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진보 인사들 사이에서조차 인식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내로남불’과 ‘진영논리’에 대한 판단이 세상의 전부가 돼버린 진중권이나 서민 같은 사람은 이미 레테의 강을 건너가 버렸다. 최근엔 또 다른 차원의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다.
...
불평등과 기후위기가 검찰개혁이나 언론개혁보다 더 중요한, 상위의 과제라는 데는 나도 동의한다. (사실 이 정부는 언론개혁을 말한 적이 없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차원이 전혀 다른 주제를 견주는 방식의 비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
하지만 그렇다고 검찰개혁 필요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검찰개혁은 2016~2017년 촛불항쟁 과정에서 차기 정부 개혁과제 1순위로 꼽혔던 사안이다. 그만큼 우리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했던 실체적 위험이었다. 더구나 수구세력은 검찰개혁 저지를 위해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 ‘조국 사태’에 이은 최근의 추미애 장관 흔들기는 그 일환이다. 그런데도 이른바 피디 성향의 평등파들 사이에서 정태인류의 인식이 자랑스레 전시되는 현상은 자못 우려스럽다. 나는 그들이 검찰이란 집단의 파괴력과 상징성을 무시하고 있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좀 심하게 말하면, 정치적 순수주의에 빠져 환상을 좇는 원리주의자들의 옹알이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