결국 그 부 소속 검사들은 잔머리를 쓰기 시작해.

부장검사가 반려한 사건들은 그 부장이 휴가간 틈을 이용하여 옆 부의 형사부 부장검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결재를 올려버린 거야.

다만 부장검사가 돌아와서 반려한 해당 사건을 상기하고 언급할 지도 모르니 사건처리 결과에 대해 전산입력을 안 하고 기록을 캐비넷에다가 당분간 방치해두는 거야.

만약 그 부장이 그 사건 어떻게 되었던가 하고 물으면 옆부 부장검사가 날인한 사건의 결정서를 얼른 폐기하고 다시 기록을 만들어 올리는 거지.

이렇게 해서 그 부장검사가 용케 상기해 낸 사건의 피의자는 벌금내고 치울 사건도 운나쁘게 구공판이 되고, 무혐의로 처리될 사건도 재수없게 기소가 되는 거지.

한편 조국 전 장관의 동생 조권씨에 대하여 기소된 7개의 범죄사실 중 6개가 무죄선고되었는데, 그 중 가장 황당한 혐의는 채권자 안모씨의 웅동학원 수익용 기본재산에 대한 가압류지.

검찰은 공소장에서 “2010년 안씨가 웅동학원의 수익용 기본재산에 가압류를 신청했는데, 웅동학원 사무국장이었던 조권씨는 여기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음으로써 임무를 위배하여 안씨 쪽에 21억 40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했고, 웅동학원에는 같은 금액의 손해를 가했다”고 썼어.

그런데 가압류란 것은 가압류채무자의 재산 처분을 금지시키기 위하여 채무자 모르게 하는 것이고, 가압류결정이 나온 다음에야 비로소 채무자에게 통지되는 것이므로 조권씨가 가압류신청에 미리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그래서 법원은 “이 사건 가압류등기가 마쳐지기 이전에 피고인 등이 이 사건 가압류 신청이 법원에 접수된 사실을 알고 있었음을 전제로 하는 이 부분 공소사실은 그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단하고 있어.

다른 쟁점은, 가압류 집행만으로 웅동학원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느냐 하는 거지.

검찰은 채권자 안씨로 하여금 21억 40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했고, 웅동학원에는 같은 금액의 손해를 가했다고 기소했으니 말이야.

가압류는 가압류신청인이 주장하는 채권의 존부를 판단하는 본안판결의 확정 전까지 웅동학원이 재산을 처분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효과가 있을 뿐이지, 가압류채권자인 안씨가 가압류한 재산을 경매의 방법으로 매각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즉 어떻게 보더라도 안씨가 그 가압류 채권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고 보기는 어렵지.

즉 웅동학원 소유의 재산이지만 그 소유자가 팔지 못하는 상태가 될 뿐인데, 다만 매각 등 처분을 못하는 상태 자체가 웅동학원의 재산상 손해라고 할 수 있냐면 이 사건에서는 그것도 해당 사항이 없어.

안씨의 가압류 이전에 이미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가압류가 선행되어 있었기 때문이지. 그러니까 문제되는 부동산의 처분을 금지하는 효과는 그 이전에도 있었고 안씨의 가압류로 새로이 처분금지의 효력이 생긴 것도 아니었거든.

그 수사팀에는 검사로 임용된 지 오래되어서 사법연수원에서 배운 가압류도 잊어버리고 부동산등기부도 읽을 줄 모르는 검사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검사들도 있었을 것이란 말이야. 그런데 이견을 말해서 질타를 받느니 검찰 전체가 바보가 되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아.

자기 의견을 말해서 질책과 비난이 돌아오는 조직문화라면,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의 목소리를 지우고 조직 내의 권위에 굴복해서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 할 거야. 투사가 되는 것보다는, 조직의 요구에 순응하는 조직인간이 되는 게 더 쉽잖아.

그래서 대부분의 검사들은 공정한 법집행자와 인권의 수호자라는 정체성을 희생시키고 심리적 안정감과 조직 내에서의 평판을 지키는 선택을 하는 거지.

이렇게 해서 세상 똑똑한 사람들이지만 부패하고 무능한 조직을 만들게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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