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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교수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보다 절박해졌다”

2020년 9월 25일

1.

불행 중 다행이다. 이제 사태의 진상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고 남북 사이의 안전장치를 점검, 평화체제 전환의 길을 담대하게 열어야 한다. 더 이상의 기가 막힐 희생은 없어야 한다. 이루말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희생자의 명복을 빈다.

북의 통지문은 사과와 함께 오해의 여지를 불식시키고 남북 사이의 상호존중과 신뢰를 지켜내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매우 의미있는 상황 진전이다. 격렬한 상호비난과 책임전가가 오가는 위태로운 사태는 이로써 일단 막아낼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다.

2.

물론 북측이 아직 답해야 할 바가 남아 있긴 하다. 가령 정체불명의 상대에 대한 초병 수칙에 따른 대응이라는 측면이 있다 해도 부유물에 의존하는 사람의 긴급조난상태를 파악하지 못한 책임은 벗기 어렵다.

향후 “해상에서의 단속 취급 전 과정을 수록하는 체계를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하나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내부 책임을 깔끔하게 정리할 필요는 존재한다.

북으로서는 방어책임을 다하느라 생긴 결과라고 해도 엄중한 처리가 있지 않고서는 격앙된 남쪽의 상황을 진정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어렵겠지만 북 지도부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3.

그러나 무조건적 규탄과 억측이 가져올 부정적 사태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지점은 깊이 주목해야 할 바이다.

조중동을 비롯해 제1야당은 진상에 대한 파악도 채 하기 전에 적대적 발언을 쏟아내고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일에만 열을 올렸다. 이후 발표된 북의 통지문에 대해서도 폄하하기에 바쁘나 이런 식의 태도로는 결코 남북관계를 풀어낼 수 없다.

북의 통지문은 사태의 정확한 이해를 촉구하면서 “우리 지도부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발생했다”고 평하고 “이 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상경계 감시와 근무를 강화하며, 단속 과정에 사소한 실수나 큰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는 해상에서의 단속 취급 전 과정을 수록하는 체계를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방점이 찍히는 것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이번 사태를 인식하고 있는 점이다. 이와 함께 “사소한 실수나 큰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사태의 미래형 해결을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 데 대하여 귀측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사과를 했다. 이 통지문은 “사과문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직접 사과로 거듭된다.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비루스 병마의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했다.

4.

이어 매우 중요한 문장이 나온다. “우리 지도부는 이와 같은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인하여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욱 긴장하고 각성하며, 필요한 안전 대책을 강구할 데 대하여 거듭 강조”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눈길이 가는 것은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라는 대목이다. 이게 무엇이었을까?

답은 즉각 나왔다. 이달 초 남북 간에 오간 친서 공개를 통해 분명해졌다. 서신은 진심을 담았고 감동적이다.

5

문재인 대통령은 9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의 재난현장 해결 자세를 격찬했다.

“나는 국무위원장께서 재난의 현장들을 직접 찾아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로하고, 피해복구를 가장 앞에서 헤쳐 나가고자 하는 모습을 깊은 공감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무위원장님의 생명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경의를 표합니다.”

또한 “우리 8000만 동포의 생명과 안위를 지키는 것은 우리가 어떠한 도전과 난관 속에서도 반드시 지켜내야 할 가장 근본일 것입니다. 매일이 위태로운 지금의 상황에서도 서로 돕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지만, 동포로서 마음으로 함께 응원하고 함께 이겨낼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남과 북 모두가 시련기에 처한 현실에서 공감대를 마련하는 서한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답신은 동포애에 대한 따뜻한 대응이었다.

“오랜만에 나에게 와닿은 대통령의 친서를 읽으며 글줄마다에 넘치는 진심어린 위로에 깊은 동포애를 느꼈습니다. 보내주신 따뜻한 마음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에 대해 깊은 이해와 지지를 표했다.

“대통령께서 얼마나 힘드실지, 어떤 중압을 받고 계실지, 얼마나 이 시련을 넘기 위해 무진애를 쓰고 계실지, 누구보다 잘 알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나는 대통령께서 지니고있는 국가와 자기 인민에 대한 남다른 정성과 강인한 의지와 능력이라면 반드시 이 위기를 이겨내실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굳게 믿습니다.”

6.

두 정상의 서한은 결말에 각기 “하루빨리 북녘 동포들의 모든 어려움이 극복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다시한번 남녘동포들의 소중한 건강과 행복이 제발 지켜지기를 간절히 빌겠습니다.”라고 남북 모두의 안녕을 비는 인사를 교환하고 있다.

바로 이 같은 상호 존중과 신뢰를 이 난국에 쌓아온 바 있기에 이번 사건의 해결을 평화적으로 도모하는 노력이 가능했다는 것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바다.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촉구와 평화체제 전환에 대한 의지는 따라서 결코 폄하되어서도 안 되며 지금의 상황에서 더더욱 절실하고 절박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서한에서 “우리 8000만 동포의 생명과 안위를 지키는 것은 우리가 어떠한 도전과 난관 속에서도 반드시 지켜내야 할 가장 근본”이라고 한 것은 우리의 정치가 한국사회에만 한정되지 않고 “한반도 정치”가 되어야 함을 일깨우고 있는 대목이다. 우리는 남쪽과 함께 북쪽 동포들의 미래까지도 담아내는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이다.

남북관계를 더더욱 파탄낼 적대적 군사주의를 외치는 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 당연히 민족 전체의 자멸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7.

이제 당장 해야 할 바는 분명해졌다. 남북 합동 진상규명 과정은 당연히 필요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남북 정상 간의 소통체제를 명확하게 복구하고 일상적으로 가동하는 한편, 특히 군사부문의 통신체계도 정상화시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평화적 해법을 신속하게 모색하는 체제를 굳혀야 한다.

이와 동시에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의 비준을 조속히 추진하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제 전환을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고 이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일궈 내야 한다.

위기를 위기격화로 풀려고 해서는 안 된다. 어리석은 짓을 뿐만 아니라 민족 전체에 대한 자해행위다.

1972년 7.4 공동성명부터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2018년 9.19 평양 선언에 이르기까지 그 공통된 중심에는 민족 자주가 있다. 자주가 민족의 생명을 지키는 길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외세로부터 풀려나 우리 민족끼리 할 수 있는 평화의 길을 여는 것, 이 시대의 가장 중대한 책무다.

한반도의 평화체제 전환은 따라서 모두를 위한 가장 올바른 길이다. 생명을 존중하고 이를 지켜내는 체제를 이뤄내는 것 이상의 정치적 가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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